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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윤 Jan 14. 2022

덕선이 남편은 도룡이가 되길 바랐다.

어남택과 어남류는 차선책이어야 했다.


이렇게 추운 겨울이 찾아오면, 응팔이 떠오른다.

응팔이 방영할 당시에, 나는 대학교 기숙사에 거주하고 있었다. 그해 겨울은 유독 추웠다. 기숙사가 외풍까지 불어서 무척 곤욕스러웠다. 입 돌아갈 거 같은 상황에서 전기장판 틀어놓고 이불속에서 응팔을 챙겨보곤 했었다.


이 드라마가 좋았던 또 다른 이유는 그다음 해에 입사해서 만났던 부장님이나 차장님과 같은 어르신들과 식사하면서 스몰 토크하기에도 좋았다. 그분들이 살아오셨던 시대를 고증한 드라마여서 소소한 소품이나 디테일을 눈에 담아두었던 게 쓸모가 있었다. 드라마도 실생활에 유용할 수 있음을 새삼 깨달았다. (사회성 +1 획득)



방영할 당시에, 사람들의 뜨거운 화제는 덕선이 남편이 도대체 누구일까? 였다.

(상에 집착하던 당시에는 류준열같이 생긴 얼굴을 좋아해서 어남류를 외쳤다.)

그런데, 이제는 기준이 명확해져서 그런지, 생각이 바뀌었다. 어남류가 차차선책으로, 제일 순위권 바깥으로 밀린다.


3위 , 어남류

극 중 류준열은  고경표와 함께 우등생이다. 한국에서 공부 잘하는 남성들은 재미가 없을 확률이 높다. 재미만 없으면 훌륭하다. 사고가 편협하면 옆에 있는 사람도 미쳐버린다. 이미 그들에게는 사회에서 바라는 최고의 역할이 주어졌고, 그간에 자신이 가졌던 태도와 습관의 당위성마저 생겨 버렸다. 나의 존재가치 부정해가면서 존중해주거나, 내가 더 높은 사회적 지위를 획득해서 피력해야 한다. 따라서, 그냥 친구로 두는 게 제일 좋다.


2위 , 어남택

그다음 차선책이 어남택이다. 모성애를 자극하는 바둑천재로 나온다. 이것도 단편적으로는 위험해 보인다. 택이가 외유내강이면 모르는데,,, 현실적으로 인과관계가 명확하지 않은 뜬구름과 같은 캐릭터이다. 작가의 의도처럼 이창호 구단이 모델이라면 멋있는 캐릭터이긴 하겠다. 이창호 구단은 우월감 없이 바둑에 임하는 레전드 바둑천재로 평가받는다.


1위, 도룡이

내가 동룡이가 제일 좋은 이유는 다음과 같다.

일단, 공부는 못하는데, 살아가는 방법을 안다.

대다수의 사람은 공부도 못하고, 돈도 못 벌면서, 정신도 건강하지 않을 확률이 높다. 엄격한 아버지와 바쁜 어머니 사이에서 자란 동룡이야말로 환경을 극복한 사기 캐릭터이다. 자신의 슬픔을 타인에게 전가하지 않고, 오히려 사람들을 기쁘게 만들어 주는 유머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덕선이를 강하게 만들어 주는 인사이트를 제공한다.







난 사랑받을 자격이 없는 여자인가 봐

덕선이는 사랑받고 싶어서 울고 있었다.


동룡이가 슬며시 덕선이 옆에 앉아서 말을 한다.

요즘 애들은 근의 공식만 알지,
인생을 몰라요

이어서

덕선아, 넌 어떤데?
다른 사람이 좋아하는 거 말고 너,
네가 좋아하는 사람이 누구냐고...
남이 널 좋아하는 거 말고
네가 누굴 좋아할 수도 있는 거야




해가 지날수록 전남친은 떠오르지도 않는다. 나에게 새로운 관점을 열어줬던 귀인들만 생각난다. 그때, 그 사람을 안 만났다면 지금 내 인생이 더 후졌겠지. 안도하면서 감사하다. 나 또한 내가 받은 혜택을 다른 사람과 세상에 나누어야겠다.


동룡이같은 사람을 만날 일이다. 아니면 자신이 동룡이가 되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나와 같은 동룡이를 덕선이에게 권장하고 싶었다. ( 켛 )



원래 사랑은 특정한 사람과의 관계는 아니다. 사랑은 한 사람과, 사랑의 한 ‘대상‘과의 관계가 아니라 세계 전체와의 관계를 설정하는 ’태도‘ 곧 ‘성격의 방향’이다. 어떤 사람이 다른 한 사람만 사랑하고 타인에게는 무관심하다면, 그의 사랑은 사랑이 아니라 SM(공서적애착)이거나 확대된 이기주의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사랑은 능력에 의해서가 아니라 대상에 의해서 성립된다고 믿고 있다. 사실상 그들은 심지어 그들의 ‘사랑을 받는’ 사람을 제외하고는 어느 누구도 사랑하지 않는 것이 그들의 사랑의 강렬함을 입증하는 길이라고 믿는다는 오류가 생긴다. <에리히프롬_사랑의 기술>
사랑받지 못한다는 느낌 때문에 사람은 여러 가지 태도를 취하게 된다. 사랑을 얻기 위해 유달리 친절한 행동을 하는데 필사적인 노력을 기울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방법으로는 성공을 거두기 어렵다. 그렇게 친절을 베푸는 것은 그 동기가 상대방에게 간과되기 쉬운데, 인간의 본성은 사랑을 조르지 않는 사람에게 가장 쉽게 사랑을 베풀도록 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친절한 행동의 대가로 사랑을 사려고 애쓰는 사람은 은혜를 모르는 배은망덕을 경험하면서 환멸에 빠지게 된다. 그는 자신이 대가를 치러서라도 얻으려고 애쓰는 사랑이 자신이 베푸는 물질적 혜택보다 훨씬 값진 것이라는 생각을 전혀 하지 못하지만, 사실상 그의 행동은 이런 생각을 전제로 하고 있는 것이다.  자신이 사랑받지 못한다는 것을 알고 세상에 앙갚음하려는 사람도 있다.
위대한 사랑이 어떤 것인지 정의하기란 쉽지 않다. 사랑에는 보호적 요소가 있기 때문이다. 사랑하는 사람이 겪는 상처에 무관심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현실적으로 발생한 불행에 대해서는 아픔을 나누어야 하지만 불행을 당하지나 않을까 하는 걱정은 사랑에 있어서 가능한 작은 역할을 해야 한다. 다른 사람에 대한 지나친 걱정은 자기 자신에 대한 지나친 걱정에 비해 크게 나을 것이 없다. 게다가 그것은 소유욕의 위장한 형태인 경우가 많다. 그런 태도가 의도하는 것은 두려움을 불러일으켜 상대방에 대한 보다 완전한 지배권을 획득하는 데에 있다. 이것은 남자들이 겁 많은 여자를 좋아하는 여러 이유 중의 하나이다. 남자는 여자를 보호하는 과정에서 그 여자를 지배하는 것이다. 아무런 상처 없이 견딜 수 있는 고통은 과연 어느 정도냐는 것은 그 사람의 성격에 따라 다르다. 대담하고 모험적인 사람은 아무런 상처 없이 엄청난 고통도 극복할 수 있지만, 겁이 많은 사람에게는 이런 기대를 버리도록 경고해주어야 한다.  
대개 여성은 성격에 끌려 어떤 남성을 사랑하지만, 남성은 외모에 반해서 어떤 여성을 사랑한다. 이러한 점에서 남성은 여성보다 뒤떨어진다. 남성들이 흡족하다고 여기는 여성의 특성은 여성들이 흡족하게 여기는 남성의 특징보다 바람직 못하다. 좋은 성격을 가꾸는 일은 아름다운 외모를 가꾸는 것에 비해서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이런 면에서 여성은 외모를 잘 가꾸지만, 남성은 좋은 성격을 기르기 위해 필요한 과정을 이해하고 추구하는 데 있어서 여성보다 뒤떨어진다. <버트런트러셀_행복의 정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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