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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윤 Feb 19. 2022

아싸가 되어야 하는 이유

나다움 찾기


가끔 나혼산을 챙겨본다. 애주가인 key의 삶을 들여다보던 패널들이 감상을 나눈다. 전현무 씨가 말한다.

 나는 와인냉장고 속에 와인이 썩고 있어.

전현무 씨는 트렌드에 민감해서 남들 사는 거 따라 샀는데, 정작 본인은 술을 즐기지 않는다고 했다.

그랬더니, 옆에 있던 패널이 말했다.

왜 남의 인생을 사시나요?
본인 인생 사세요.

그냥 껄껄 웃고 지나갔는데, 씁쓸했다… 내가 당근 마켓에서 열심히 팔고 있는 물품이,,, 가엽게도 전현무 씨처럼 광고에 부응하기 위해, 혹은, 남들이 다 있기에 산 물건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어떤 회차에서는, 전현무 씨랑 성훈 씨랑 차를 타고 운동하러 가고 있었다. 전현무 씨가 말했다.


나는 운동이 너무 싫어.
아파서 싫어. 남들 하는 거 다해봤는데
근육통이 싫어서 다 관뒀어

이어서

그래서 그런 스포츠용품
다 중고마켓에 팔고 있어.

그랬더니, 성훈 씨가 말했다.

그러면 평소에 뭐해?
죽는 날만 기다리는 거야?




 코로나 이전에, 부르는 모임 다 나가서 놀았다. 정보에도 민감한 편이고, 고립되고 싶지 않았다.

사람 사이에 끼어있으면 즐겁기도 하지만, 괴로운 점도 따라왔다. 언제나 갈등이 있고, 맞춰주는 것도 한계가 있는 관계도 많았다. 그리고, 사람이 모인 곳은 항상 사건이 있다. 그 사건에 휘말리면 아주 피곤하다. 나를 잘 아는 친구는 내가 괴로워하는 걸 보고, 충고했다.

개랑 늑대 유전자 거의 일치하는 거 알아?
3%밖에 차이 안 난대.
개는 늑대과인데, 유전자 변이로
생겨난 종이라는거지.

이어서

그렇게 스트레스 받을거면
늑대처럼 삶의 방향을 틀어봐.

 어처구니가 없었다. 우리의 갱아쥐가 얼마나 사랑스러운데, 반발심이 들었다. 그래도 어느정도 수긍했다. 마침, 코로나라서 약속도 없고, 실업자여서 돈도 없었다. 이참에 한정적인 시간과 돈을 운동과 독서에 투자하자고 다짐했다.


 [ 나다움이란 뭘까? ]

전현무씨는 엄친아다. 학력도 좋으시고, 돈도 잘 벌고 유능하다. 그것과 별개로 자신의 취향도 잘 모르고, 자신을 돌보는 일에는 서투른 모습이 가감없이전파를 탔다. 나다움은 나이와 재산과 관련이 없는 것인가? 완벽해보이는 전현무씨에게 인간미가 느껴져서 좋았고, 불혹을 지난 나이에서도 나다움을 찾아가는 여정이 빛난다. 나혼산 보다보면 저런 포인트가 재밌다. 예의없는 지적일수도 있지만, 어느정도 현대인의 단상을 비판한다. 힙같은 소리 하지마라고. 나다우면서 힙할 수 있는 삶은 없다고.



[“인기있음”과 “진실”은 양립할 수 있을까? ]

인싸의 삶을 욕망하며, 인싸가 지루했다. 오히려 내가 유심히 관찰했던 친구들은 아싸인 친구들이었던거 같다. 적어도 그 친구들은 자신에게 오롯이 집중하고 있었다. 보여주기 삶이 아닌, SNS마저 등지고, 덕후의 삶을 살고있다. 사회성이라고 부르는 가식도 덜 해서 진솔하다. 나도 코시국을 맞아서 아싸의 삶으로 전향하고 싶다. 어차피 인생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 아닌가?


어느 사회나 구성원이 타인으로부터 의심을 받지 않고 따돌림을 당하지 않기 위해서는 어떤 것을 믿어야 하고 어떤 식으로 행동해야 한다는 관념들이 있게 마련이다.
소크라테스는 인간 존재란 살다 보면 잘못된 길로 접어들 때도 있기 때문에 간혹 자신의 관점에 대해 의문을 품어야 한다는 점을 자연스레 인정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는 진실과 인기 없음의 관계에 대한 우리의 판단을 바꾸는 게 결정적인 요소를 하나 더 덧붙였다. 다름 아니라, 우리의 사고와 삶의 방식이 어떤 반대에 봉착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그것을 그릇된 것으로 확신해서는 절대로 안 된다는 가르침이다.
 우리를 초조하게 만드는 것은 우리에게 반대하는 사람의 수가 아니라, 그들이 그렇게 하면서 내세운 이유들이 얼마나 훌륭한가라는 점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인기 없는 현상 그 자체에 초점을 둘 것이 아니라 인기를 잃게 된 배경에 대한 설명에 주목해야 한다.
 하지만, 슬프게도 우리는 이와의 정반대의 경향으로 괴로워하는 것 같다. 모든 사람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그러다가 자신에게 호의적이지 않은 말이나 빈정거리는 의견이라도 들으면 금방 당황하게 된다. 그러면 우리는 자신에게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위안이 되는 질문을 던지는 데 실패하고 만다.
 우리는 진솔하고, 치열하게 사고하는 비평가의 반대와 그저 염세와 질투심에 사로잡혀 행동하는 비평가의 반대를 똑같은 비중으로 취급하려 하는 것이다.
 진정한 체면은 다수의 의지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적절한 논법에서 나오는 것이다.
우리는 친구의 우정 어린 충고 대신에 캐시미어 카디건을 구입한다. 우리가 진정으로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은, 에피쿠로스의 표현을 빌리자면,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사람들의 '쓸데없는 의견'들로 인해 더욱 악화된다. 그런 의견들은 우리에게 필요한 것들의 우선순위를 반영하지 못하고, 호화스러움과 부만을 내세울 뿐, 우정이나 자유, 사색은 좀처럼 반영하지 않는다.
 영리를 추구하는 기업들이 우리를 유혹하는 방식을 보면, 우리에게 진정으로 필요하지만, 까마득히 잊고 있었던 그 어떤 것과 잉여 생산품을 교활하게 연결시키는 전략을 활용한다.

-<젊은 베르테르의 기쁨>알랭드보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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