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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감감무 Feb 21. 2024

흐르는 편지 - 김숨

가해자는 오로지 투명하고 온전한 가해자인 편이 피해자에게는 축복이라는 작품 해설은 말한다. 그래야만 피해자는 온전히 그를 증오할 수 있다. 가해자가 철저히 가해자이자 악이고 폭력인 악마적 인간이어야만 한다. 그런데 그런 인간이 생각보다 많지 않다. ‘위안부’를 주제로 한 소설에서 조심스러웠을 텐데도 작가는 군인들도 전쟁에 내몰린 입장이라는 걸 보여주며 주인공이 그에게 연민을 느끼게 한다. 처음 읽을 때는 당황스러웠지만 작품 해설을 읽으며 이해가 갔다. 주인공이 군인에게 연민을 느끼게 함으로써 주인공의 혼돈과 아픔을 더 잘 보여주려는 의도라는 것이다.

강물에 쓰는 편지는 전달될 수 없다. 그럼에도 그녀는 편지를 쓴다. 전해지지 못할 걸 알면서도 편지를 쓰는 그녀의 행동은 ‘위안부’ 피해자로서의 고통에서 비롯된다. 피해자들이 겪은 고통이 사실이라는 걸 우리는 알 수는 있지만 온전히 느낄 수는 없다. 자신이 겪는 너무나 큰 고통을 아무리 말해도 공감받을 수 없고, 전달될 수 없음에 그녀의 고통은 갈수록 깊어진다.

전작 <한 명>과 달리 할머님들의 말을 직접 인용하는 게 전혀 없다. 이는 작가가 그들에게 빙의하듯 작품을 쓴 것이다. 한참 후에야 전달되기는 했지만 공감되기는 힘든 고통을 공감해 보려는 작가의 노력과 신중함이 인상 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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