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계속 읽게 만드는 동인은 여러 가지가 있겠죠. 인간은 유희를 즐기는 존재이기 때문에 그런 관점에서 따지자면 책 읽기 자체도 일종의 '유희'라고 할 수 있을 겁니다.
그렇지만 아무리 책이 재미있다 한들 유튜브에서 다나카상이 꼬ㅊ미남을 외치는 것만 할까 싶습니다. 우리만 그런 건 아닐 거예요. 유수의 천재들이 모인 하버드에서도 셰익스피어보다는 심슨이 더 잘 나갈 걸요? 여기에쾌락의 질을 논하는 밀의 공리주의까지 들먹일 건 아니니 넘어가고. 그래도 어쨌든, 스스로를 속이지는 말아야 하겠습니다. ㅋㅋㅋ 오죽하면 싫은 것 중 제일 안 싫은 책 읽기가 제 매거진 제목일까요.
그럼에도요.
책을 읽는 사람들은 쉬지 않고 책을 읽거든요. 그것도 무척 빡세게요. 전 무척 빡세게는 아니지만 그래도 고인물 정도는 된다고 자부할 수 있는데. 그런데도 상식이나 인문학적 지식이 무척 부족해요. 겸손한 척 하고 싶은데 사실이네요. 심지어 무슨 베짱인지 그런 것들을 얻으려고 책을 읽지도 않습니다. ㅋㅋㅋ
그러면 이상하죠. 재미로 따지면 코미디언에 비비지 못하고 딱히 책을 읽고 사람이 똑똑해지는 것도 아닌데. 계속 새로운 책에 관심을 갖고 심지어 좋은 책을 만날 때면 흥분에 어깨가 들썩들썩 하거든요.
그러니 무언가 이유가 있을 거예요. 그게 조금 희미해서 티가 안 날 지언정 말이죠. 해서 오늘은 이 책을 골랐습니다. 그렇게 별 볼 일 없는 동인에도 불구하고 계속 책을 읽는 이유를 설명하라면.
이 책이 대신 대답을 줄 수 있을 것 같아요.
이 책은 소설도 아닌 것이 에세이도 아닌 것이 어디로 분류해야 할지 좀 애매한 특성이 좀 있어요. 그렇다고 자기계발서에 넣어야 하나? 싶으면 그건 또 더더욱 아니거든요. 그렇게 독특한 책인 것만은 분명합니다.
얼마냐 독특하냐면.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닌 것 같은데 스포가 있어요. 그래서 함부로 책의 내용에 대해 떠들지도 못합니다. (세상에)
다만 이 책의 저자도 무언가를 끝없이 찾아보려 한다는 것 정도는 말씀드릴 수 있을 거예요. 작가는 답을 찾아 누군가의 삶을 들여다보고 탐구하며 집요하게 그 대상을 훑어냅니다. 그 여정에 당연히 따라올, 그러나 뻔하지 않은 희망과 좌절과 분노와 기쁨들이 있고요. (구체적인 내용을 언급하지 않으려다 보니 되게 재미없는 내용 같지만 아닙니다. ㅋㅋㅋㅋ 이건 제 한계.)
저자가 소설가가 아니라 그런지 주제를 향해 달려가는 전개가 좀.. 주먹왕 랄프같은 데가 있어요.ㅋㅋㅋ 개인적인 견해입니다. 섬세하지 못한 왕주먹이 특유의 투박함과 기세로 밀어붙이는 느낌이라고 할까요. 다른 말로 하자면, 작가가 확성기에 대고 주제에 대해 큰 소리로 이야기하는 것 같습니다. 아주 왕왕 울리게요.
나는 지금부터 이것을 찾아낼 거야!!!!! 와아아!!!!
그런데 이 좌표찍기가 독자의 기대를 꺾어놓거나 김 새게 만들지 않아요. 촌스럽지도 않습니다. 보여주기보다 설명하기가 훨~씬 더 없어보이는 방식인 거 아시죠? ㅋㅋㅋㅋ 그런데 그거를 막.. 마이크에 대고 막.. 종이가 쩌렁쩌렁 울리게.. 막..
대부분의 책들은 어느 정도까지, 적당히, 괜찮습니다. 그래서 무엇을 읽든 적어도 손해는 아니예요. 좀 더 정확히 표현하자면. 읽으면 좋지만 그러지 않아도 크게 나쁘지 않다. 정도요?ㅋㅋ
그러니 모든 책이 엄청나게 좋다고 말할 수도 없는 거예요. 저 또한 매거진에 썼거나 쓰고 싶은 책들보다 읽고도 그냥 잊어버리는 책들이 훨씬 많습니다. 그건 '엄청나게 좋다고 할만한 책'을 고르는 타율이 그만큼 낮아서 그렇기도 하거니와 어쨌든 많이 읽다보니 좀 까다로워진 개인 사정도 있습니다. 지는 그렇게 쓰지도 못할 거면서.
각설하고. 그렇기 때문에 마지막 장을 덮고나서 제목을 며칠간 되뇌이게 하는 책은 흔하지 않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습니다. 이 책을 발견한 것이 제게는 세잎클로버 가득한 밭에서 네잎클로버를 쥐어 보는 행운의 순간입니다. 그러니 이 기쁨을 같이 나누고 싶은 건 누구도 묻지 않지만 수다가 필요한 오타쿠의 필요충분욕구 때문이고요.ㅋㅋㅋ
책의 끝장을 덮고 카페를 나선 순간 세상이 경이에 가득차 보이던 신비가. 햇살 한 줄기마저 가슴을 벅차게 하던 그 아름다운 순간이. 단지 책 하나로 가능했다는 것을요.
그러니까 그러한 놀라움이.
유튜브에 비빌 수도 없고 그래서 그다지 재미도 없고 활자는 떠들지도 못하여 자극적이지도 않지만. 읽어도 어제의 모지란 나는 여전히 오늘도 모지랄 것이지만.
그렇지만.
그래도 웃으며 책을 펴드는 이의 자부심이 되어주는 그런 선물같은 책이라고. 꼭 이야기 해 보고 싶었습니다.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