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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토너 Jul 23. 2023

박상영 작가 모아보기

소설 세 개

 작금(昨今)의 오(吾)가 지닌 베스트셀러를 향한 불신(不信)의 세월이 무릇 기하이뇨, 오호 통재라.




 라고 수염을 쓸어보면,


 네가 뭔데?


 하시겠죠.


 그렇긴 한데요.

 ...


 이렇게 된 데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변명을 좀 해보자면.


우선,


베스트 셀러라고 집었다가 데여본 일이 너무 많은 게 가장 큰 이유입니다.

무척 오랜 세월 촘촘하게 당했어요(?).  

그렇게 망한 책을 접하고 나면 어디 대나무 숲이라도 들어가서 욕을 좀 하고 싶은 마음이 듭니다.


이 책 별로니까 사지 말라고 서동요라도 만들어야 할 것 같은, 그런 심정인데요.    


 재미 없으면 접으면 되지 '굳이...? 이 심보 뭐야?' 싶을테지만.


  못 다한 변명을 마저 하자면.


 1) 일단 전 유료독자입니다. 도서관은 조금 멀고 귀찮아요.ㅋㅋㅋㅋ 그래서 책 소비 정도는 재정이 감당 가능한 내에서 허락하기로 했습니다. 스스로에게(to me) 스스로가요(from me)...ㅋㅋㅋㅋ  책장에 물리적 공간을 차지하고 있지는 않지만 어느 정도 용량은 잡아먹어가며 전자책에 파일로 고이 모셔져 있거든요.


 2) 그리고 그렇잖아요. 야구 좋아하시는 분들이 썽내고 스트레스 받아가면서도 자신의 팀을 놓지 못하는 것처럼. 글 뭉터기와 제 사이에는 그런 깐부같은, 밉고도 고운 정이 존재한단 말입니다. 팬심같은 거예요. 원래 팬이라는 게 몹시도 사랑했다가 미워했다가 질투했다가 열광했다가 오열했다가. 잘 되면 자신의 일처럼 좋아하며 기쁨의 눈물을 흘리는, 주접의 벅찬 상태로 살아가는 존재들이란 거... 다들... 아...시......아시죠?


 2-1) 그런 팬심으로요.

 '이렇게 별로인 책이 무려 잘 팔리다니, 부들부들. 아직 사람들이 발견하지 못한 희대의 명저가 저 출판사 재고 창고 어드매에 오뉴월 미세먼지를 다 맞고 쌓여있을지 모를 일인데..' 하는 생각이 드는 겁니다. 베스트셀러는 아니지만. 그래도. 작가님께 인세를 많이 먹여드려 그 다음 작품도 영차영차 쓸 수 있게 하는 그런 책들이 분명 있을텐데요. 굳이.. 그 다음 작품이 크게 기대되지 않고 베스트 셀러까지 됐으니 자가 복제 수준의 다음 작품이 또 나올 것만 같은 쎄한 예감이 드는 그것을 굳이.. 명예의 전당(..)에 올린다는 게 좀 안타깝고 싫고(..) 그렇습니다.


 물론 그럴 만한 데(=베스트셀러가 된 데에는)는 그럴 만한 이유(=말 그대로 그럴만한)가 있는 것이다,라는 게 저의 인생지중론이지만. 이 쪽(?)에서는 그런 마음이 쉽사리 안 들어요. 지팡이 들고 훠이훠이 달려가 이것 저것 간섭 놓고 싶은 마음인 것이........어느 판이든 까빠라는 게 이래서 싫고 짜증스러운 존재...



 오늘 제가 하고싶은 얘기는 이게 아닌데. 길어졌네요.


 여하튼, 하여튼, 아무튼간에.


 이렇게 베스트 셀러를 불신하여 독서의 벽을 만든 저의 그 단단한 심보에, 함빡 부어놓은 시멘트를 뚫고 수줍게 피어난 책 몇 권이 있습니다. 약간 베시시 웃으며 올라오는 느낌 때문에 살짝 킹 받기도 해요.(=좋다는 말) 그런 작가님 한 분이 계십니다. 오늘은 그 분 시리즈를 소개해 보려구요.


   

가장 유명한 삼부작 시리즈. 다 좋지만 그래도 순서를 매겨보자면, 우측부터 일이삼.




박상영 작가님이신데요. 워낙 유명하고 매체도 많이 타셔서 새롭지 않다고 생각하실 수 있지만.

그래도 들어보세요. 원래 맛집이란 게 꾸준히 잘 돼야 가게 확장도 하고 분점도 나오고 그러는 거니까......



작가님의 책 몇 권을 통으로 꿰어 묶으면 공통점이 몇 개 나옵니다.


배경묘사가 거의 없다는 거요. 이렇게 물리 공간에 대한 묘사가 없는 책도 잘 없는데 ㅋㅋㅋ

그래서 소화가 겁나 잘 된다고 해야하나.

 

공간은 말할 것도 없고, 물건이든 하다못해 길거리 풍경이든. 관련한 설명은 아~주 조금만 존재해요.

서술 풍부한 책들에 비하면 거의 흔적기관....수준


인물 외양에 대한 묘사도 마찬가지 입니다.

부스러기 모으듯 글어모아 한 줌... 정도 되는데 그것들도 목적이 무척무척무척 뚜렷합니다.

모두 인물의 성격이나 심리를 설명하기 위한 것이거든요.


모든 작품들이 다 그렇겠지만 유독 이 작가님의 책들은 묘사라는 게 오직 그 목적만을 위해서 쓰입니다.

한 톨 허투루 없이요.   


그러니 읽다보면 군더더기가 없어요. 깔_끔.


이렇게 먼지 하나 없는데도 해학과 풍자가 넘쳐나구요, 그러면서도 문장이 가볍지 않습니다.  


이게 진짜 쉽지 않은건데.


글쓰기에서 '묘사'라는 게 그림으로 따지면 소묘같은 것이라고 들었어요.

말하자면 기초체력 같은 거겠죠. 단단해 질수록, 굳은 살이 베겨갈수록 글이든 그림이든 흔들리지 않고 버틸 수 있다는 얘기라서.. 꾸준히 연습해야 한다고. 해서 젊은 꼰대(=저)가 좋아하는 류의 어떤 인내도 좀 뭉쳐진, 그런 분야거든요.  


그런데 작가님의 문장을 보고 제가 느낀 감상은,

그런 기초 체력을 위한 지난한 훈련과정 같은 게.. 필요 없을 법한 분이었어요.


음, 그러니까.. 엄청나게 습작한 느낌은 없...고 대신 타고난 천부성 같은 게 보인다는 말입니다. 이쯤되면 뇌절일수도. 내가 잘못 안 것일수도. 내가 좁았을 수도. 몰랐을 수도.  아 진짜 너무 부럽다.ㅎㅎㅎ

  


 

이 분의 책을 펴자마자 들었던 첫 생각은.


"섬세하고 예민한 사람이 유머감각이 있는데다 재능까지 받쳐주니 문장을 이렇게 뽑는구나!" 였습니다.

문장 여기저기 타고나길 잘 쓰는 사람 특유의 감각이 계속 묻어납니다. 문장을 휴지로 찍으면 '너는 못가져 이건 내꺼다' 싶은 천부성 같은 게 있어요. 진짜로요. 제가 봤어요.  



그래서 뭘 그렇게 잘 하시냐면.


인물의 심리(라고 하면 뭔가 짜치는 표현인 것 같..지만 더 나은 단어를 모르는 제 한계..)를 독자가 잘 쫓아갈 수 있도록 포장 도로(?) 까는 걸 기가막히게 하십니다.



이것을,


유려하게, 아주 매끄럽게. 심지어 달디 달아서 어렵지도 않게, 가슴팍으로 전달하는 재주가 남다릅니다.



책 읽다보면 작가랑 주인공만 친하고 저는 왕따되는 경우가 왕왕 있는데. 이 책은 주인공과 독자를 한데 묶어 감정의 저 절벽 끝으로 밀어버리는 힘이 있어요. 분명 베시시 웃으며 올라온 책이었는데..  


카페에서 킥킥대며 웃다보면 신파도 아닌 데 시나브로 눈물이 차올라 고갤 들어-야 하는, 그런 미친 매력이 있는 책입니다. 그러니 베스트셀러가 되었겠죠..? 그렇다고 씨제이 감성을 떠올리시면.. 그 맛 아닙니다. (주의)     


수다가 길어졌네요.



결론은.. 워낙 유명한 시리즈라 다들 아시겠지만.

후루룩 짭짭 맛 좋은 라면처럼 홀라당 읽히는데 작가님이 생각보다 재능웜(worm...)이라 여운이 독하게 남고. 또 그것이 씨제이 감성은 아니므로 찍어 먹어 보시라는 이야기를,


덧붙이며 이만 정리할께요.


이 집 잘해요.



대학원 생활로.. 글 쓰기가 사치.....ㅠㅠ 흐읍...이 되어버렸지만. 책 읽기도 마찬가지이지만. ㅠㅠ

그래도 쬠이라도.. 페이퍼 쓰다 지치면 주절거리러 오겠습니다. 읽어주신 분들께 정말 정말 감사한 마음을 전해봅니다. 없는 지식의 세간살이 끌어모아 저는 다시 말하는 감자가 되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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