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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석유인간 Dec 07. 2020

엄마 생각 (1/3)

요즘 엄마를 종종 생각한다.


어떤 행운인지 올해 나는 대체로 걱정이 없는 일상을 살고 있다. 직장을 그만두기 전까지 나는 주말마다 KTX를 타고 서울-대전을 왕복하는 주말부부로 살았으므로, 작년에 퇴사하지 않았더라면 코로나 19 시대에 굉장히 고민 많은 삶을 살고 있었을 것이다. 게다가 이곳은 서울에 비해 인구밀도가 낮고 자연이 가까운 지방 도시라 마스크만 잘 쓴다면 꽤 불편함 없이 살만하다. 서울을 떠나며 처분한 집은 그새 2배가 넘게 올라 엄청난 좌절을 할 뻔했지만, 그 집의 절반 이상 저렴하게 구입한 대전집은 주거 환경도 괜찮아서 이곳을 떠나기 싫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만족하며 살고 있다. 남편이 아직까지는 안정적인 직장생활을 해내고 있으므로 생계 걱정도 없고, 사실 남편이 그만둔다고 해도 자식 없는 우리 부부 둘 정도야 뭘 하든 남은 인생살이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편이다.


이런 내 삶에 불편한 구석이 딱 하나 있다면 그건 엄마다. 딱히 사건이 있다거나 엄마와 교류가 활발한 것도 않다. 다만 내 인생에 거의 마지막 남은 걱정거리라서 그런 것 같다. 


내가 신경 써야 할 피붙이는 내 부모님, 시부모님, 내 동생, 남편의 동생 정도이다. 시부모님은 얼마 전에 우리 부부가 노년 컨설팅을 해드렸으니 걱정이 없고, 내 동생에게도 요즘 조언을 해주고 있는데 다행히 많이 도움이 되어서 별다른 걱정이 없다. 남편의 동생은 해외에 있어서 아직 열외. 


최근 시부모님을 컨설팅해드리면서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가장 놀라웠던 것은 그분들께서는 '노후준비'에 대한 생각이 일절 없으셨다는 것이다. 돌려 말할 것 없이 말 그대로, '노후준비'를 어떻게 하고 계셨냐는 질문에 그런 것을 생각해본 적이 없다고 대답하셨다. 그리고 본인들의 '대책 없는' 대답에 스스로 충격을 받으면서도 당신들 세대는 다 그럴 것이라며 당당해하셨다. 어떻게든 이른 은퇴를 하고 여생을 즐기며 보내보려는 궁리가 취미인 우리 부부에게도 몹시 충격적이었다. 말은 컨설팅이라 거창하지만, 그분들의 남은 여생을 경제적으로나 일상적으로 어떻게 보내면 좋을지 방향 제시를 해드렸고 준비하는 과정들을 일부 도와드렸다.


그러다 보니 슬슬 우리 부모님 걱정도 되기 시작했다. 우리 부모님도 이렇게 대책이 없나? 결과는 두둥! 사실이었다. 


내 반쪽은 엄마에게서 왔지만, 사실 엄마와 나는 아주 많이 다른 것 같다. 자식인 나는 남은 인생 놀아보겠다고 30대 중반에 백수가 되어버렸는데 엄마는 60대 중반인데 아직도 일을 하신다. 시부모님의 걱정은 '더 늙어 일을 할 수 없게 되면 어떻게 살아가야 하나?'였다면, 우리 엄마는 심지어 죽기 직전까지 일을 하겠다고 한다. 본인은 건강에 자신이 있다며 말이다. 시골에서는 다들 그렇다고 하며 말씀하시는데... 과연 그게 현실성 있는 생각인 걸까?


나는 부모님을 자주 만나지 않는 편이다. 명절과 부모님 생신 등을 포함해 일 년에 4~5번 정도 보는 것 같다. 그렇게 드문드문 보니 볼 때마다 엄마가 많이 늙어 있다. 엄마가 쇠약해지는 것이 보여서 마음이 아릿아릿하다. 


맏이라서 그런가 일종의 책임을 느끼면서도 또 엄마 스스로의 인생이니 본인이 도움을 요청하지 않는 한 내가 뭐라 할 수도 없는 것 같다. 엄마가 도움을 요청하지 않는 이유는 도움이 필요 없어서일까 아니면 스스로 답이 안 나와 어쩔 수 없어서 그런 것일까. 그렇다면 나의 독립적인 성격은 엄마에게서 온 것일까. 엄마도 나처럼 혼자 해결해야 한다는 생각이 강한 사람인 걸까.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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