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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감감무 Dec 13. 2024

마야트레이 데비, 『나 한야테』

"나는 어느 시점에 이르자 우리가 지나간 과거라고 생각하는 것은 사실 지나간 것이 아니며, 시간은 그 어디로도 흘러가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시간이란 시작도 없고 중간도 없으며, 그리고 끝도 없는 것이었다." _본문에서

불완전한 둘이 만나 완전한 하나를 지향하는 것이 사랑이라면, 이별한 둘의 사랑은 어떻게 될까. 쪼개지고 조각이 되고 파편이 되어버리지 않을까. 그러나 그것 또한 사랑의 모양이다.『벵갈의 밤』과『나 하얀테』는 각자가 쓴 하나의 사랑 이야기다. 『나 하얀테』는 자신이 기대한 것과 너무 달라 미르체아가 쓴 『벵갈의 밤』에 모욕을 느껴서 시작한 책이라고 한다. 그렇지만 이 책은 분노와 복수의 글이 아니다. 점점 아니게 된다. 하나의 사랑에 대한 두 이야기 중에 하나의 이야기일 뿐이다.

주인공 아므리타는 "과거를 이처럼 현재에서 경험"한다. 옛 연인 미르체아의 제자를 만나 그의 소식을 듣는 자리에서다. 그녀는 "1972년이 1930년에 스며드는" 것 같다고 말한다. 이는 인도의 시간관에 대한 표현(잘 모르지만ㅠ)인 것 같다. 시간이 과거에서 현재, 미래로 향하는 직선적인 이란 생각이 얼마나 오만한가. 시간은 그저 영원하다. 그 영원에 먼지 같은 찰나에 잠시 머무르는 인간이 시간을 구분하는 오만함을 인도인들은 허락하지 않는다. 이런 시간관이 소설의 구성에서도 자주 보인다. 현재에 과거가 스며드는듯한 구성은 신비롭게 읽힌다.

자전적 소설을 넘어서 자서전 아닌가 싶은, 좀 과하다 싶은 중반부를 제외하면 신비롭고 절절하게 읽히는 사랑 이야기이자 인도 사회에 대한 상세한 묘사가 담긴 소설이다. 인도 용어와 사상에 대한 것이 많이 나와 난감함에도 부드러운 번역과 친절한 각주 덕에 읽어나갈 수 있었다. 

절판으로 남아있기 아쉬운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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