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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는 게 아니라 싫어져서

by 김감감무

담배를 끊은 지 170일이 지났다. 그간 여러 번 금연을 시도했지만 매번 실패했다. 그때의 나는 담배를 싫어하지 않았고 그래서 내게 금연은 담배를 참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참으면 병 된다는 옛말처럼, 담배는 참아서는 될 일이 아니었다. 참는 일은 억누르는, 하지 않는 일이다. 의지에 반하는 일이다. 의지에 반하는 일은 언제까지고 계속할 수는 없는 일이다. 의지에 반하는 일은 의지보다 먼저 사그라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참는 일은 언젠가 참지 못하게 된다. 금연은 그렇게 실패한다. 그런데 별수 있나. 담배가 싫지 않던 그때의 내게 담배를 피우지 않는 일은 참는 일이었는걸.

담배가 싫어져야 금연할 수 있다. 나는 이제 담배가 싫어졌다. 다시 금연을 마음먹은 이유는 농구를 위해서였다. 그렇지만 담배를 싫어하지 않았던 나는 계속 실패했다. 담배가 주는 여유와 평화, 맛을 여전히 좋아했다. 그래도 농구를 더 좋아하니 계속해서 금연을 시도했다. 하루에 반 갑으로 흡연량을 줄였고 다섯 까치로 줄였고 세 까치로 줄여봤다. 그러다가도 금연 스트레스 때문에 요요현상처럼 몰아서 피워버리기 일쑤였다. 계속된 실패였다. 그러다가 그날을 맞았다.

담배를 피우고 집에 들어가려는데 어디선가 물고기 비린내가 났다. 환경미화 차량이나 횟집 그 물고기 차량이 지나갔었나 하고 주변을 돌아봤지만 그럴 시간이 아니었다. 내 방에 들어와서도 냄새는 계속 났다. 창문을 열어도 계속 나는 냄새 때문에 설마 했다. 그 설마는 냄새가 나한테서 나는 건가라는 설마였다. 설마가 잡은 것은 나였고 그 나는 물고기 비린내 같은 담배쩐내가 나는 나였다.

그 순간부터 담배가 싫어졌고 금연을 하게 됐다. 가지고 있는 담배를 뭐 다 부수거나 버리거나 하지도 않았다. 전부 서랍에 다 그대로 있다. 담배와 관련된 것에 이제는 손끝 하나 대고 싶지도 않다. 그냥 피지 않고 그냥 끊었다. 누군가 주게 되면 주고 언젠가는 버리려고 한다.

’삐가리‘라는 흡연자라면 다들 아는 말이 있다. 담배를 처음 피거나 오랜만에 피면 생기는 어지럼증을 말한다. 얼마 전에 혼자 걷고 있는데 골목 구석에서 담배 피우는 사람의 담배연기를 맡고 '삐가리'가 왔다. 내 몸이 벌써 이렇게나 담배와 멀어졌구나 싶어서 묘한 기분이 드는 순간이었다.

금연하려고 그렇게 애썼는데 금연의 성공을 노력으로만 이룬 것 같지는 않다. 아니다, 노력으로는 할 수 없는 게 금연이라는 걸 금연 시도의 횟수만큼 깨달았다. 그 물고기 비린내 같던 역겨운 담배쩐내, 그 냄새를 맡지 않았더라면 나는 지금도 담배를 피우고 있었을 것 같다. 담배쩐내라면 사실 그동안 계속 내 몸에서 나고 있었을 텐데 나는 그 냄새를 그날 처음 맡아봤다. 흡연량이 줄어서일까도 생각해 봤지만 오락가락했던지라 그건 아닌 것 같다. 뭔지 모르겠다. 그저 노력만으로 될 일이 아닐 일이 세상에는 너무 많은 것 같다는 생각만 든다.

글을 쓰며 다시 떠올려봐도 정말 끔찍한 냄새였다. 썩은 물고기 비린내가 담배 쩐내다. 담배... 정말 극혐이다. 그걸 어떻게 그렇게 종일 물고 있었을까. 정말 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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