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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승훈 Feb 19. 2024

돈 없이 결혼해도 될까?

사랑의 골인을 앞두고 돈이라는 수비수 앞에서 슈팅을 머뭇대며

돈 없이 결혼해도 될까?


사실 이 질문에는 정답이 이미 정해져 있다. 친구가 묻는다면 우리는 아마 "그건 하는 사람 마음"이라고 말할 것이다. 우리는 돈 없이 결혼하기로 결심했다. 인륜지대사 중 하나인 결혼을 평생의 배우자를 선택하는데 '돈'은 고려 사항에 없었다. 그러나 막상 결혼식이 다가오니 그리고 앞으로를 살아갈 생각을 하니 돈이 꽤 중요하다는 것을 알았다.


사랑에 자본 논리를 끝내 배제하고 그건 낭만적이지 않아! 라며 외치던 우리가 사랑의 골인을 앞두고 돈이라는 수비수 앞에서 슈팅을 머뭇대고 있었다. 살면서 돈은 언제나 중요한 자리를 차지했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뼈저리게 느꼈다.


우리의 결혼 비용은 둘이 합쳐 최대 2천만 원. 우리에게는 크고 소중한 돈이지만, 3억이 훌쩍 넘는 평균 결혼 비용에 비교하면 초라해 보인다. 남들과 비교하지 않으면 그만이다. 그렇지만 고양이가 아닌 사회적 동물인 인간으로 태어난 우리가 남들과 비교하지 않는다는 건 참 어려운 일이다. 요즘 같은 시대에는 더더욱 그렇다.


그럼에도 우리의 결심을 지켜주는 것들이 있었는데 먼저 부모님들의 전폭적인 지원이다. 감사하게도 우리의 부모님들은 자녀의 결혼 소식을 듣고 돈에 대해 일절 묻지 않았다. 우리 또한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았다. 우리는 처음부터 어떠한 지원을 받지 않겠다고 어쩌면 매몰차게 거절하듯 말했다. 부모님들은 그런 우리의 의지를 인정해 줬다.


그때 우리는 우리의 부모님이 우리를 정말 사랑하는구나 하고 느꼈다. 자녀로서 가장 큰 인정을 받은 듯한 기분이 들었다. 어릴 때부터 남달리 독립적으로 자란 두 자녀가 만나, 하는 결혼에는 사실 부모님들의 이해가 정말 필요했다.


우리는 우리의 독립적인 결혼과 그 생활을 지키기 위해 부단히 서로에게 대화를 요청했다. 결혼이 무엇인가, 너와 나의 앞으로의 결혼 생활 그리고 그에 딸려오는 의례들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 모두 대화의 소재였고 우리는 회피하거나 대충 답하려고 하지 않았다. 

사진: https://www.youtube.com/watch?v=eFq9VpmDnYg&t=699s

우리는 우리가 가장 잘할 수 있고 또 원하는 방식으로 결혼하고자 노력했다. 낭만적인 사랑을 지키면서 현실적인 방법론에 대해 이야기한다. 사랑의 크기가 커지고 신뢰가 쌓인다는 기분이 들었다. 로맨틱한 무드에 취해 웃음이 터져 나오면서도 발을 꼿꼿이 딛고 정확한 박자에 왈츠를 맞춰 추는 것. 그게 우리의 결혼이 되었으면 한다.


우린 이미 답이 정해진 질문을 굳이 하곤 한다. 확신을 갖기 위해 되풀이하는 본성 때문이라고 생각하는데 우리는 일련의 과정을 거치면서 질문에 대한 답을 얻었다. 안될 것은 없다. 하고자 하는 마음이 있고 무엇보다 서로를 믿고 의지하며 끔찍이 아끼는 사랑이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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