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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바웃디엑스비 Jul 15. 2021

두바이에서 술 안 마시고 취할 수 있는, 나이트자 카페

힙터짐을 경험하고 싶다면 이곳으로

나이트자는 술을 팔지 않지만 힙한 bar 같은 분위기에서 커피를 술처럼 즐길 수 있는 카페다.


나이트자는 공장 건물을 개조해서 갤러리와 카페가 있는 알썰카일 에비뉴 (Alserkal Avenue) 안에 있다. 알썰카일 에비뉴는 뉴욕의 첼시 같은 곳이다. 그래서 카페 안으로 들어오면 두바이가 아닌 다른 도시로 여행 온 느낌이 난다. 햇빛이 쨍쨍하고 큼지막한 공장 건물들이 있는 바깥세상과 굉장히 다르게 나이트자는 어둡고, 좁지는 않지만 아기자기하다.


아직 가보지는 않았지만 런던의 나이트자와 비슷한 느낌을 내려고 한 거 같다. 여기서 일하는 바리스타나 스텝분들도 두바이가 아닌 것 느낌을 준다. 두바이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하이 마담”이 아닌 “요! 왓업, 렛 미 겟유 썸 스터프” 느낌.


크지 않은 공간이지만 커다란 스피커가 여러 개 달려있는 것도 인상적이다. 자리에서 일어나 춤추고 싶은 음악이 아니라 앉아서 살짝살짝 몸을 들썩거리게 하는 그런 음악을 주로 틀어준다. 음악 소리는 너무 크지 않아서 이야기 나누기에 딱 적당하다. 울림이 좋은 스피커 한 두대로 공간을 지배하지 않고, 스피커를 여러 곳에 많이 배치해서 수다가 중심, 음악이 배경이 되도록 한 게 너무 좋다. 클럽이나 bar 느낌이지만 카페라는 공간에 충실한 브랜딩인 것.


Nightjar는 쏙독새라고 하는 밤에 주로 활동하는 야행성 새인데 작은 몸집에 비해 아주 큰 입 때문에 밤 항아리(Nightjar)라는 이름이 붙여졌다고 한다. 처음에는 바가 아닌 카페에 Nightjar라는 이름이 그다지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야행성인 새 이름은 bar와는 잘 어울리지만 10시부터 7시까지 오픈하는 카페와는 좀 거리가 있어 보였다.


하지만 나이트자에 앉아서

커피 한잔을 마셔보면 음식을 먹어보고 싶고,

음식을 먹어보면 디저트도 맛보고 싶고,

디저트를 먹다 보면 커피를 또 한잔 시키고 싶어 진다.

어쩌면 이곳은 Nightjar의 야행성보다는 작은 몸집에 비해 큰 입(식욕)을 가진 부분에 포커스를 두고 브랜딩 한 건 아닐까.


풀네임 Nightjar Coffee Roaster에서 알 수 있듯이 커피콩을 직접 볶는다. 그래서 커피 종류도 많고 커피가 정말 맛있다. 특히 Bar처럼 맥주 탭을 두고 nitro 커피, 콜드 브루, 콤부차를 제공하는 것도 독특하고 재밌다. 윤식당 스페인 편을 보고 난 이후 코르따도가 메뉴에 있으면 무조건 시키는데 이곳 코르따도는 약간 카라멜 맛이 살짝 나서 그게 또 매력이다.


음식 가격은 카페 치고는 살짝 비싼 편이다. 그렇지만 먹어보는 순간 비싸다고 생각한 시간이 아까울 정도로 맛있다. 사람이 많아서 그런지 음식은 나오는데 시간이 좀 걸리는 편이니까 우선 커피를 주문하고 셀카를 찍는 걸 추천한다. 어둡지만 자연광이 잘 들어서 막 찍어도 예쁘게 나오는 셀카 맛집이다.



나이트자의 힙터지는 분위기를 가장 잘 표현한 메뉴를 하나 고르자면 shakerato. 에스프레소에 오렌지 향이 듬뿍 나는 꿀을 넣고 칵테일처럼 흔들어 만든 음료인데 묘하게 술 같다. 오렌지 꿀도, 에스프레소도 아주 찐해서 한 번에 벌컥벌컥 마실 수 없다. 그리고 벌컥벌컥 마시기엔 가격이 꽤 비싸다. 술은 잘 모르지만 살짝살짝 한 모금씩 음미하면서 마시는 브랜디 같은 느낌이다.


이 분위기에, 음악에, shakerato 한 모금씩 마시다 보면 bar가 아니고, 술도 아닌데 살짝 취한 듯 안 취한 듯 몽환적인 느낌도 난다.


술을 안 마셔도 기분 좋게 분위기에 취할 수 있는 곳, 브랜딩이 공간과 경험에 잘 녹아든 곳. 호텔이 아니면 알콜 라이센스 발급이 까다로운 두바이의 지역적인 특색을 단점이 아니라 장점으로 발전시킨 곳. 이런 곳이 두바이에 더 많아지면 좋을 것 같다.


@NightjarCoffee

#두바이까페 #두바이커피 #두바이맛집 #술보다커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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