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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수은 Mar 20. 2024

숨기고 싶은 나의 패러다임

그 기억의 시작은 이렇다.


5학년 학기 초. 교실에 모두 앉아있는 상황에서 a와 b를 선생님이 앞으로 불렀다. 그동안 a가 주도해서 b를 따돌리고 있었고 그 상황이 힘들었던 b가 선생님한테 이야기를 했고 그걸 정리하는 상황이었다. 내 문제가 아니니 그냥 그럴려니 했다.


그리고 얼마 후, 내가 다른 아이와 떡볶이를 먹으러 가자고 약속하는 와중에 내가 사주겠다고 한 것 같다. 그런데 흰색모자아이가 본인도 사주라 했는데 나는 두 명이 먹을 수 있는 돈밖에 없었다. (융통성 있게 내상황을 설명했었으면 상황이 바뀔 수 있었을까?) 나는 흰색모자아이에게 못 사줄 거 같다고 했다. 그것에 화가 낫을 난 흰색모자아이가 무슨 말을 a에게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a의 주동하에 그렇게 나의 왕따생활은 시작되었다.


떡볶이 사건 다음날인지 아니면 며칠 후인지 학교에 가서 놀던 대로 교실 안 놀이공간에 가서 아이들과 어울리려고 하는데 대놓고 말은 안 했지만 서로 눈빛교환을 하며 나를 피했다. 그렇게 외톨이가 되었고 흰색모자아이의 괴롭힘이 시작되었다.


그 당시에는 급식을 반에서 먹었고 배식을 아이들이 직접 했다. 근데 내가 배식을 받으러만 가면 그 흰색모자아이는 본인이 배식하는 당번이 아닌대도 나와서 너는 맛없는 김치나 많이 먹어! 하며 내 식판에 가득 담았고 미더덕? 국이 나온 날 몸에 좋은 것이라며  던지듯 내 식판에 놓았다. 그래서 배추김치는 아직도 잘 먹지 못한다.


반이 바뀌면 해결될까 5학년말을 기대했었지만 청천벽력 같은 일이 일어났다. 새 학년반이 그 아이들 그대로 올라간다는 것이다. 나의 왕따생활이 끝나지 않았다.

그렇게 6학년을 보내고 졸업을 했다. 같은 중학교에 진학했는데 입학 후 얼마 지나지 않아 흰색모자아이가 나에게 말을 걸었다.

너를 왕따 시켰던 a가 지금 반에서 왕따를 당하고 있다고 하며 고소하지 않냐는 것이었다.‘뭐지?’ 싶었다. 그냥 그 상황에서는 ‘그래?’라고 말하고 그 대화를 중단했지만, 시간이 지나서 그 흰색모자아이에게 “너의 괴롭힘이 더 힘들었어!”라고 말해주지 못한 게 아쉽다.


그때 느꼈던 그리고 잊고 싶어서 꽁꽁 싸매 숨겨두었던

그 감정을 한때 아이친구엄마였던 그녀가 계속 자극하고 있었던 것이다.


문제를 좀 더 객관적으로 보기 위해 몇 가지 상황을 정리해 보았다.


아이가 6살 때, 한번 a와 그녀의 딸(b라고 하겠다)그리고 내 아이 이렇게 세 명이 a의 집에서 놀았다. 그러데 아이들이 어울리는 상황에서 내 아이와 b가 대립되는 상황이 있었다. (내 아이와 b는  지금생각해 보면 맞지 않았다.) 그 후 그녀는 더 이상 놀자고 어떠한 연락도 없었고 a아이를 포함한 다른 아이들을 무리 지어 놀기 시작했다. 이런 상황에서 내가 그동안 잊고 있었던 소외되어 힘들었던 그 감정선이 자극되어 버렸다.

내 감정이 너무 힘들었고 소외감을 느낄 내 아이의 감정도 걱정되었기 때문에 그래서 피했다.

이 상황을 알게 된 아이아빠가 너무 예민하게 받아드리지 말라고 하여 오해일수 있으니 앓지 말고 전화라도 해서 풀라 고했다.

그래 내가 예민한 것일 수 있지 하는 생각에 용기 내어 전화를 했고 잘 해결된 줄 알았다. 근데 시작이었다.

그 후 한 두세 달 동안은 친하게 지내는듯했는데 서서히 선을 긋기 시작했다.


만나면 대화가 끊어지지 않았는데 어느 순간 인사만 하고 사라졌다. 그리고 몇 주 뒤엔 요즘엔 왜 이리 만나기 어렵냐며 한마디 던지고 갔다.

그래서 나도 그냥 내 일상을 보내며 지냈는데



여름방학 끝날 무렵 길에서 우연히 만난 대화에서

우리 집 경제력에 대한 문제를 건드렸다.


a라는 아이는 집도 큰집에 살고 학원도 많이 다닌다.

초등학교에 입학 후 a와 내 아이가 같은 반이 되었다.

그해 5월부터 피아노까지 같이 다니게 되어 노는 횟수가 늘어났다. 그리고 c라는 아이까지 셋이 잘 어울리며 무난히 잘 지냈다.


길을 가다 우연히 만난 그녀는 인사를 아주 반갑게 하며 본인아이는 a랑 단짝을 못 만들어 주겠다고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 이유를 물으니 본인은 a 네 집의 경제력을 따라갈 수 없단다. 그 아이가 다니는 학원을 본인아이도 다니고 싶어 하면 그걸 어떻게 다 감당할 수 있겠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남편과 상의 끝에 어울리는 횟수를 줄였다는 것이다.


이해할 수 없는 것은 그다음의 그녀의 행보였다.

여름방학 끝날 무렵부터 a와 어울리는 횟수가 늘어났고, 개학 때는 커플룩까지 맞춰 입고 그 사진을 카톡프로필에 올렸다. 그런 행동에 경제력운운하더니 내가 빌라에 살고 아이학원 하나 보내니 사는 게 어렵게 보였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여름방학 때 a, c와 내 아이 이렇게 셋이 잘 어울렸다.

그러던 어느 날 또 길에서 우연히 만난 나에게 안부를 묻는듯하다가 “아이 셋이 어울리면 안 되는 거 아시죠?”라고 대화 끝에 이 말을 던 지 듯하고 갔다.

그 후 일주일도 안 되는 기간에 그녀는 a와 d(내 아이와 같은 반아이) 그리고 그녀의 딸 3명이 같이 놀기 시작했고  그 사진을 카톡프로필사진에 올려대기 시작했다.


그 행동에 나에게 안 되는 거 아시죠? 이 말을 한 의도가 하지 말라는 것이었나? 의문이 생겼고 기분이 좋지 않았다.

결정적으로 그때쯤 어느 일요일 주말. 우리 가족은 외식을 하러 나가는 길이었다.

그녀가 온 동네아이들을 모아놓고 그녀가 전기자전거로 아이들 한 명 한 명 다 태워주며 놀고 있는 것을 보았다. 처음 길에서 다른 아이를 전기자전거에 태워 갈 때 우리를 마주치니 “아, 깜짝이야!”하며 못볼사람을 본 것처럼 놀란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냥 그러려니 하고 지나가는데 또 다른 골목에서 이번엔 다른 아이를 뒤에 태우고 가며 뒤에 탄 아이가 내 아이에게 인사를 하니 달갑지 않은 듯 지나갔다.

그런 그녀의 행동에 이거 대놓고 따돌리네?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른이 주도하여 이 작은 동네에서 내 아이와 나에게 소외감을 들게 하는 그녀의 모습. 지금까지도 그녀의 행동은 진행 중이다. 이제는 그녀의 딸아이까지 다른 아이들 보고 내 아이와 놀지 말라고 하는지 잘 놀던 d는 내 아이에게 인사조차 하지 않는다.


그녀는 진행 중이지만 나는 그녀와 나 사이의 문제를 끊어내고 싶어 브레이크를 밟고 있는 중이다.


브레이크를 밟아 멈추고 이 패러다임에서 나가 당당해지는 모습을 기록해보려 한다.

이 책이 마쳐지는 그날 달라진 내 모습을 보며 인간관계에 힘들어하는 사람들이 힘을 얻고 자신의 꿈을 이루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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