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 아홉의 내가 간절히 바랐던 것은
매 달 2천만원의 매출을 내는 것과
내가 무엇을 하는 사람인 지 정의하는 것이었다.
둘 중 무엇이 더 간절했던가는 모르겠다.
어느 쪽이라도 달성하면 나머지도 따라오겠다는 것만 알았다.
내가 팔 수 있는 거의 모든 것을 팔았다.
그림도, 글도, 말도, 물건도.
꼬물 꼬물 팔려나가는 것이 모여 2천만원이 되었지만
이래서는 여전히 내가 뭘 하는 인간인지는 알 수 없더라.
작가님이라는 말을 들으면 매일 그만큼 글을 쓰는 것도 아닌데 부끄러웠고
강사님이라는 말을 들으면 매일의 강의 재료를 쌓는 삶이 아니라 버거웠다.
그래서 물건을 만들어 파는 사장님만 남기고 모두 그만 두었다.
한 편으로는 무섭고, 다른 한 편으로는 홀가분했다.
두려움을 무기 삼아 부지런히 만들었다.
만들고, 팔고, 피드백하고, 만들고, 팔면서 2번의 봄이 지났다.
팀플레이를 아기자기 해나가는 사장님 역할은 재미있다.
IMF때보다 경기가 나쁘다는 말을 하는데 우리는 매년 성장한다.
그러니까 나는 잘 해나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것 저것 팔았다가 한가지로 좁히면서 여기까지는 잘 왔다.
다시 새로운 5년을 보면서 - 이제부터 어디로 가야할 지를, 꽤 오래 고민했다.
돈을 많이 벌어보자. 더 많이 팔아보자. 그런 목표들을 적어보았는데
왜인지 심드렁했다.
충분한 돈은 없다.
2년 전에 감탄했던 금액이 지금은 반드시 그 정도는 해내야하는 숫자가 됐다.
그 이상을 하지 않으면 내가 함께 하자 청한 사람들을 먹이지 못한다.
아마 매달 돌아가는 돈에 0이 2개 더 붙는다면 내 머리는 터져버릴 지도 모른다.
돈만 바라보고 가는 것은 지겹다.
잘 하는 일을, 아주 잘 해내고 싶다.
누가 알아봐주지 않아도 라는 말은 거짓말이다.
사람들은 잘 하는 사람을 반드시 알아본다.
이제부터 어디로 갈 것인가라는 건, 무엇을 잘 할 수 있을 지에 대한 고민이었다.
뭘 잘해내고 싶은지에 대한 질문이다. 열 달을 꼬박 묻고 물었더니,
남은 30대를 걸어볼 만한 한 가지를 찾았다, 찾은 것 같다.
5년 전에는 시간은 많았지만 투자할 돈이 없었다.
지금은 투자할 만큼의 돈은 있지만 시간이 부족하다.
나이를 먹을수록 점점 더 시간은 부족해진다.
삶을 걸어 잘 해보고 싶은 한 가지를 찾았다면,
걷기 시작해야 한다. 더 시간이 부족한 내일이 오기 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