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읽지 않는 시대에글을 굳이찾아읽는 이유가 무엇인지 생각한 적이 있었습니다. 소설에는 허구의 인물이 허구의 공간에서 겪는 허구의 사건이 일어나지만 허구에서 비롯된 지극히 현실적인 아이러니가 담겨있습니다. 시에는 은유적이고 함축적인 표현과 시적 리듬, 그리고 비견할 수 없이 아름다운 문장이 있죠.
그렇다면 에세이는 어떨까요. 가끔은 읽다가 너무나 내 얘기 같아서 무릎을 치게 되고, 나만 그런 게 아니라 다행이라는 새침한 위안도 얻고, 뜻모를 씁쓸함에 괜스레 입맛을 다시기도 하고, 누운 자리에서 졸린 눈으로 읽어도 좋은 글. 혹자는 타인의 일기장을 들여다보는 것 같아 에세이를 읽지 않는다고도 말하지만 저는 바로 그 이유 때문에 에세이를 읽는다고 생각했습니다. 에세이에는 허구적이도, 은유적이지도 않은, 작가의 삶과 그 태도가 담겨있으니까요.
에세이는 '삶의 태도를 읽는 일'이다
브런치 작가가 된지 어느덧 1년 하고도 반이 지났습니다. 공공연한 고백일지 모르겠지만 저는 브런치에서 글을 쓰는 시간보다 읽는 시간이 사실 더 많습니다. 브런치의 작가임과 동시에 독자이기도 하죠. 이런 사실은 비단 저에게만 해당되는 이야기는 아마 아닐 거예요.
이 곳에서 1년 반을 보내는 사이 활동하는 작가님들은 3만 명을 넘어섰고, 총 가입자수는 154만 명에 이르렀습니다. 숫자만 보아도 알 수 있듯 새로운 작가님들과그 작가님들의 글들이 매일 끊임없이 올라오고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모든 글을 다 읽을래야 읽을 수도 없고, 그냥 읽자니 원래 읽던 류의 글만 읽게 되는 이제는 그냥 '독자'가 아니라 내가 어떤 글을 읽고 싶은지 스스로 알고고를 수 있는 '애독자'가 되어야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면서 한 가지 욕심을 내게 되었습니다. 작가 개개인의 고유한 삶의 태도가 담긴'숨겨진보석'같은 글들을 찾아 소개하고 싶다는 욕심을요.
어쩌면 타인의 내밀한 이야기를 찾아 읽는 일은 그의 삶을 깊이 이해하는, 가장 보편적인 방법이 아닐까 생각해요.
-<김버금의 브런치 타임> 오프닝 영상 중
제 인생의 행운 중 8할은 브런치북 대상에 다 썼다고 생각했는데, 아직 2할이 남아있긴 했나 봅니다. 그런 연유로 유튜브, 팟캐스트 방송 <김태훈의 게으른 책읽기>의 코너인 <김버금의 브런치 타임>의 진행을 맡게 되었습니다. (이제 로또는 다음 생에나 가능하다는 게 학계의 정설,,,) 매 달 주제를 선정해 그 주제에 맞는 브런치의 숨은 글들을 찾아 큐레이션하는 유튜브 방송인데요.
컨셉을 기획하기 전에 피디님, 그리고 실장님과나눈 대화가 있었습니다. 방송에서 어떤 글을 다루면 좋을까, 브런치북 작품을 다룰까, 아니면 브런치 작가님들이 출간한 책을 다룰까, 고민할 때에 나온 말은 "꼭 책으로 묶여져 나온 글만을 '글'로 여겨야 할까?"하는 물음이었습니다. 브런치에는 한 권의 책은 아니어도 한 꼭지의 글로도 이미 충분한 글들이 많이 있으니까요. 하여 매주 책 한 권과 글 한 편씩을 고루 소개하기로 정하였습니다.
스스로를 프로 작가라기도, 그렇다고 프로 독자라고 칭하기에도 여러모로 많이 부족하지만 부족한 만큼 많이 읽고 많이 귀 기울이며 좋은 글들을 찾아보려 합니다. 늦은 아침에 먹는 가벼운 식사를 '브런치', 일명'아점' 이라고도 부르죠. 아점을 먹는 시간처럼 부담없이그저 가볍고 재밌게 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브런치 타임을 여는 첫 번째 테마는가족입니다. 앞으로 어떤 글을 소개해드릴지, 브런치 뿐만 아니라 유튜브에 영상도 함께 올라올 예정이니 많은 애독과 애청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