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생각을 파는 사람 Apr 15. 2023

돈 안 쓰고 사람들에게 마케팅 캠페인을 알리는 방법

페이드가 아닌, 논페이드 마케팅 경험 공유

#프롤로그 : 페이드보다 논페이드

제목부터 의아함이 생기실 것 같습니다. 당연하지만, 돈을 써서 매체에 노출해야 마케팅 캠페인을 원하는 타겟에게 알릴 수 있을 텐데, 어불성설 돈을 안 쓰고 마케팅 캠페인을 알릴 수 있냐는 이야기가 다소 의아하실 것 같은데요. 

(출처=토스 인사이트 “토스 리더가 말하는 PO가 꼭 알아야할 개념. https://www.youtube.com/watch?v=tcrr2QiXt9M)


매크로(거시 경제) 상황이 부정적인 요즘, 기업 내부에서 캠페인이나 이벤트 등 마케팅을 홍보하기 위해 과거처럼 많은 비용을 쓰는 것에 예민도가 점점 높아지고 있으며 온드 미디어 중심으로 효율적인 마케팅을 전개하는 것이 마케터의 미덕처럼 여겨지고 있습니다. 특히 스타트업 업계에서 페이드 마케팅에 대한 의구심이 높아지는 것 같습니다. 토스의 이승건 대표가 쏘아 올린 ‘우리 서비스의 기초 체력이 중요하다’는 ‘Carrying Capacity(한계수용능력, 이하 C.C)’란 개념도 서비스의 MAU(Monthly Active Users)가 마케팅이 아닌 상품의 역량으로 이미 정해져 있으며, C.C를 달성하는 데 있어 페이드 마케팅은 그 속도에 영향을 줄 뿐, 건강한 성장은 아니라는 인식이 기저에 깔려 있구요. 이제 페이드 미디어에 돈을 잘 쓰는 마케터보다 브랜딩이나 SNS 채널 운영, CRM 마케팅 등을 통해 우리 브랜드에 충성하는 진성유저(팬)를 확보하고 그들의 소비를 최대한으로 이끌어내는 마케터가 각광받는 흐름인 것 같습니다. 


저 역시도 타다에서 브랜드 마케터로 일하며, 마케팅 캠페인을 홍보하기 위해 예산을 넉넉하게 받아 페이드 미디어에 광고비를 집행하는 방식보다 온드 미디어나 제휴 마케팅 등 비용 효율적인 홍보 방식, 즉 논페이드 마케팅(non-paid marketing, 매체에 비용을 지불해서 광고하는 형태가 아닌, 자사가 보유한 채널을 활용하거나 제휴 마케팅을 통해 타사의 지면을 활용하는 등 광고 매체에 비용을 들이지 않는 마케팅 방식)을 적극적으로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었는데요. 이 때 제가 ‘논페이드 마케팅을 어떻게 고민하고 전개했는지’ 저의 경험을 공유하고자 합니다. 아마 저와 같은 고민을 하고 계신 분들이 많으실 것 같고, 제 경험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하며, 차근차근히 타다에서 담당했던 ‘무브로그 캠페인’을 어떻게 마케팅했는지 회고해보겠습니다.


페이드 마케팅 비용 0원

(출처= 타다 무브로그 캠페인 사이트, https://www.movelog.online)


‘익숙한 길에서의 낯선 발견’이라는 슬로건이 말해주는 것처럼 ‘무브로그(Movelog) 캠페인’은 우리가 일상 속에서 무심코 지나쳤던 이동의 순간을 조명하여, 이동할 때 여유를 갖고 주변을 바라보면 아름다운 장면들을 발견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는 캠페인입니다. 이동하는 시간이 버리는 시간이 아닌, 리프래시되는 시간이 되길 바라는 타다의 관점을 전달하기 위해 기획되었죠. 서울 도심 곳곳의 이동의 순간들을 고루 담은 숏 필름(short film) 80여 편을 제작했고, 이를 감상할 수 있는 사이트를 만들었습니다. 


지난 4월 말 런칭하여 2개월 만에 66만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했으며 캠페인을 조명하는 기사가 네이버 메인에 소개되고 여러 언론이나 트렌드를 소개하는 뉴스레터에서 무브로그 캠페인을 조명해주었는데요. 또한 많은 분들이 블로그, 인스타그램 등 SNS에 자발적으로 캠페인 경험을 공유해주셨고 “타다를 타본 적이 없어도타다를 타는 기분이 어떠한  느낄  있었다 반응이나 “영상을 보며 힐링되었다 등의 반응들을 확인할  있었습니다. 


물론 이정도의 결과물로 “대중에게 회자된, 성공 캠페인”이라 생각하며 여러분에게 소개하려는 것은 아닙니다. 보는 관점에 따라 성과가 약소하다고 볼 수 있지만, 유의미한 성과라고 판단하는 이유는 페이드 미디어에 비용을 집행한 금액이 전무했기 때문입니다. 콘텐츠 제작비 외에 홍보를 위해 비용을 지불한 건, 언드 미디어(제3자에 의해 발행되는 미디어, 인플루언서나 SNS 미디어 등)인 소수의 뉴스레터 채널과 협업한 게 다인데요. 


그렇다면 어떻게 페이드 마케팅 없이, 논페이드 마케팅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무브로그 캠페인을 알릴 수 있었을까요?


1. 고객의 예상을 뛰어 넘는, 퀄리티 높은 콘텐츠 만들어라

비용을 쏟아부어 절대적인 노출량을 높일 수 없다면, 액티베이션(활성화)과 리텐션(재방문), 리퍼럴(입소문)을 높일 수 있도록 콘텐츠 자체를 매력적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방문 유저 한 명 한 명이 최대한 체류하여 콘텐츠를 2번 3번 보게 하고, 또 방문하게 하고, 심지어 주변에 추천할 수 있게 만든다면 적은 비용으로도 캠페인을 효과적으로 알릴 수 있겠죠. 실제로 무브로그 캠페인 사이트 방문자수와 개별 영상 페이지 접속수는 7배 이상 차이가 났는데요. 이는 한 명의 고객이 여러 번 반복하여 접속하고 복수의 영상을 감상했다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고객 인게이지먼트를 높일 수 있었던 건, 콘텐츠 퀄리티가 한 몫 했습니다. 


바이럴의 기본은 고객이 예상한 것 이상의 경험을 만드는 데 있습니다. (참고 아티클 : https://outstanding.kr/forviral20220830) 고객이 브랜드가 제작한 영상을 감상하거나 브랜드가 만들어 놓은 캠페인 사이트를 접속할 때 예상하는 기대 수준, 그 이상의 경험을 만들어야 입소문이 만들어집니다. 타다팀은 다양한 시간대와 날씨, 그리고 다채로운 서울 도시의 풍경을 담기 위해 노력했고 제작기간만 약 10개월이 소요되었습니다. 그렇게 #창문밖의마천루 #비온뒤한강공원 #오후네시의서울 #퇴근길의한강다리  등등 도심 곳곳의 '익숙하지만 낯선' 순간들을 담을 수 있었습니다. 영화 같은 무드가 느껴질 수 있도록 폰트와 화면 전환 효과 등에서 묘하게 희미한 빛이 나오도록 했는데, 영사기에서 나오는 빛과 카메라의 조리개가 초점을 맞추는 과정을 모티프로 한 것입니다. 개발자와 함께 무브로그 영상을 체험할 수 있는 웹사이트를 만드는 데도 큰 공을 들였는데요. 이동의 순간과 관련된 키워드를 해시태그별, 시간대별로 볼 수 있게 만들어 원하는 키워드를 감상할 수 있게 하였고 리드미컬한 음악에 공원 소리, 도시 소음이나 빗소리 같은 엠비언트 사운드를 설정할 수 있도록 하여 개개인별 취향에 맞게 영상을 감상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무브로그 사이트를 경험한 많은 분들이 영상미를 칭찬해주시고, 무브로그 캠페인 런칭 직후 충성 고객의 리텐션이 상승하고, 다른 마케팅 캠페인보다 훨씬 적은 비용으로 홍보했지만 SNS에 공유된 수는 타 캠페인을 뛰어넘을 수 있었던 건 콘텐츠 자체의 퀄리티가 높았던 덕분이라고 생각합니다. 


2. 우리 브랜드가 가진 온드 채널을 200% 활용하라

자사 홈페이지부터 어플리케이션, SNS 등 우리 브랜드가 가진 온드 채널을 통해 캠페인을 소개하는 건 논페이드 마케팅의 기본 중 기본입니다. 그러나 단순 소개를 넘어 온드 채널 홍보도 바이럴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을 만들어줘야 합니다. 앞서 말했듯이 고객의 예상을 뛰어 넘는 콘텐츠로 말이죠. 타다가 가진 온드 채널 중에 오프라인 채널이 있었습니다. 바로 타다 넥스트라는 고객 탑승차량이 그 주인공인데요. 탑승 차량을 활용해 무브로그 캠페인을 흥미롭게 소개하고자 했고, 탑승객에게 무브로그 굿즈를 선물하는 마케팅을 전개했습니다. 


(출처= 타다 인스타그램)


무브로그 영상을 집에서 편하게 감상하시라고 홈시네마 컨셉의 굿즈를 제공했는데요. 음료를 담아 먹을 수 있는 리유저블컵(생분해가 가능한 친환경 다회용 컵)과 전자레인지용 팝콘, 그리고 캠페인 사이트에 접속할 수 있는 QR코드가 새겨진 영화 티켓으로 구성된 굿즈 박스를 탑승객에게 선물하였습니다. 예상하지 못한 선물에 탑승객 분들은 즐거워했고 무브로그 굿즈 자체에 대한 SNS 공유 게시물만 백 여건이 넘게 올라왔으며 자연스레 무브로그 캠페인도 사람들에게 많이 홍보될 수 있었습니다. 온드 채널을 엣지있게 활용한다면, 입소문의 출발점이 될 수 있는 것이죠.


3. 제휴 마케팅으로 타 기업의 미디어 지면을 사용하라

제휴 마케팅은 제휴를 하는 기업 간이 협력하여 공동으로 마케팅을 전개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당사의 장점을 상대방에게 제공하고, 상대방의 장점을 당사가 취할 수 있는데요. 개인적으로 비용을 들이지 않고, 논페이드로 마케팅 이슈를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선호하는 마케팅 방식입니다. 


(출처= 안테나 유튜브, https://www.youtube.com/watch?v=iWDsRZp2X1w)


무브로그 홍보를 위해서도 제휴 마케팅을 적극 추진했었는데요. 타다팀이 필요했던 건 제휴로 인한 마케팅 이슈 생성과 무브로그 콘텐츠를 대중에게 보여줄 수 있는 타사 미디어 지면 확보였습니다. 필요한 걸 얻기 위해 무브로그 콘텐츠를 관심있어 할 제휴처를 찾는 게 중요했는데요. 그렇게 찾은 곳이 연예 기획사인 ‘안테나’였습니다. 가수의 뮤직비디오를 무브로그 영상으로 만들어 보고싶다는 제안을 했고 ‘안테나’ 측에서 흔퀘히 수락하며 루시드폴님의 신곡(알바트로스)을 무브로그 영상으로 만드는 협업을 진행했습니다. ‘안테나’의 유튜브, SNS 채널에 무브로그 영상으로 제작된 뮤직비디오가 공개되었고 많은 사람들에게 무브로그 캠페인을 알릴 수 있었습니다. 특히 제휴 마케팅이 아니었으면 접촉할 수 없었을 음악 카테고리 관심 유저들에게 무브로그 캠페인을 알릴 수 있었다는 점이 유의미했습니다. 


그 외에도 실제 실현은 되지 못했지만 서울시의 아름다운 영상 콘텐츠가 필요할 관공서 쪽이나 퀄리티 높은 영상 콘텐츠를 필요로 하는 OTT 서비스 등과도 제휴 마케팅을 추진했었는데요. 제휴 마케팅은 기업 간의 의사결정이다 보니 긴 호홉으로 준비하고 제안해야 한다는 점을 기억해주시길 바랍니다. 


4. 캠페인을 좋아할 만한 타겟군을 집중 공략하라

최근 토스에서 리브랜딩을 알리는 마케팅 활동들을 전개했는데요. 제가 토스의 리브랜딩 소식을 알 수 있었던 건, 주변 디자이너 지인들이 본인 SNS에 업로드한 토스 리브랜딩 관련 게시물 덕분이었습니다. 제가 본 게시물은 토스가 진행한 ‘나만의 응원카드 만들기’ 이벤트 게시물로 토스의 새로운 로고 디자인이 담긴 응원카드를 SNS에 공유하는 이벤트였습니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건, 응원카드를 적극적으로 공유한 게 바로 디자이너라는 특정 직군이었다는 것인데요. 아무래도 디자이너 직군은 리브랜딩 같은 기업의 디자인 변화에 관심있게 반응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를 토스가 잘 공략했다고 생각되는데요. 이처럼 내가 준비한 마케팅 캠페인에 가장 먼저 반응할 것 같은, SNS에 공유해줄 것 같은 타겟군을 공략하는 것도 논페이드 마케팅의 좋은 전략 중 하나입니다. 


무브로그 캠페인에 가장 먼저 반응할 것 같은 타겟군은 마케터, 디자이너 직군이었습니다. 아무래도 브랜딩에 관심이 높고 고퀄리티 콘텐츠에 반응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 것이죠. 그래서 이들이 많이 보는 뉴스레터 채널과 협업을 진행했습니다. 소액의 홍보 비용을 쓴다면, 타겟이 반응할 언드 채널에 전략적으로 집행하는 것이 현명한 지출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실제 타 브랜드의 뉴스레터 협업보다 훨씬 높은 클릭율을 확보할 수 있었고 홍보 비용을 지불했던 뉴스레터 외에 다른 뉴스레터 채널들에서도 흥미로운 마케팅 사례로 무브로그 캠페인을 소개해주었습니다. 입소문을 위한 시드(씨앗)를 잘 뿌린 것이죠.



에필로그 : 늘상 마케팅 예산은 부족했습니다

늘 외로운 마케터

홍보가 필요할 때 흔히 어떤 매체를 쓸까 고민하기 마련인 데 우리가 만들 콘텐츠, 우리가 가진 채널을 활용하여 효과를 극대화는 법에 대해 고민해보는 것은 유의미하다고 생각합니다. 페이드 마케팅이라는 방식에서 벗어나서, 온드 채널 활용이나 제휴 마케팅, 언드 채널의 전략적 활용 등 다방면으로 마케터가 고민한다면 충분히 논페이드 마케팅으로도 유의미한 홍보 효과를 만들 수 있으며 마케터가 고민하는 시간만큼 그 만큼 입소문이 만들어질 가능성도 높아진다고 믿습니다.


물론 논페이드 마케팅이 말이 쉽지, 담당자의 많은 리소스가 투입되야 하는 기업 입장에서 투자가 많이 필요한 방식이기도 합니다. (오히려 미련할 수도 있죠) 저 역시도 돈 안 쓰고 무브로그 캠페인을 홍보하기 위해 수개월을 오롯이 투자했으니까요. 그렇지만 논페이드 마케팅으로 만든 마케팅 수치가 더 건강하고 유의미한 수치라는 것에는 이견이 없을 것이며 마케터라면 논페이드 마케팅을 지속 경험하고 노하우를 쌓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늘상 마케팅 예산은 부족했으며, 디지털 시대인 요즘 마케팅 효율화를 끊임없이 주문 받는 마케터분들에게 논페이드로 캠페인을 알려본 제 경험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셨기를 기대하며 이만 글을 마치겠습니다. 


지금도 부족한 예산으로 마케팅 효과를 만들기 위해 고민하고 계실 수많은 마케터분들을 응원합니다.


*아웃스탠딩에 기고한 글입니다.

작가의 이전글 브랜드 마케터가 하는 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