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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른아이 Jan 28. 2021

'엄마'의 'Mom'이라는 것

09. 아이를 만날 준비



나처럼 출산용품, 육아용품에 무지한 엄마가 있을까 싶을 정도로 나는 출산&육아용품에 관심이 없었다. 닥치면 하겠지...라는 마음으로 끌고 온 지도 어언 37주가 되자 마음이 조급해졌다. 지금 당장 아기 입을 옷도 없는데 갑자기 아이를 낳게 되면 어떡하지? 하는 불안감이 밀려들었다. 그 시기부터 출산용품에 대한 폭풍 검색을 시작했다.


아기용품은 알아보면 알아볼수록 어려웠다. 랜드도 다양하고 종류도 많아서 하나부터 열까지 다 엄마와 아빠의 선택사항이었다. 초보인 엄마 아빠에게 '선택'이란 '결과'로 귀결되는 것이기에 고심 또 고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인터넷으로 보는 것보다 눈으로 직접 봐야겠다 싶어 주말엄마 아빠 남편을 데리고 베이비페어를 방문했다. 각 부스에서 다양한 제품을 판매하고 있었는데 아무래도 인터넷에서 찾아보고 가서 제품들이 익숙했다. 하나도 허투루 보지 않고 꼼꼼히 따지고 비교하는 날 보며 남편은 언제 그렇게 찾아봤냐며 대단하다고 했다. 사실 아기가 태어나고 준비해도 늦지 않은 것도 많아서 그 날은 아기가 입을 배냇저고리, 아기 이불, 베개, 그리고 천기저귀, 손수건만 구매했다. 그리고 이 날 손주와 만날 날을 손꼽아 기다리는 나의 엄마, 아빠가 아기 용품을 거의 다 사주셨다.



출산 전에는 요즘 기저귀 제품도 좋은데 그냥 일회용 기저귀 사용해야지. 싶었다. 주변에서 천기저귀 사용하면 빨래 때문에 손목 다 나간다는 말 때문에 더 그랬다. 하지만 출산이 임박한 임신 후반기가 되어서는 '나'보다 '자식'을 더 생각하고 있는 나를 만날 수 있었다. 그렇게 나도 모르는 사이 엄마가 되어가고 있었나 보다.

 

천기저귀를 선택한 또 다른 이유는 엄마 덕도 있었다. 조리원 퇴소 후 본가에서 지낼 예정이었던 나에게 엄마는 엄마 곁에 있는 동안이라도 꼭 천기저귀를 사용하라고 했다. 왜냐하면 내가 어렸을 때 기저귀 발진이 심했고, 또 일회용 기저귀가 아무리 좋게 나온다 해도 나쁜 성분이 있을 수 있기에 너무 어릴 때는 사용을 최소화하는 게 좋다는 게 엄마의 의견이었다. 대신 천기저귀는 빨리 갈아야 하기 때문에 밤에 잘 때만 사용하기로 했다.


38주가 넘어가서 시부모님도 슬슬 걱정이 되셨는지 순산 기원 고기를 사주셨다. 온 가족의 기다림과 축하를 받으며 아기를 기다리는 시간이 슬 다가오고 있음을 직감했다.


잘할 수 있겠지...? 일단은 자연분만만 생각한 터라 출산 후기도 자연분만 위주로 읽었다. 찾아보면 찾아볼수록 그 고통이 느껴져 무서웠지만 해낼 수 있다고 스스로를 다독였다. 근데 나름 심적인 스트레스와 부담감, 그리고 두려움이 컸던지 밤마다 깊은 잠을 자지 못하고 이상한 꿈도 많이 꾸었다. 일어나면 머리가 맑지 않았다.


39주 검진 날, 의사는 40주까지 기다려보고 안되면 유도분만 날짜를 잡을 거라며 지금은 아기가 스스로 나올 수 있도록 기다리자고 했다.


초음파상 아기의 무게는 3.3킬로, 의사는 딱 좋다고 했다.  뱃속이 좁아 보일 정도로 커진 아기를 보며 너무 늦지 않게 나와줘.라고 맘 속으로 기도했다.





병원 진료를 끝내고 집으로 가기 전 국밥을 사 먹었다.  맛집으로 유명한 국밥집을 찾아왔는데 정말 양이 많았다. 외곽에 사는 나는 시내에 있는 병원으로 나올 때마다 맛있는 음식을 자주 사 먹었는데, 이제 이러는 날도 머지않았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5시경 국밥을 먹었고 집에 돌아와 집 청소를 하고 이제부터 언제 나올지 모르기에 출산 가방을 쌌다. 그리고 39주 주수 사진을 촬영했다.


할 일을 끝낸 뒤 쉬면서 휴대폰을 하던 도중, 출산 전 태동 사진을 많이 찍어놓으라는 글을 읽었다. 출산 후 태동이 그리워지는 시기가 있다기에-





그래서 찍은 태동 영상. 내 자세가 좀 웃기다 ㅎㅎ 귀여운 아가가 그 날 따라 자신을 찍는 걸 아는 건지, 힘찬 움직임을 보여주었다.


할 일을 끝내여느 때와 다름없이 침대에 누워 잠을 청했다. 그리고 새벽 2시경, 무언가 터지는 느낌과 함께 밑으로 따뜻한 물이 흥건히 쏟아져 나왔다.


숱한 출산 후기를 읽은 터라 나는 그것이 "양수"임을 한 순간에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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