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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수은 Mar 25. 2024

용서! 개나 줘버려?

한참 내 안이 미움의 감정으로 가득 차 있을 때, 나는 그 A아이의 엄마의 행동이 비정상적인 행동임을 증명받고 싶었다. 그리고 그녀가 나쁜 여자임을 세상에 알리고 싶었다. 그러지 않으면 내가 당한 억울한 상황들에 미쳐버릴 것 같았기 때문이다.


아이들 책에 임대아파트 이야기가 나온다며 그 책을 읽어주다가 아이에게 어떻게 설명해주어야 할지 당황했다며 덧붙이던 말이 ”사는 곳이 중요한 거 아시죠? “였다. 그 이야기를 나눌 때 그 앞에서 그 말의 의도가 정확히 어떤 것인지 물어봤었어야 했다. 생각해 보면 그냥 대수롭지 않게 넘긴 것이 상황을 더 나쁘게 만든 것이 아닐지 하는 생각도 든다.

나는 학교정문 앞 빌라에 산다. 빌라 현관을 나서면 20걸음 정도 앞에 학교정문이 있다. 그녀는 학교에서 5분 정도 걸리는 우리 집 앞에서도 보이는 아파트에 산다.

경제력이 얼마나 대단한지는 모르겠으나 뉴스에서 보던 아파트와 빌라를 정말 나누는 사람이 있다는 현실이 씁쓸하기만 했다. 그리고 점점 내 아이를 배척하는 그녀의 행동에 참 바른 인성처럼 행동하는 척하는 그녀의 본모습을 온천하에 까발리고 싶었다.


그런데 내가 너무 겁쟁이 었다. 내가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었다. 나의 소심한 복수는 카카오 멀티프로필에

“손절 고마워요~인싸엄마인 건 알지만 내 아이는 건들지 마요 “라고 썼고 첫째 아이 친구엄마들은 다 같은 프로필로 바꿔버렸다.

그전에도 놀이터에서 내가 인사하면 머쓱한 표정으로 시선을 피하던 그녀는 그 프로필을 본 건지 뭔지 내가 인사를 하니 쌩까고 위아래로 날 훑고 지나갔다.

그 모습에 화가 나서 나도 정면으로 만나면 눈에서 레이저를 쏘기 위해 준비하고 연습했는데 그 이후에는 정면으로 마주친 적이 없다.

하지만 길을 가며 내가 아이에게 시선을 집중하다 시선을 돌리니 그녀가 지나가고 있었는데 그 눈은 나를 째려보고 있었다. 그리고 내 아이가 찍어온 영상에는 그녀가 내 아이를 노려보는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있었다.


참을 수가 없었다.

내가 무슨 잘못을 했다고 나와 내 아이들에게 그렇게 행동하는 건가 의문점과 미움의 감정이 점점 커져갔다.

이유를 밝히고 싶었다. 그녀가 또라이(생각이 모자라고 행동이 어리석은 사람을 속되게 이르는 말.) 임을 증명해야 속이 후련할 것 같았다.


그녀가 또라이임을 증명하려 하면 할수록 그 상황은 나에게 더 나쁘게 흘러갔다. 상황을 다 알고 나를 공감해 주리라 믿었던 둘째 친구 엄마들은 처음엔 공감해 주는 듯하다가 그만 좀 하라며 오히려 나를 더 몰아세웠다.

그리고 그녀의 딸과 내 아이가 부딪히는 상황이 더 생겨났다.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이었다.


욕을 하고 맞대응할수록 그 부정적인 것들은 나에게 다 돌아왔다. 담석증으로 응급실에 갈 정도로 아팠고 마음도 너무 힘들었다.


내 딸이 후문으로 마중 나오라고 해 나가는 길,

그녀의 딸 A와 마주쳤다 대수롭지 않게 지나가는데 몸을 돌려 수화기에 대고 “엄마, 00이 엄마야!”라고 하는 걸 들었다. 그러려니 하고 그다음 날 후문으로 내 아이를 데리러 나갔는데 보완관아저씨에게 A 괴롭히는 나쁜 어른으로 말하며 가는데 화가 머리끝까지 나서 “왜 내 아이가 너 때문에 다른 아이들하고 숨어서 놀아야 하냐! “큰소리를 쳤다. 뭐 역시나 힐끗거리며 그 자리를 피했는데 나를 가해자로 몰아가는 그녀의 모습을 보니 찬물에 맞은 것처럼 정신이 바짝 들었다.



“상처를 준 사람 용서합니까?”

"용서라고 할 것도 없어, 왜인 줄 알아?

저 사람 욕하고 싶어 죽겠어. 근데 저 사람이 내가 욕할 때마다 윽! 악! 아파, 왜 이래! 이러면 하루종일 욕할 거야, 난. 근데 저 사람 멀쩡히 잘살아. 그런데 나는 저 사람을 욕하기 위해서 그때 벌어졌던 상황을 기억을 다 해내야 돼. 그래야지 욕이 실감 나게 나올 거 아니야. 또 뱉어야 되고 그러면 나만 상처가 쌓여. 저 사람은 웃고 잘 살고 있는데 나만 내가 왜 그래야 돼? 피해자는 난데, 던져버려. 그리고 나도 잘살고 있어! 그러고는 내가 잘 사는 걸 보여줘야 저 사람이 속상할 거 아니야 “

"그래서 이 사람이 뭔가 “아, 저 사람은 내 영향을 받지 않는구나?"

그렇지!   

-조현아의 목요일밤, 인순이 편 중에서-



그녀를 용서하기로 했다.

미워하면 미워할수록 내가 더 힘들어지고 아프니까.

사이판해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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