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는 도통 모르겠다. 두꺼운 소설은 멀쩡히 잘 읽으면서 얇은 시집은 읽다가 잠들고 포기한 게 몇 번인지 모르겠다. 나의 읽기가 어딘가 고장이 난 건가 덜컥 두려웠던 때가 있었다. 근데 은근 나 같은 사람이 많은 것 같다. ’흔하니 멀쩡한 것이다‘라는 헛소리를 하려는 건 아니고 그냥 시를 어려워하는 나 같은 사람이 생각보다 많구나 정도의 말일뿐이다.
아무튼 시와 거리가 있는 나는 이 책이 시에 대한 소설인 줄도 모르고 덜컥 읽었다. 늘 그래온 것처럼 어떤 책에서 언급된 소설이니 그냥 산 것 같다.
무턱대고 시작한 책이었지만 1부는 너무 좋았다. 여행 간에 만난 사람들과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성장하는 주인공의 여정이자 한 시인이 탄생하는 과정이 흥미진진하게 읽혔다. 1부가 시와 시인에 대한 다양한 알레고리적인 이야기들과 낭만적인 분위기로 가득했다면 2부는 음침하고 음산하고 너무 어렵고 쓰다 만 느낌이었다. 뭔가 이상하다 싶더니 진짜 미완성이었다. 완성됐다면 1부와는 대조적으로 너무나 슬픈 책이 됐을 것 같다.
현실에 찌들어 시인의 꿈을 접은 주인공의 아버지가 자꾸만 밟힌다. 중요한 일은 시급한 일 때문에 밀리곤 한다. 시급한 일에 파묻혀 꽃피우지 못한 예술혼. 그것이 푸른 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