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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조제 Oct 08. 2020

브런치 구독자 20명 되면 파티하자!

파티까지 +2명 남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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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편이 아내에게 말했다.

ㅡ브런치 구독자 20명 되면 파티하자!


  앞서도 말했듯 남편은 파티, 기념일 챙기기 등과는 거리가 매우 먼 사람이다. 결혼 전 대부분 필수 절차처럼 치르는 프러포즈도 부부에겐 없었다(이전 글 <사람들이 기념일을 왜 챙기는지 알 것도 같네요> 참고).  챙기는 기념일이라곤 유일하게 생일인데 그마저도 남편은 아내가 일하는 학교 교무실로 꽃다발을 배송시키는 참사를 저질렀다. 다행히도 교무실을 찾아 헤매던 꽃집 사장님의 전화로 아내가 중간에서 꽃다발을 인터셉트해 화장실에 숨겨놓긴 했지만 말이다. 그런데 그런 남편의 입에서 브런치 구독자가 20명이 되면 파티를 하자는 말이 나왔으니 아내는 깜짝 놀랐다. 아내는 구독자가 한 명씩 늘 때마다 자신이 얼마나 남편에게 호들갑을 떨었으면 남편이 저런 말을 할까 싶어 조금 민망하기도 했다.


ㅡ정말? 20명까지 별로 안 남았어. 나 벌써 구독자 16명이야~

최근 아내가 쓴 글이 카카오톡 #뉴스에 올랐다. 카카오톡에 글이 뜬 것을 먼저 발견한 건 아니고, 갑작스레 천 단위씩 계속 오르는 조회수를 수상히 여겨 아내가 역추적해 찾아내 알아낸 것이다. 아내가 글을 올린 지 오분도 안되어 조회수는 1000명에서 2000명으로, 2000명에서 3000명으로 오르더니만 순식간에 만 명을 돌파했다. 어쩌다 잠시 #뉴스에 걸리게 된 것이겠지만 폭등하는 조회수를 지켜보며 아내는 마냥 신기했다. 아내가 팔 년 가까이 이런저런 쪽글을 쓰며 운영해온 블로그도 방문자가 올해 갓 삼만 명을 넘었는데, 카톡 #뉴스에 걸리니 순식간에 조회수 삼만 이라니.


ㅡ여보!! 내 글이 카카오톡 #뉴스에 떴어. 조회수가 막 계속 올라간다?

ㅡ오 정말? 그럼 구독자도 좀 늘었어?


 남편의 질문이 공격으로 느껴질 만큼 구독자 수에는 변함이 없었다. 글이 사람들이 자주 보는 카카오톡 뉴스 탭에 걸렸으니 손가락에 치여서라도 가볍게 눌러볼 것이고, 그러니 조회수가 오르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그 수많은 조회수 중 글을 처음부터 끝까지 제대로 읽은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 백 명은 될까?’하고 아내는 생각했다. ‘재미있었다면 구독자가 늘었을 텐데 조회 수만 많고 구독자는 늘지를 않네. 내 글이 별로인가..’ 이런 생각에 미치니 아내는 설렘은 오히려 실망으로 바뀌었다.


  그렇지만 전혀 반응이 없었던 건 아니다. 외부에 노출이 많이 된 덕택도 분명 있었다. 시간이 조금씩 지나며 조회수 대비 매우매우매우매우 낮은 비율로 세네 분 정도가 구독을 해주셨다(조회수 대비 약 만 분의 일의 비율이다). 또 아내가 쓴 글에 댓글을 달아주신 분도 계셨다. 부부가 겪은 첫 명절에 대해 쓴글이었는데 거기에 어떤 분께서 아내와 며느리로 사느라 본인의 삶을 제대로 누리지 못한 한 서린 마음을 담아 긴 댓글을 남겨주셨다. 아내는 얼마나 털어놓고 싶은 이야기였으면 이 좁은 댓글창에 본인의 인생사를 털어놓으실까 싶어 한참이나 마음이 쓰였다. 결국 아내가 잠들기 전 그 분을 위해 기도까지 했다면 그 분이 믿으실까? 인스타그램을 하면서도 진짜 ‘좋아하는’ 게시물이 아니면 절대 좋아요를 누르지 않는 성격의 아내기에, 이 같은 관심과 구독자 수의 증가는 더욱 소중하게만 느껴졌다.


  애초부터 대단한 걸 기대하고 시작한 건 아니여서 일까? 만 분의 일 확률로 구독을 눌러주시는 구독자님의 증가는 아내의 삶에 작지만 소중한 활력이 되고 있다. 빠른 속도로 반복되는 요일 속 부부의 틈새 글쓰기는 일상에 새로운 색깔들을 입혀가고 있는 듯 하다. 앞으로도 부부의 소소한 이야기를 그저 꾸준하게, 놀러 온 손님에게 작은 소반에 귤 몇 개 내어드리듯 적어나가야겠다고 아내는 다짐했다. 그리고 자기 전, 아내는 얼른 파티를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기도했다.




신기해서 바로 화면 캡쳐를 해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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