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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토너 Mar 01. 2023

죽음의 수용소에서-빅터 프랭클

 저는 직무 특성상 직관적이고 명확한 것들, 누가 봐도 논란의 소지가 없는 것들을 다룹니다. 가치 있다고 여겨지는 것들이요. 그걸 가르쳐야 하다 보니 직장에서는 유독 그런 사람인 척, 입 바른 소리를 꽤 열심히 하며 삽니다.


 세상에는 사실이지만 진리라고 부르기 어려운 것들이 많잖아요. 대표적인 걸로 돈이 있겠군요. ㅋㅋㅋ

반면 진리이나 사실로 존재했던 적은 별로 없었을 법한 가치들도 많습니다. 우리가 '옳다'고 말하는 것들이요. 그치만 이건 예로 들지 않을래요. 많은 것들이 떠오르나 어떤 것도 확실하진 않거든요. 이게 진리의 힘 같습니다.


무슨 말인지.


하여튼.


어릴 때는 후자의 것들을 배우고 들으며 자라죠. 많은 부모님들이 자신의 여린 살결들에게 세상의 잔혹함을 먼저 전해주려 하지는 않으니까요. 전 성악설을 지지하는 사람이라 그런지 그러한 진리들을 어린이들에게 반드시 가르쳐 좀 중탕(?)을 시켜놔야 한다고 생각하는 쪽입니다. 그래야 인간의 타고난 본성을 다스릴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옳다'는 것이 무엇인지 -우리 여기서 옳음의 직관성에 관한 윤리철학적 관점까지 깊게 파고들지는 말아요.-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듣고 자라야 그중 한 번이라도, 혹은 선택의 순간이 왔을 때. 자기도 모르게 세뇌(?)되어온 가치들을 선택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니 이게 뭐, 가스라이팅은 아니고.ㅋㅋㅋ 윤리라이팅 정도까지는 될 수 있겠어요. 이걸 윤리학에서는 덕목이라고도 하는 것 같고. 그렇다고 덕목 교육을 윤리라이팅으로 폄하하는 건 아닙니다. 말이 그렇다는 거지, 제가 감히. 


 네, 그래서 저는 -시간이 지나면 많은 이들이 져버리고 살기도 하지만- 예쁘고 빛나는 가치들을 전달하며 지내는 중요한 보직을 맡고 있어요. 누가 제 월급에 모래탄 것처럼 짜긴한데요. 이게 제 직업의 전부라고 볼 수는 없지만 적어도 길을 안내하는 마지막 북극성 정도는 된다고 생각합니다. (말은 이렇게 해놓고...)


 그치만 가끔은 무력하기도 하거든요. 어렸을 때는 그렇게 최선을 다해 체득하려고 애썼던 덕목들이 시간의 풍화를 거쳐 쉽게 바스라지고 그렇게도 수월히 흘려버리는 -저를 비롯하여- 여러 어른들의 모습에 서러움이 울컥하고 올라오기 때문입니다. 누군가를 탓하거나 비난하려는 것은 아니고요. 그런 것들을 끝까지 움켜쥐지 못하는 인간의 타고난 연약함에 대한 설움 같은 거예요.


 살다 보면 우리가 옳다고 배운 것들이 -비록 진리일지는 모르나- 온전히 사실만은 아닐 때가 많다는 것을 피부로 느낍니다. 좀 더 약삭빠르게 타협하며 현실과 손을 잡으면 살기가 편해지는 현실, 제가 여기서 '사실'이라고 말하는 것들이요.  



무려 유태인 수용소 시절의 수기를 근거로 함 : 설득 안 될 이유? X


 그래서 누군가가 옳은 것은 끝까지 옳다고 이야기해 주길 바랐습니다. 그럼에도 아이들에게 옳은 것은 옳기 때문에 지켜야 하며 너희들은 그런 마음의 힘을 기를 수 있다고 가르치는 제게, 당신이 옳습니다, 하고 이야기해 주길 기다리고 있었는지도요.



 타인을 위해 희생하는 삶이 의미가 있는지, 아니, 그렇다면 본질적으로 삶의 의미란 존재하는지. 우리는 어떠한 상황에서도 희망을 가져야 하는 것이 맞는지. 그러니 포기하지 말라는 격언이 무척 가벼운 것은 아닌지. 시련이란 정말로 인간을 강하게 만든다는 말이이 그냥 하는 소리가 아닌 건 아닌 건지..


 가르치면서도 아이들한테 사기 치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던 그 모든 혼란에서 저를 꺼내어 준 책이 바로 오늘 소개할 빅터프랭클 박사의 '죽음의 수용소에서' 입니다.. 이 책은 무려 유태인 수용소의 수기를 근거로 하고 있어요. 정신과 의사였던 빅터 프랭클 박사는 당시 유대인 수용소로 끌려가 그곳에서 일어났던 경험과 관찰을 바탕으로 로고테라피라는 정신과적 치료 방법을 창안합니다. 그리고 그것을 정리해 기록한 글들을 이 책에 담았습니다. 극한의 상황에서 증명된 사례들이라 설득력이 없을 이유가 없....어요. 그러니까, 누군가가 그의 말에 반론을 제기하면 '너 수용소 다녀와봤어?' 하면 될 것 같은 강력한 상황입니다.ㅋㅋㅋㅋ


 1부는 앞서 말한 수용소의 사례를 기록한 것이고 2부는 로고테라피의 개괄적 설명 정도로 보시면 되겠습니다. 당연히 1부가....좀.... 수월히 읽히고요. 2부는 로고테라피를 통해 '의미'를 찾아가는 구체적 방법 같은 것을 배워요.


 몇 가지 인상 깊었던 것은, 인간 개개인의 삶의 의미란 거창하고 추상적인 것이 아니라는 것. 그것은 현실의 구체성을 띄고 존재해야 하며 자기 초월성을 띌수록 강력한 힘을 갖는다는 것,이었습니다. 이 논지를 실화(?)를 근거로 주장하고 있기 때문에 단순한 도덕지침서, 같지도 않아요. 책 자체가 그것을 지향하는 것도 아닙니다.


 그저 인간이 삶을 살아갈 동력이 무엇인지를 제시하는데, 그것이 꽤. 제가 지금까지 진리이나 사실로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라 믿었던, 가치 있고 아름답다 말하던 것들의 집합이라는 것이. 제 마음을 강하게 울렸습니다. 적어도 아이들에게 사기 친 건 아니라는 생각에요. 휴 살았다. 

 

 그러니 꼭 한 번 읽어보실 것을 권해요. 무언가 손해 보는 삶을 사는 것 같은 기분이 들 때, 사실이나 진리가 아닌 것들이 내 마음을 가득 채워 홍수를 이룰 때. 정신 차리자는 의미로 읽게 되면 또 좀 맑아지는 느낌이 들 거든요.


 덧붙여)

‘로고테라피' 기법에 대해서 좀 더 공부해보면 어떨까 싶었습니다. 절망에 빠진 많은 이들을 삶으로 돌려줄 도구가 될 수 있겠다 싶어요.

물론, 기약은 없습니다. ㅋㅋㅋㅋ 기회가 되면, 언젠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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