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이 모호한 와중에 분명한 단 한 가지는 고도가 올 것이라는 것이다. 고도는 올 것이지 온 것이 아니다. 그는 아직 오지 않음으로써만 존재한다. 고도의 ‘부재의 현존’은 디디와 고고를 언제까지나 기다리게 한다. 기다림으로써 살아가고 살아가는 것은 기다리는 것이라는 뜻인가.
한없는 기다림 때문인가 <고도를 기다리며>의 인물들은 시간은 굳이 따져보지 않거나 구별하지 못한다. 구별하려 하면 화까지 내곤 한다. 영원 같은 기다림 앞에서 어제오늘이 무슨 의미가 있겠나. 영원이라는 신의 시간 앞에서 인간의 시간은 무의미해진다. 고도를 기다리며 디디와 고고는 무엇이든 해보려 하나 결국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다.
내게는 고도가 죽음 같았다. 확실한 것은 죽음 말고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작가가 이 작품을 집필하던 당시를 보면 종전인가 싶기도 하다. 고도가 무엇인지 자기도 모른다는 작가의 말은 사람에게는 모두 각자의 고도가 있다는 뜻이지 않을까 싶다.
어려운 거에 비해 너무 재밌게 읽었다. 요상한 작품이었다 정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