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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윤 Aug 04. 2020

디지털 디톡스를 위해 핸드폰이 고장 났다

'- 툭'

"어!"

 

지난주 토요일 밤, 핸드폰을 떨어트렸다. 유녕과 카페 가는 길이었다.

 

"언니 핸드폰 괜찮아?"

"웅! 이거 케이스가 튼튼해서 괜찮아. 음… 응? 꺼졌네. 음… 검정 바탕에 사과가 두 개나 떠 있네. "

"언니 나 이런 거 처음 봤어. 신기하다. 다시 켜지겠지?".

"그러겠지. 오! 켜졌다. 아... 다시 꺼졌어."


그렇게 내 핸드폰은 꺼졌다 켜졌다 끊임없이 반복했다. 카페에서 빙수를 먹으면서 핸드폰이 다시 살아나기 기다렸다.    

"이거 디지털 디톡스 하라는 뜻인가?"  



스페셜 에디션, 투 애플스



나는 SNS 중독이다. 실제로 SNS 사용 시 뇌는 코카인 흡입할 때와 같은 자극으로 받아들인다고 한다. 그래서 인가. 핸드폰을 저 멀리 던져두고, 책에 집중하려고 해도 어느새인가 핸드폰이 내 손에 들려 있었다. 책을 읽다가 잠깐만으로 시작했던 SNS를 몇십  동안 빠져 있는 나를 발견하곤 했다.  


SNS를 그만하고 싶었다. 틈만 나면 카카오톡과 인스타그램을 누르는 내 손가락을 잡고 싶었다. 그런데 카카오톡 알림이 울리자마자 답장을 하고 싶고, 인스타그램에 사진을 올리고 나면 누가 댓글을 달고 하트를 눌렀는지 확인하고 싶었다. 내가 왜 이렇게 행동하는지도 알고 있다. 남에게 받는 인정과 관심에 대한 욕구를 즉각적으로 채울 수 있으니까.  


SNS를 안 할 수 없다. SNS를 통해서 나의 일과 관련된 부분을 기록하고 확장하고 있다. 그리고 자주 보지 못하는 사람들과 이야기하고 싶고, 나와 비슷한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과 정보를 나누고 싶다. 무엇보다도 인스타그램을 통해서 다시 그리고 새로 연결된 소중한 인연들도 많다.   


내 인생에 이익이 되기도 손해가 되기도 하는 SNS. 적절히 잘 이용해야겠다고 다짐하곤 했다. 그러나 핸드폰이 내 곁에 계속 있는 이상, 내 마음대로 몸과 마음이 움직여 주질 않았다. 중독이라는 걸 인지하고 있었지만, 모든 행동은 무의식적으로 이루어졌다.   



쏘카인(소셜네트워크서비스+코카인...)



그런데 마침 핸드폰이 고장 났다.  


"언니 이거 진짜 디지털 디톡스 하라는 의미인가 보다. 나는 카카오톡 알람을 꺼놨어. 알람 소리에 구애받지 않고 내가 확인하고 싶을 때 확인하니까 편하더라고."

"아 그래? 나도 일단 카카오톡 알람도 꺼봐야겠다. 그런데 나 인스타그램 알람도 꺼놨는데도 계속 들어가 봐. 하트가 댓글이 주는 자극에 빠졌나 봐. SNS 안 쓸 수도 없고. 알맞게 쓸 방법 없을까?"  


사과 두 개가 나타났다 사라지는 핸드폰 화면을 안 보이도록 테이블에 뒤집어 놓았다. 빙수 한입 먹고 화면 한번 보기를 반복했다. 유녕의 집에 돌아와 오늘은 핸드폰에 신경 쓰지 말기로 했다. 이 기회를 디지털 디톡스의 시작으로 받아들였다. 그날 밤, 책을 읽고 유녕과 대화를 나누며 내 앞에 있는 책과 사람에게, 그러니까 현실에 온전히 몰입할 수 있었다. 하루의 경험을 글로 정리하며 내일을 위한 준비를 했다. 다음 날 아침에 눈 떴을 때 핸드폰이 말짱하기 바라며 잠들었다.  


해가 새로 떠올랐지만, 사과도 여전히 두 개가 떠 있었다.  


"언니 아직 디톡스 더 하라는 뜻인가 봐."

"맞네. 그런데 나 집에 어떻게 가지?"  


나는 주말 동안 원주에 있었다. 원주에 사는 유녕도 보고 여행도 하고 있었다. 차에도 내비게이션이 있었지만 나는 최근 2년간 핸드폰 어플만 이용했었고, 차량용은 업데이트도 안 해서 새로 생기거나 사라진 도로를 알 수 없었다.   


"흠. 일요일에 문 여는 핸드폰 수리점 찾아봐야겠다."  


유녕 덕분에 나는 수리점을 찾아서 핸드폰을 맡길 수 있었다. 메인보드 문제 일 수도 있고, 소프트웨어 문제 일 수도 있으니까 백업을 해야 한다고 했다. 증상을 정확히 파악하고 해결하기 위해서 시간이 걸린다고 했다. 나와 유녕은 카페로 갔다.


나는 어젯밤에 읽던 책을 꺼내 마저 읽기 시작했다. 두 시간이라는 시간 동안 내 눈과 손은 책으로만 향할 수 있었다. 300페이지짜리의 처음 접하는 생소한 분야의 책을 다 읽어낼 수 있었다. 그리고 책의 일부분을 유녕과 공유하며 우리의 사고를 함께 확장해 나갔다.  





"언니 나는 핸드폰에 계속 신경 쓰는 게 힘든데, 어떻게 다른 사람들은 그렇게 빠르게 답장하고 끊임없이 사진을 올리지?"


예전에는 핸드폰에 알람 울리는 즉시 봐줘야 하는 줄 알았. 힘들진 않았고 소소한 재미와 즉각적인 만족을 느낄 수 있어서 좋았다.  반응과 기분이 쌓여 고정된 행동 패턴으로 자리 잡아버렸다. 결국은 '핸드폰=즐거움'이라는 자동화된 패턴 때문에 알람이 울리지 않아도 핸드폰을 만지게 되어버린 것이다.


그런데 지금은 힘들. 더 알차게 보낼 수 있는 시간을 핸드폰에 뺏긴다는 걸 인식했기에 들어졌다. 잠깐 스쳤다가 지나가는 수백 장의 SNS 피드 대신에 내 안에 깊게 스며들 수 있는 한 권의 책을 읽을 수 있었다. 화면에서 벗어나 다시 현실 감각을 느끼는데 에너지가 추가로 필요하다는 것도 알아버렸다. 게다가 이렇게 알아차렸음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행동을 통제할 수 없다는 것에 자괴감을 느꼈다.  


"언니 그러면 인스타그램 사용 시간을 정해두는 건 어때? 일처럼 업무 시간을 정해두는 거지. 그리고 앱을 저 깊숙한 곳에 숨겨두어서 인스타그램을 누르기까지의 과정을 번거롭게 만드는 거지."

"오! 좋은 생각이다. 언제 하는 것이 좋을지 생각해봐야겠다."


유녕 핸드폰 전화벨이 울렸다. 그녀는 전화를 받았고 말끝이 점점 흐려져 갔다. 메인보드에 문제가 발생해 오늘은 고칠 수 없는 내용이었다.   


"흠. 어쩔 수 없네. 일단 차에 있는 내비가 되는지 확인해 봐야겠다."   


다행히도 작동되었다. 그런데 갑자기 용량 부족으로 게이션을 종료하겠다는 창이 뜨거나, 화면이 멈추거나, 말도 없이 종료되기도 했다. 그래. 오랜만에 깨어났으니 당연히 비몽사몽 정신을 못 차릴 수밖에.   


핸드폰 내비게이션을 사용했을 때는 즉각적으로 움직이는 선의 이동을 눈으로 확인하고 들리는 음성을 따라가기만 해도 되었다. 도로 위의 상황을 핸드폰이 잘 반영을 해주니까. 또한, 틈틈이 음악 에 들어가 노래도 바꿔주고, 차가 멈췄을 때는 메시지도 한번 확인해주곤 했었다. 그렇게 종종 내 정신은 도로가 아닌 핸드폰으로 향해 움직이곤 했다.  


이번에는 내비게이션이 언제 잠들지 모르니 도로와 표지판에 계속 신경을 써야 했다. 폭우가 내리는 강원도 산속이라 그런지 라디오도 지지직거리는 소리만 들렸다. 라디오를 끄고 차에 후드득 탁탁 떨어지는 빗소리와 엔진 소리에 종종 귀를 기울였다. 차와 하나가 된 것처럼 운전만 했다. 그렇게 원주에서 100km 넘게 떨어진 우리 집까지 한 번도 길을 잘못 들어서지 않고 무사히 도착했다.  내가 그동안 기계에 과하게 의존했었다는 것과 나의 '뇌'비게이션도 훌륭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고장 난 핸드폰과 내비게이션이 고마웠다.  





집에 와서 인스타그램 운영 시간을 정했다. 하루 딱 30분! 사진 편집과 게시글 작성과 다른 이웃과의 소통까지 포함한 시간이다.  이외 시간에는 인스타그램을  들어가기로 했다. 카카오톡도 무음으로 설정했다. 프로필에 '급한 일은 전화로!' 써두었다. 전화와 문자, 캘린더의 일정 알림을 제외한 모든  알람을 꺼버렸다.

  

오늘 처음 시작했다. 30분이 은근 빠듯해서 10분 정도 더 초과해버렸다. 그동안 도대체 하루에 몇 시간을 SNS에 사용했던 것인가. 


우리가 다른 사람과 연결되고 싶은 마음은 자연스럽다. 그들에게 사랑을 받고 따듯한 말을 듣고 싶은 것도 당연하다. 그러나 몇십 개를 먹어도 배가 부르지 않은 SNS 사탕을 입안에서 끊임없이 굴릴 것인가. 한 끼를 먹어도 든든한 포만감을 주는 밥 같은 현실을 제대로 체험할 것인가. 나는 선택했다.      









* 핸드폰 수리점 사장님도 정말 친절하셨어요. 수리점이랑 20분 정도 떨어진 카페에 갔었는데, 사장님이 퇴근길이라며 핸드폰을 카페로 가져다주셨습니다. 게다가 수리도 못 했다며 페이도 안 받으시고,  먼길 가는데 핸드폰 못 고쳐서 마음이 안 좋다고 문자도 보내셨더라고요. 따듯한 사장님 덕분에 원주에서 더욱 기분 좋게 여행을 마무리할 수 있었습니다.


* 제 성격이 많이 변했다는 것도 알았어요. 예전에 핸드폰 고장 나면 있는 짜증 없는 짜증 다 부렸는데. 이번에는 핸드폰이 떨어졌네. 안 켜지네. 이 경험을 통해 내가 얻을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정말 이렇게 생각을 했습니다. 하하. 그 결과 디지털 디톡스도 본격적으로 시작할 수 있게 되었네요. 그럼 앞으로 잘 줄여나가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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