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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바웃디엑스비 Oct 19. 2021

두바이 부동산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얼반

세입자도 집주인도 모두 해피한 부동산 앱

두바이에서 집을 렌트하는 과정은 한국과 비슷하다. 

  

1. Dubbizle, Property Finder, Bayut 같은 부동산 웹사이트에서 살고 싶은 동네의 매물을 검색한다.

2. 마음에 드는 매물이 있으면 담당 부동산에 연락해 뷰잉을 요청한다.

3. 두바이도 한국처럼 공동 중개가 가능하기 때문에 마음에 들면 뷰잉 하는 날 계약까지 일사천리로 진행될 수 있게 필요한 서류를 미리 준비한다. 필요한 서류는 Emirates ID 사본, 여권 사본, 비자 사본, 체크 (Cheque)

4. 부동산 에이전트와 약속을 잡아 렌트할 집을 보고, 수리할 부분이 있는지, 조건이 맞는지, 집에 문제가 생겼을 때 누구와 연락하면 되는지, 네고가 가능한 부분이 있는지 등등을 확인한다.

5. 요즘은 공급이 수요보다 많아서 네고하기 훨씬 수월하겠지만, 집이 마음에 든다면 계약서 싸인하기 전에 디파짓 (1년 렌트비의 5%)을 걸기도 한다.

6. 조건이 맞아 계약하게 되면 계약서에 싸인하고, 첫 달 렌트, 브로커 비용 (1년 렌트비의 5%), Ejari 등록 (세입자 등록) 비용 등을 체크로 준비한다. 디파짓을 미리 내지 않았다면 디파짓도 함께 준비하고 미리 다음 렌트 체크를 써서 주기도 한다.

7. Ejari 등록을 확인하고 DEWA (전기, 상하수도 및 관리비)를 연결한다. 전 세입자가 마지막 DEWA 비용을 내야지 새로 등록할 수 있는데 안 내고 갔다면 부동산에 알려 해결해야 한다.

8. 열쇠를 핸드오버 받는 날, 집 상태를 꼼꼼히 체크하고 망가지거나 금이 간 부분은 미리 사진으로 찍어 부동산 에이전트와 공유한다.

9. 이사 전에 Move-in permit을 신청하고, 통신사에 연락해 인터넷 연결 스케줄을 잡는다.

10. 집주인이 두바이에 없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집주인이 싸인한 계약서를 나중에 받기도 한다.


10년간 3번의 이사를 하는 동안 크게 짜증 나는 일 없이 나름 순탄하게 집을 찾고 이사를 다닌 편이지만 그래도 기억에 남는 어이없는 일들이 몇 번 있다. 한 번은 뷰잉을 약속했는데 부동산 에이전트가 연락도 없이 잠수를 탔다. 또 다른 부동산 에이전트는 웹사이트에서 본 집과 아예 다른 구조의 집을 보여주고 사진은 그냥 illustration purpose only라고 아무렇치도 않게 말해서 내 시간을 낭비하기도 했다. 가장 짜증 나고 화나게 했던 건 집 뷰잉 후 계약하려고 하니까 웹사이트에 쓰여있던 렌트비보다 훨씬 더 많은 금액을 부르던 부동산 에이전트였다. 프로세스도 프로세스지만 사람 스트레스가 진짜 컸다.


여긴 원래 이런 건가. 내 나라가 아니니 꼬치꼬치 따져 묻지도 못하고 집 없는 외노자의 서러움이니 하며 그냥 그러려니 했는데, 이렇게 시간 낭비, 체력 낭비를 남발하는 부동산 프로세스를 바꾸고 두바이에서 렌트를 하면서 겪는 짜증 나는 모든 일을 해결하고자 하는 스타트업이 등장했다. 그게 바로 Urban이다.


Urban은 주유 배달 서비스인 Cafu CEO로도 알려진 두바이 벤처 사업가인 라쉬드 알구레아가 나서서 런칭한 부동산 스타트업이다. 이미 많이 사용 중인 Dubizzle, Property Finder, Bayut과는 결이 좀 다르다. Urban은 (직방과 같은) 온라인 마켓 플레이스가 아니라 온라인 부동산 에이전시.


Urban은 오프라인에서만 이루어졌던 두바이의 집 렌트 과정과 프로세스를 모두 온라인으로 바꾸는 일을 가장 먼저 시작했다. 집을 사지 않고 렌트 중인 인구는 두바이 거주민의 약 70프로. 이 많은 사람들이 매번 집을 찾고 계약할 때마다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기존의 프로세스를 무한 반복하고 있던걸 그냥 앉아서 볼 수 없었던 Urban은 21세기 디지털 시대에 맞춰 필요한 서류들을 종이 대신 모두 앱 안에서 간단하게 사진 올리는 것으로 바꿨다.


Urban이 또 해결하고 싶었던 부분은 세입자가 집을 찾는 과정. 어디든 비슷하겠지만 집 렌트하는 과정은 오랫동안 세입자 입장이나 편의보다는 공급자 편의에 맞춰져 있는 게 현실이다. 그래서 중개비를 집주인에게서 5프로, 세입자에게 5프로를 받아도 세입자 입장은 왠지 항상 갑이 아니라 을인 느낌인 거다.


양심 없는 부동산 에이전트가 올리는 가짜 리스팅, 허위 매물 때문에 시간과 체력 낭비에 마음에 상처까지 입는 세입자들을 위해 Urban만의 매물 검수 시스템을 만들었다. 물론 Urban이 아닌 다른 플랫폼에서도 자체 검수 시스템이 있기 때문에 아주 새로운 기능은 아니다. 그렇지만 부동산 에이전트나 에이전시가 내는 광고비용이 주 수익인 온라인 마켓 플레이스는 아무리 허위 매물을 규제하려고 노력해도 완벽하게 없애기 어렵다.


반대로 Urban은 온라인 부동산 에이전시라서 세입자가 집을 계약하게 되면 (다른 부동산들과 똑같이) 1년 렌트비의 5%를 수수료로 가져간다. 집주인이 Urban을 통해 세를 주고 싶다면 Urban 현장팀이 직접 방문해서 인스펙션을 한다. 집 안 구석구석 사진을 찍고, 내부 상태를 눈으로 확인하고 별점으로 컨디션 상태를 표기한다. 또 집 내부 구조를 3D로 만들어 온라인에서도 집안을 걸어 다니며 뷰잉을 하는듯한 버츄어 투어 기능도 제공한다. (버츄어 투어에는 내부 길이를 잴 수 있는 기능이 있는 것도 굿!)

Urban에서는 매물 당 단 한 개의 리스팅만 허용하고, 올라온 모든 매물에는 디지털 도어락이 설치되어 있어서 직접 집을 보고 싶다면 내가 원하는 시간에 예약하고 간편하게 앱으로 문을 열고 얼마든지 집을 꼼꼼하게 살펴볼 수도 있다. 가장 매력적인 기능은 렌트비를 Cheque 대신 다달이 체크카드나 신용카드로 지불하는 옵션이다. 좀 괜찮다 싶은 집은 1 Cheque이나 2 Cheque인 경우가 많아서 집세 나가는 달은 외식 금지, 쇼핑 금지하며 허리띠를 막 졸라맸었는데 Urban에서 계약하면 이런 부담도 줄어드는 거다.


Urban 앱을 다운받거나 웹사이트를 보면 기존의 부동산 플랫폼들과 다르게 쇼핑하는 듯한 느낌을 준 인터페이스도 Urban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특징이다. 다른 플랫폼들이 검색에 최적화됐다면 Urban은 검색+구매까지. 렌트비 최소 및 최대 설정, 방과 화장실 개수, 면적 선택은 당연히 가능하고, 가격을 월 단위 또는 년 단위로 설정해서 볼 수도 있다. 마치 부킹닷컴에서 숙소를 고르듯이 지도로 원하는 지역에 올라온 매물을 한 번에 볼 수 있는 기능도 좋다.

지역별 분류 말고도, 지금 계약하면 5천 디람 할인하는 집, 중개비 무료인 집, 중개비 20프로 할인 중인 집, 메인터너스가 무료인 집, 이사 비용이 무료인 집, 첫 달 렌트비가 무료인 집, 이사 나갈 때 페널티가 없는 집, TV와 와이파이가 무료인 집, 천고가 높은 집, 바닷가가 보이는 집 등등 쇼핑하는 느낌이 나게 분류를 해놓은 것도 Urban에서 계약하고 싶게 만드는 포인트다. 뿐만 아니라 원하는 렌트 금액으로 낙찰받을 수 라이브 옥션 기능도 있다. 이 외에도 몇 년도에 지어진 건물인지, 어느 회사에서 만들었는지, 매물은 몇 층 인지도 표기하고 집주인이 제시하는 계약 내용도 계약하기 전에 미리 다운 받아 확인할 수도 있다.


Urban의 가장 큰 아쉬운 점은 아직 매물이 많이 없다는 것. 약 300개 정도의 집이 올라와 있는데 그중 대부분은 한국 사람들이 선호하는 지역이 아니라서 더 아쉽다. Urban이 좀 더 성장하고 커져서 더 많은 지역과 매물이 올라와서 내년엔 꼭 Urban과 집 계약하고 싶은 마음이다.


그러다 문득 내가 집주인이라면 세입자에게 이렇게 친절하고 진심인 Urban과 과연 계약을 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글로벌한 프랜차이즈 부동산부터 직접 건물을 짓고 관리까지 해주는 부동산도 있는데 굳이 Urban을 쓸 이유가 있을까 하는 마음에서였다.


찾아보니 세입자뿐 아니라 집주인에게도 편리한 기능들이 꽤 있다. 나는 집주인의 마음을 알리가 없지만 집주인의 마음도 세입자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한다.


집주인이 Urban을 통해 세입자를 구하는 경우,

Urban 현장팀이 집에 방문해 인스펙션을 하고, 필요하다면 (추가 비용이 발생하는) 청소와 수리도 한다. 내부 사진을 찍고 디지털 도어락을 설치하고 버츄어 투어 기능도 만든다. 디지털 도어락 덕분에 뷰잉 빈도를 올리기 위해 여러 부동산 에이전트와 계약할 필요도 없고, 언제 누가 몇 시에 뷰잉을 했는지 앱에서 간편하게 체크가 가능하다. 계약이 성사되면 Urban 현장팀이 디지털 도어락을 철거하고 원래 있던 도어락으로 복구한다.

또 세입자와 관련된 서류도 앱에서 확인할 수 있고, 집세도 번거롭게 체크를 받아 은행 계좌에 넣는 방식 대신 지정된 계좌로 바로 입금이 된다고 한다. 추가 비용을 내면 집수리 및 관리도 가능하고, 집이 여러 개가 있다면 앱에서 한눈에 현황을 확인할 수 있는 부동산 포트폴리오 기능도 사용할 수 있다고 한다.

기존 부동산 시장의 패러다임을 완전히 바꾸고 더 투명하고 효율적인 두바이 부동산 시장을 만드는, 세입자도 집주인도 모두 해피한 온라인 부동산 Urb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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