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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감감무 Nov 29. 2024

이승우, 『사람들은 자기 집에 무엇이 있는지도 모른다』

카프카의 문장을 제목으로 내건 이 단편집은 읽어나가는데 조금 부침이 있었다. 작가는 소설 쓰기를 사랑에 빗대어 "두번째 사랑이 첫번째 사랑보다 쉬운 것은 아니"라고 했다. 사랑마다 다르고 소설마다 다른데 어떻게 익숙해질 수 있겠냐는 말이다. 그런 익숙해지지 못하는 심정은 독자인 내게도 마찬가지였다. 나름 작가의 작품을 좀 읽은 편이라 생각했지만 그것은 그 어떤 것의 증표도 되지 못했다. 

유난히 읽기 힘들었다. 불안과 우울, 혼란, 환상의 혼합이 말 그대로 '카프카적'이었다고 해야 할까. 꿈과 현실의 경계가 흐릿했고, 그래서 길을 헤매는듯했고, 과격하고 폭력적이었다. 길 잃은 독서는 자주 책을 덮게 했다.

덮인 책의 앞표지에 고딕체로 박힌 책의 제목이 자꾸 눈에 들어왔다. "몸이 영혼의 집이라는 익숙한 비유"라는 문장은 말 그대로 익숙하다. 몸은 껍데기고 그 안에는 영혼이 있다는 생각. 그것이야말로 실존하는 나지만 실체는 없다. 실체가 없이 실존하기에 사람의 안에 있는 것은 무엇인지 알 수 없다. 보이지 않아도 존재하는 것들이 있다. 보이지 않고 실체가 없는 것이 사람이고 그것을 계속해서 궁금해하고 단편에서는 특히나 장편에 비해 서사보단 관념적이기에 이 책이 좀 읽기 버거운 것 같다.

그러나 한 위대한 작가를 천착하는 독서를 한다면, 하고 싶다면 이런 책은 오히려 반갑게 맞이해야 하지 않을까. 작가의 내면에 무엇보다도 가까운 글이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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