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을 한 달 앞두고 8년을 만난 남자 친구와 헤어졌다.
PROLOGUE
2020년, 11월의 어느 날 시작된 이야기
스물아홉 11월,
서른을 한 달 앞두고 8년 차에 접어든 남자 친구와 헤어졌다. 생에 첫 이별이었다. 아끼지 않고 눈물을 흘렸다. 다 흘려 내보내고 나니 8킬로가 빠져있었다. 오랜 시간 안정적으로 진실된 사랑을 해 본 것은 너무나 감사한 경험이지만, 그 치명적인 단점은 한 사람으로 하여금 나의 세상 전부가 사라질 수 있다는 것이었다.
서른,
왜 우리가 이렇게 되었을까 슬퍼하다가, 내 가치관과 선택이 실패한 것 같은 느낌에 수치스러워하다가, 그는 왜 내가 부족함을 느끼게 만들었는가 원망스럽기도 했다가, 나는 얼마나 어리고 모자란 사람이었나 자책도 하다가, 그렇게 충분히 털어내고 이제 그만 앞으로 나아가기로 했다.
누군가는 ‘이제 그냥 결혼해야 하는 거 아니야?’라고 묻는 나이에 나는 새로운 나만의 세상을 다시 만들어보기로 결심했다.
나는 밖으로 나갔고, 전혀 새로운 비즈니스에 도전했고, 여행을 했고, 전혀 새로운 부류의 친구들을 사귀었고, 겁쟁이라고 귀엽게 놀리는 그의 뒤에 숨어 마음껏 두려워하던 것들에 눈 꼭 감고 뛰어들었다. 나는 정말 뭐든지 할 수 있구나. 못 하는 게 아니라 안 한 거였구나. 나는 스스로 만든 새장 속에 스스로를 가둬두고 있었구나. 나 자신에 대해 깊이 깨닫는 시간을 보냈다. 새롭게 변화하는 나의 모습에 전에 느껴보지 못한 희열을 느끼는 한편, 이제야 그가 나의 단점이라 꼽던 것들을 하나씩 지워나가는 것이 어쩐지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
아 사랑은 영원한 것이라고 믿었는데, 그게 아니란 말이야? 이렇게 진실된 사랑을 가르쳐준 멋진 사람 하고도 이런저런 이유로 헤어질 수 있다니! 때로는 많이 사랑해서 더 큰 상처를 줄 수도 있는 거구나! 그렇게 수많은 물음표와 느낌표 사이를 적극적으로 헤매어 보았다.
서른 하나,
아니 그래서 도대체 그 사랑이란 게 뭐냔 말이야? 의문을 가득 품고 우당탕탕 세상에 부딪혀 본 지가 벌써 2년, 그동안 나는 사랑이란 것의 정의에 일괄적인 정답이 없다는 걸 깨달았고, 나는 역시 사람을 보는 안목이 꽤 괜찮다는 것도, 그만큼 운도 참 좋은 사람이라는 것도 깨달으면서 그렇게 또 한 뼘 더 자랐다.
이전에는 알지 못했던 어떤 슬픔에 진심으로 공감하고 위로해 줄 수 있게 되었다는 것도 어떻게 보면 감사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면서, 결국 지금의 나를 만든 모든 경험들이 마냥 소중하게 느껴졌다.
스물아홉, 서른 하나
예고 없이 닥쳐온 새로운 경험들과 그로 인한 나의 감정을 끊임없이 탐구하며 깨달음을 얻은 시간. 이제는 편안한 미소를 띠면서 회상할 수 있게 된 2년간의 기억. 새로운 세상을 만나기엔 이미 늦은 거 아닌가 싶었는데, 내 생각보다 훨씬 더 경이로운 경험을 하게 되었다.
If we never try, how will we know?
이 이야기는 늦었다면 늦은 나이에 맞닥뜨린 첫 이별 극복기이자, 사랑의 정의를 찾아 떠난 모험기이자, 자기 자신을 발견해 가는 30대 여자의 성장기. 평생 잊고 싶지 않은 날들의 기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