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석유인간 May 19. 2020

왜 세상엔 이렇게 이상한 사람이 많은 거야?

살면서 가끔은 절대 이해가 안 될 정도로 이상한 사람을 만난다. 친구들과의 술자리에서 평소보다 열변을 토하게 됐다면 보통 그런 이상한 사람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았기 때문인 경우가 많다. 또한 아무 생각 없다가도 친구들의 그런 얘기를 듣노라면 내 주위의 이상한 사람들이 스쳐간다.


시키는 대로 했을 뿐인데 왜 그렇게 했냐며 딴소리하는 상사, 요청사항에 절대 답장을 안 하는 옆 부서 직원, 한 얘기를 수도 없이 반복하게 하는 후배, 자꾸만 업무를 깜박하는 동료, 은근 반말하며 깔보는 동기, 뒤에서 내 욕을 하고 다니는 동료, … 직장에선 새고 새서 누구의 주변에나 이런 사람들이 있다.

꼭 가까운 사이가 아니더라도 이상한 사람은 너무 많다. 집 하자를 내 탓으로 돌리며 딴소리하는 집주인, 인사를 한 번도 안 받아 주는 편의점 사장님, 대낮에 술에 취해 비틀대며 가는 아저씨, 등등. 한 번은 출근길에 그저 길을 지나가는데 욕을 하는 아줌마도 있었다.  


아무리 똑바로 평범하게 살려고 노력해도 이런 특이한 사람들 때문에 좌절을 맛보곤 한다. 그래서 나의 경우 지금까지 만나온 ‘그분들’을 떠올리면 왜 세상엔 이렇게 이상한 사람이 많은 거야?(한숨)’라는 물음으로 귀결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다 최근에 일종의 결론에 도달했는데, '이 세상엔 특이한 사람밖에 없기 때문에’가 바로 그것이다. 




왜 이 세상엔 특이한 사람밖에 없는 지를 설명하기 위해 우선 특이하다는 것을 정의해보기로 하자. 

아무에게나 반말을 하는 것이 특이한 걸까? 자기가 한 말을 기억하지 못하는 것이 특이한 걸까? 자기 자신은 되돌아보지 않고 남 탓만 하는 것이 특이한 걸까? 자신의 일을 처리하지 못하고 남에게 피해를 주는 것이 특이한 걸까?

음… 너무 다양해서 특이하다는 것을 정의하는 것은 좀 어려울 것 같다. 그럼 반대로 특이하지 않다는 것을 먼저 살펴보자. 내 주변에 누가 특이하지 않지? 


일단 나를 보면... 특이하다. 남들이 봤을 때 이상한 부분을 많이 갖고 있는 사람이 맞다. 잘 나가던 30대에 백수로 전향하고, 결혼 7년 차인데 애도 없다. 10년이나 사회생활을 했는데 성격도 사회적이지 않아. 분명 특이하다. 


내 친구들은? 누가 뭐래도 굉장히 특이하거나 다소 특이한 편인 사람들이다. 


ㅁㄱ는? 만나면 낑낑대는 개소리를 낸다. 특이하다. 

ㅅㄹ는? 뇌를 두고 왔다는 소릴 자주 한다. 엄청 스트레스받으며 일을 지나치게 열심히 한다. 특이하다. 

ㅈㄱ는? 스무 살에 혼자 이집트 여행도 다녀왔다. 지금도 겁 없이 혼자 잘 돌아다닌다. 특이하다.  

ㅌㅅ는? 겉보기엔 평탄한 삶을 살고 있는 것 같지만 항상 뭔가를 찾아 헤맨다. 특이하다.  

ㅂㄹ은? 누구와도 베프급으로 친해질 만큼 다정다감하지만 한편으로 불평 거리도 쏙쏙 잘 찾는다. 특이하다. 


사실 친구까지 갈 것도 없다. 내 가족을 보자.  


남편은 다른 사람들과 거의 식사를 하지 않는다. 회식은커녕 친구들과 모임도 안 한다. 나와 밥을 먹을 수 없을 때는 삼시세끼 가리지 않고 혼자 먹거나 차라리 안 먹는다. 특이하다. 


엄마는 석사까지 공부하고서는 시골에서 농사를 지으며 살고 있다. 돈도 받지 않으면서 이런저런 지역사회 활동을 한다. 무엇보다 가장 특이한 점은 그렇게 싸우면서도 아직까지 아빠와 살고 있다는 점이다.  


아빠는 가부장적인 듯 개구쟁이인 듯 예측불허의 성격으로, 엄마에게 빌붙어 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사업은 하되 돈 벌 생각은 없다는 이상한 논리를 펼친다. 이상한 논리는 그 외에도 다양하므로 특이하다는 말로는 설명이 부족하다.


동생은 아무 연고도 없는 울산에서 홀로 직장을 다니며 서른 중반이 다 되어가는 지금까지 기숙사에 살고 있다. 마치 엄마와 아빠처럼, 동생과 나는 만나기만 하면 싸운다. 나는 동생이 나보다 훨씬 특이하다고 생각하지만 그녀는 반대로 생각할 것이다.


내 주위 사람들은 내 기준을 어느 정도 충족한, 나와 잘 맞는, 내 수준에서 이해할 수 있는 사람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나 특이하다. 다른 가족들과 친구들에게까지 기준을 넓혀봐도 하나같이 안 특이한 사람이 없다. 




세상에.  

왜 그렇게 이상한 사람이 많아 나를 괴롭히는가 했더니 사실 이 세상에는 특이한 사람밖에 없는 것이었다. 그 특이한 사람들이 나에게 피해를 주면 이상한 사람들이 되는 것이다. 


이 결론에 이르렀더니 뭐랄까... 마음이 조금 편해졌다. 


저 사람은 대체 왜 저런 행동을 하는 거지?
이건 정말 이해가 안 돼!
세상이 이래도 되는 거야?  


그렇게 스트레스를 받곤 했다면, 이제는 세상 사람들이 다들 특이한데 저 사람은 조금 더 특이한 것뿐이라고 생각하니 조금 감당할 만하다.  


100점짜리 세상에서 30점짜리 사람으로 인해 괴로워하다가, 이제 50점짜리 세상에서 30점짜리 사람 정도는 감당이 된달까. 그래도 70점, 80점, 90점짜리 사람도 많으니까.  

작가의 이전글 없는게 메리트라는 나의 집 연대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