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아 사진 여행
내가 여행 사진 찍는 법
좋은 여행사진이란 무엇일까.
여행은 새로운 풍경과의 대면이다. 여행에서의 새로운 풍경이란 여행지에서 맞닥뜨리는 모든 것이라고 말하고 싶다. 아름다운 일몰, 푸르른 창공, 고색창연한 고성들, 길게 흐르는 강물, 꼬불꼬불한 골목길, 새하얀 건물, 검은색 수도복을 입은 사제, 돔 위에 걸려 있는 뾰족한 십자가 심지어는 낡은 아파트 베란다에 걸린 가난한 사람들의 빨래와 자전거 타고 가는 할아버지, 빵 굽는 사람들까지도 풍경이 된다. ‘그곳’, ‘그 장소’를 구성하는 모든 것들 말이다. 그래서 그곳이 그곳일 수밖에 없게 만드는 것들, 그리하여 무거운 짐 가방을 들고 기어이 찾아오게 끔 만든 것들. 그것이 여행지에서의 풍경이고 그 풍경을 담은 것이 여행사진이다. 그것이 무엇이 되었건 마음이 감흥을 일으켜 찍은 사진말이다.
만일 여행 사진을 흔히 말하는 ‘멋진 풍경’사진으로 국한시킨다면 찍을 거리는 한없이 적어지고 사진기는 그저 무거운 짐이 되어 버릴 것이다.
마음이 감흥을 일으킨다는 무엇일까. 내 경우에는 뭐랄까 누군가 뾰족한 송곳을 내 가슴속에 찔러 넣는 것처럼 한쪽 가슴이 아리고 저려오는 느낌이다. 그 저린 느낌은 기쁨이나 놀라움, 새로움에 대한 감동, 낯선 느낌 등 다양한 얼굴을 하고 나타나는데 보통은 웅장하고 스펙터클한 자연을 대했을 때보다 사람들을 마주할 때 더 자주 찾아오는 것 같다. 굳이 구별하자면 자연 풍경이 아닌 삶의 풍경을 더 선호한다고 할 수 있겠다.
그렇다면 좋은 여행 사진이란 무엇일까. 어떻게 하면 여행사진을 잘 찍을 수 있을까. 여행이 낯선 나라 즉 낯선 사람들과 낯선 문화와의 만남이라면 좋은 여행 사진이란 그 만남을, 만남의 감동을, 놀라움을, 새로움을, 기쁨을, 낯섦을 잘 담아낸 사진일 것이다. 한 마디로 사진에 스토리와 느낌이 담겨 있고, 그 사진을 본 다른 사람들도 공감하게 만드는 사진일 것이다.
예전에 사진 강의를 듣고 한창 사진에 빠져 있을 때에는 스티브 맥쿼리나 으젠느 앗제, 로버트 프랭크, 듀안 마이클 같은 고전적인 대가들을 참 좋아했었다. 요제프 쿠델카의 집시 사진을 보고는 체코로 집시를 만나러 가고 싶었다. 앗제의 오래된 파리의 뒷골목 사진을 보면서 파리 여행을 꿈꾸었다. 몽고 사막 한복판의 상점 유리창에 고개를 내밀고 있는 아이의 순수한 웃음을 보고는 몽고를 동경했다. 듀안 마이클의 후지산 사진을 보고는 그렇게 일본이 가고 싶었다. 좋은 여행 사진은 그런 사진 들일 것이다. 늪처럼 사진 속의 그곳으로 빨려 들어가게 만드는 사진. 실제로 한 장의 사진을 보고 여행을 떠나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가.
사진은 ‘부재의 증명’이다. 내가 셔터를 누르는 순간 그 순간은 사라진다. 사진에 찍힌 시간과 사람은 이미 없다. 철저하게 사라져 가는 것을 기록하는 작업이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사진을 보고 사색과 우수에 잠기기도 하고, 사진 속의 장소를 찾아 길을 나서기도 한다. 사진의 역설이라고나 할까.
사진으로 표현하고자 하는 것,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 이런 것들을 우리는 ‘비전’이라고 한다. 장비와 사진 기술 및 리터칭 기술 등은 이런 비전을 완성시키는 것에 기여한다. 독특한 화면 구성과 표현법, 색채 등 자신만의 사진 문법으로 자신의 비전을 완성시킬 수 있다면 아주 훌륭하다. 글을 쓰는 작가들에게 고유한 문체가 있듯이 사진가 역시 자신만의 스타일을 만들어 내는 것이 중요한 듯하다. 그러나 내게는 모두 꿈같은 이야기이다. 하다못해 아름다운 일출과 일몰 사진을 찍기 위해 기상 상황을 체크하고 몇 시간이고 기다리는 인내심도 없고 렌즈와 삼각대, 필터, 스트로브 등 장비를 이고 지고 갈 정성도 없으니 언감생심이다. 다만, 나는 내 사진이, 내가 ‘셔터를 끊었던’ 순간의 그 느낌과 그 마음이 다른 누군가에게 전달되기를 바랄 뿐이다. 그래서 누군가의 가슴을 뛰게 하고 꿈을 꾸게 만든다면 더없이 행복할 것이다.
내가 사진을 처음 접한 것은 5-6년 전이다. 내셔널 지오그래픽 사진 아카데미에서 진행하는 ‘다큐멘터리 사진 초급과정’이 내 첫 사진 클래스였다. 중급, 고급반까지 수강하고 수료증까지 받았다. 그런데 이 강좌에서는 카메라 조작법 같은 기술적인 것은 거의 가르쳐 주지 않고 ‘다큐멘터리 사진, 포토저널리즘’ 같은 어려운 주제를 놓고 강의했고, 그런 방향으로 하나의 주제를 잡아 지속적으로 자신만의 작업을 하고 포트폴리오를 함께 만들어 나가는 교육을 했다. 그때 난 일제 강점기 사할린으로 강제 동원되거나 이주한 한인들을 기록하겠다고 러시아 사할린섬을 3번이나 다녀오기도 했다.
사진 관련 서적이나 강의에서는 대체로 ‘야경 사진 잘 찍는 법’, ‘장노출 사진 찍기’, ‘별 사진 찍는 법’, ‘여행 사진 잘 찍는 법’, ‘풍경 사진 잘 찍는 법’, ‘인물사진 잘 찍는 법’을 가르쳐준다. 이런 강의에서는 비전보다는 기술적인 스킬을 가르쳐 주는 것에 역점을 두는데 그 또한 유용하다. 사진을 잘 찍으려면 강의도 듣고, 전시도 많이 보고, 많이 찍는 것 말고는 답이 없는 것 같다.
나의 첫 디지털카메라는 캄보디아 여행길에 인천공항 면세점에서 구입한 캐논 똑딱이 IXUS90 IS이다. IXUS90 IS를 선택한 것은 기능이나 사진의 결과물이 마음에 들어서가 아니라 순전히 예쁘서였다. 휴대폰 반도 안 되는 크기의 카메라가 어찌나 고급스럽고 앙징맞던지. 가방은 물론이고 옷 주머니에도 쏙 들어가는 그 카메라를 한동안 분신처럼 들고 다녔다. 전 자동이어서 셔터를 누르기만 되었다. 광학의 원리니 렌즈의 종류, 렌즈의 굴절, ISO를 몰라도 조리개 값이니 셔터 스피드니 하는 것에 신경 쓰지 않고 누르기만 하면 예쁜 사진이 척척 찍혀 나오니 얼마나 재미있었겠는가. 심지어는 내가 실제로 본 것보다 더 잘 나오는 듯도 보였다. 그렇게 사진과 친해졌다. 그 후 올림푸스 똑딱이와 소니 미러리스 NEX-5를 거쳐 캐논 60D를 샀다. 내 생애 최초의 dslr카메라였다. 풀바디, 크롭 바디 어쩌고 하는 소리가 무슨 소리인 줄도 모르고 중급용 DSLR을 사라는 주변의 권고를 받아들였다. 거기에 일명 ‘축복이’이라고 불리는 크롭 바디의 렌즈계의 총아로 불리는 17-55mm 렌즈를 장착하니 더없이 근사했다. 그 카메라를 들고 참 여러 곳을 돌아다녔다.
몇 년이 지난 후 지금 들고 다니는 캐논 5D mark3을 장만했다. 렌즈는 주로 24-70m 표준렌즈를 사용하고, 16~35mm 광각렌즈와 85mm 단렌즈를 사용한다. 그러다 조금 가볍고 휴대하기 편한 카메라가 필요해서 라이카 Q 를 하나 더 장만해서 써브 카메라로 들고 다닌다. 라이카 Q는 셔터 소리가 작고 최대 조리개 개방값이 F/1.7로 밝아서 실내 촬영에 용이하다. 교회나 성당, 사원, 박물관, 미술관 등 실내 촬영할 때는 주로 라이카를 사용한다. 사실 라이카는 워낙에 해상도가 좋아서 실내, 실외, 풍경, 인물 어디에도 OK이다. 전업 사진작가가 아닌 나로서는 이 정도면 충분한 듯하다. 가끔 망원렌즈와 50mm 단렌즈가 있었으면 하지만 여행 중에 렌즈를 자꾸 갈아 끼우는 것도 번거로워 꼭 사야겠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카메라 성능과 사진의 질은 별로 비례하지 않는다는 것은 예를 들 필요도 없이 명확하다. 요즘은 휴대폰 카메라가 웬만한 카메라보다 성능이 좋은 데다가 사진 보정 앱 하나 다운로드하면 손쉽게 리터칭까지 할 수 있어 사진 찍는 것이 너무도 쉽고 즐거운 세상이 되었다.
의외로 무엇을 찍을지 모르겠다는 사람이 많다. 본인의 인증숏, 단체사진 몇 장 찍고는 고이 다시 카메라 가방에 모셔 두는 사람도 있고, 기껏 카메라를 가져왔어도 휴대폰으로 몇 장 찍고 마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잘 생각하면 찍을 거리가 넘쳐 난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예컨대 유명 사원을 간다고 치자. 대부분 사원 전경 사진 몇 장 찍고, 사원 앞에 선 본인 사진과 일행과의 단체 사진 몇 장 찍고 그만이다. 그러나 장소가 주는 분위기, 건물의 디테일, 건물 등에서 찾아지는 상징 부호나 패턴, 현지인들이 그 장소를 대하는 태도, 우리와는 다른 색감 등에 관심을 준다면 정말 다양하고 멋진 사진을 찍을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어떤 때는 텅 빈 사원 바닥을 찍기도 하고, 문고리만 화면 가득 찍기도 하고, 사원 안의 노점상을 더 많이 찍어 오기도 한다.
의리의리 한 사원 보다도 사원 뒤편에 있는 시장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는 적도 있다. 그곳에 찍을 거리가 무궁무진하게 많기 때문이다. 싱싱한 과일과 야채, 사람들의 표정, 소박하지만 화려한 색감의 옷들, 물건을 사들고 가는 사람들의 뒷모습, 리어카 앞에 모여 수박을 먹는 아이들… 어떤 때는 시장 사람들과 친해지려고 그들이 파는 물건을 한 보따리 사 오기도 한다. 여행지에서 돌아오면 뻔한 건축물이나 풍경 사진보다는 그런 뒷골목 사진들이나 현지인들이 찍힌 사진들이 더 많은 감흥을 자아낸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러니 자신이 흥미를 느끼거나 느낌이 왔을 때 그 찰나의 순간을 놓치지 말고 맘껏 찍으면 된다.
그렇게 찍어 온 사진들을 어떻게 할까? 힘들게 사진을 많이 찍어 왔어도 보여줄 사람도 없고 폴더 안에 보관만 해야 한다면 굳이 힘들게 사진을 찍고픈 마음이 덜 들 것이다. 실제로 여행에서 돌아온 후 사진 폴더를 열어 보지 않는 경우도 더러 봤다.
내가 찍은 사진을 남들에게 보여주고 사진을 매개로 소통할 수 있는 창을 만들면 사진 생활을 지속해 나가는데 많은 도움이 된다. 네이버 블로그나 다음 티스토리, 구글 블로그 등을 만들어 사진을 업로드하고 당시의 소감을 곁들여 놓는다면 분명 훌륭한 여행기가 될 것이다. 또 누가 아나. 출판사나 잡지 편집자가 보고 ‘책 내자고’ 연락을 해 올지. 혹은 사진을 좀 써도 되겠냐고 문의해 올지.
많은 이들이 카메라 모드를 자동으로 놓고 찍는지 혹은 수동으로 놓고 찍는지를 궁금해한다. 그러나 그건 크게 고려 사항이 아닌 것 같다. 본인이 익숙한 대로, 편한 대로 찍으면 된다. 다만 자동모드에서는 상황에 대처하는 데에 유리할 것이다. 난 대체로 수동모드로 놓고 찍는 편인데 가끔 노출이 안 맞아서 새하얗게 날아가거나 새까만 사진이 나오기도 한다. 요즘은 자동모드나 AV 모드로 찍는 것이 편해서 특별한 노출이 필요하지 않다면 완전 자동이나 AV 모드로 찍기도 한다. 그러나 정말 자신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제대로 표현하려면 수동 모드로 찍는 것을 권하고 싶다. 셔터 스피드와 조리개 값이 모두 자신의 비전을 표현하는 훌륭한 수단이 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한편, 자동모드라고 너무 방심해서는 안된다. 셔터를 누르기 전에 늘 조리개 값과 셔터 스피드를 확인해야 한다. 블로그에 올라온 야경 사진들 가운데 흔들리는 사진이 생각보다 많다. 셔터 속도가 너무 느려서 사진이 흔들린 것인데 그런 경우 셔터 스피드가 1/10, 1/20 정도 밖에 안 될 것이다. 그럴 때에는 ISO를 더 많이 올려주는 것으로 해결할 수 있다. 의외로 많은 이들이 ISO를 높이는 것을 두려워하는데 전혀 그럴 필요가 없다. 한다. 요즘 카메라는 ISO를 10,000 이상 올려도 노이즈가 문제가 되지 않는다. (노이즈에 민감하다면 삼각대를 사용해야 할 것이다). 조리개 값이 너무 낮으면 아웃포커싱이 많이 되어 심도가 낮은 사진이 나온다. 심도는 초점이 맞는 범위인데 심도가 너무 낮으면 주변부는 모두 흐릿하게 나온다. 나란히 선 두 사람을 찍었는데 한 명만 선명하게 나왔다면 조리개 값을 점검해 봐야 한다. 난 지금도 가끔 그런 실수를 한다. 무심코 세팅된 채로 찍었다가 낭패를 보는 것이다. 사진에 독특한 효과를 내고 싶다면 다중노출이나 HDR 모드를 사용해 보는 것도 좋다.
그러려면 자기 카메라에 대해 속속들이 알고 있어야 하고 작동법도 잘아야 한다. 카메라는 병사의 칼이나 총과 마찬가지이다. 최고의 총이 있다한들 적이 나타난 순간 총을 다룰 줄 몰라 쏘지 못한다면 무슨 소용이 있단 말인가. 카메라도 마찬가지다. 찍고 싶은 피사체나 장면을 놓치지 않도록 자기의 카메라를 능숙하게 다뤄야 하는 것은 기본 중의 기본이다.
좋은 사진을 찍으려면 남들보다 더 많은 다리 품을 팔아야 한다. 보통 유명 관광지에는 포토존이 있다. 사람들은 대체로 그곳에서 인증숏 한 두장 찍고 떠나곤 하는데 그러면 다른 사람들과 똑같은 사진밖에 찍을 수 없다. 같은 장소라도 앞으로도 가보고, 뒤로도 가보고 하면서 주위를 돌아다니다 보면 분명 같은 장소라도 다른 풍경 사진을 찍을 수 있다. 또 피사체에 가깝게 다가서는 것도 중요하다. 사진이 좋지 않다면 ‘충분히 피사체에 다가서지 않았기 때문이다’라는 유명한 말도 있지 않은가.
‘찰나’를 포착해라.
또 이리저리 다니다 보면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좋은 장면을 만나기도 하는데 그 순간을 포착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려면 카메라는 늘 온 상태로 있어야 한다. 내 카메라의 렌즈 뚜껑은 항상 열려 있고, ON 상태이다. 숙소에 들어와서야 카메라를 끈다.
흔히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의 ‘결정적 순간’을 많이 인용한다. 이 말의 핵심은 아마도 ‘타이밍’의 중요성일 것이다. 타이밍과 구도가 딱 맞아떨어지는 찰나의 순간이 결정적 순간이 아닐까.
이 사진은 트빌리시 시내에 있는 나리 칼라를 다 둘러보고 내려오면서 찍은 사진이다. 성 위에서 이미 많은 사진을 찍은 뒤였지만 성벽에 서서 쿠라강과 트빌리시 풍경을 감탄하면서 바라보고 있는 일가족이 보이는 순간 셔터를 눌렀다. 똑같이 도시 전경을 담아도 사람이 있으면 훨씬 생동감이 돈다. 한쪽 구석에 기념촬영을 하는 연인들의 모습이 활기를 더해 준다. 카메라가 온 상태가 아니었다면 놓쳤을 것이다.
우연히 들어간 교회에서 때 마침 유아 세례식이 거행되고 있었는데 마침 물을 뿌려주는 순간을 포착한 것은 행운이었다.
나리 칼라에서 찍은 또 한 장의 사진 역시 무너진 성벽을 배회하다가 순간적으로 포착한 장면이다. 폐허가 된 고성의 돌더미에 자유롭게 걸터앉아 맥주를 마시는 젊은 여행객들의 모습에서 나리 칼라가 과거의 유물이 아니라 새로운 생명을 얻는 것처럼 보였다.
사진은 프레임을 통해서 보이는 예술이다. 설득력 있는 사진이 되려면 프레임 속의 화면을 잘 구성해야 한다. 너무 많이 넣으면 산만하고 그렇다고 있어야 할 것을 빼도 안된다. 그래서 프레임을 구성은 매우 고도의 선택과 결정 과정이다.
현지인들 간의 친밀감을 나누라.
현지인들과 친밀감을 나누는 것도 좋은 여행 사진을 위한 중요한 요소이다. 이번 조지아 여행을 떠나기 전부터 나는 사제들의 모습을 많이 담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80%가 넘는 국민이 정교를 믿는 나라에서 그들이 얼마나 종교를 신성시하는지, 얼마나 깊이 생활 속에 종교가 녹아들어가 있는지 궁금했다. 우연히 사메바 사원에서 멀리 쿠타이시에서 온 사제 한 분과 잠시 얘길 나눌 기회가 있었다. 사제의 온유한 태도와 겸손한 몸가짐, 맑은 눈빛에 나까지 감회 되는 듯했다. 신을 섬기는 것이 너무 행복하다고 말하는 사제의 얼굴에서 뿜어져 나오는 기쁨과 신에 대한 사랑의 표정은 지금도 생생하다.
현지 문화의 이해는 필수
어느 지역을 여행하든지 여행지의 문화를 미리 알고 간다면 훨씬 좋은 장면을 포착할 수 있다. 정교 국가에서 교회는 그들에겐 삶이 시작되는 곳이고, 삶이 끝나는 곳이다. 엄마 뱃속에 있을 때부터 교회를 다니기 시작해 세례를 받고, 결혼을 하고, 장례 미사를 드리고, 또 교회에 묻힌다. 그들의 삶이 얼마나 교회에 밀착되어 있는지를 보여 주고 싶었다. 교회 결혼식, 세례식, 기도하는 사람들을 많이 담은 이유다.
결혼식이 끝날 때까지 따라다녔다. 전속 사진가가 된 것처럼 말이다. 물론 예식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조심했다. 그들 역시 나를 밀어내거나 하지 않았다. 나와 눈이 마주친 신부는 눈부신 미소를 보여주었는데 그 미소가 너무 행복해 보였다. 덕분에 정교식 교회에서 신랑 신부가 하나가 되었음을 상징하는 의식인 두 팔을 묶고 있는 장면을 포착할 수 있었다. 어설프긴 하지만 성당으로 신비로운 빛이 흘러들어오는 순간과 오래된 그들의 전통을 포착할 수 있었다.
여행자들이 쉽게 접해 볼 수 없는 현지인들의 일상도 훌륭한 사진의 소재가 된다.
빛을 잘 활용하라
사진은 빛으로 그리는 그림이다. 가능하면 아침 시간과 일몰 시간은 놓치지 않는 것이 좋다. 도시가 깨어나는 새벽 시간이나 어둠이 깔리는 시간은 여행지의 분위기를 담기에 더없이 좋은 시간이다. 그러나 모든 시간이 사진 찍기에 최적의 시간임을 명심해라. 또 빛의 질을 파악해 두는 것도 필요하다. 부드러운 빛, 강한빛, 측면광, 정면광, 역광 등 빛을 잘 이해하면 훨씬 나은 사진을 만들 수 있는 것은 당연하다.
조지아 여행에서는 한 줄기 빛이 어두운 돌 틈으로 들어와 빛 속에서 먼지 입자가 떠도는 순간 사람들이 기도하는 장면이 참 좋았다. 신비하고 성스러움의 느껴져서 말이다. 또 부모와 아이들이 함께 사원에서 와서 초에 불을 밝히고 함께 기도를 하는 모습은 어느 여행지에서는 볼 수 없는 특별한 장면이었다.
좀 다른 사진을 찍고 싶다면 다른 경험을 해야 한다. 그래서 일부러 모터보트를 타기도 했다. 쿠라 강의 물살을 가를 때는 ‘절벽 위에 세워진 트빌리시’를 실감했다. 강 한 복판에서 바라보는 트빌리시는 전혀 다른 도시였기 때문이다.
해외여행을 하다 보면 사람들에게 카메라를 들이대는 일이 한국에서보다 훨씬 자유롭다. 먼저 사진을 찍어 달라고 포즈를 취하는 경우도 있고, 자신들을 찍는 것에 대해 전혀 개의치 않는 것이 보통이다.
포즈를 취해주는 카헤티 농부
환한 미소를 지어준 목동 소년
카즈베기 양치기 할아버지
그러다 보니 별생각 없이 카메라를 들이대곤 하는데 한 번은 나도 모르게 황당한 경우를 당했다. 조지아에서는 교회마다 걸인들이 앉아서 지나가는 이들의 자비를 구하는 경우가 많아 별생각 없이 사진을 찍고는 했다. 그날도 이른 아침 별생각 없이 성당을 사진에 담고 있는데 갑자기 걸인 여자가 찍지 말라며 막 소리를 지르는 것이었다. ‘당신을 찍는 것이 아니라 교회를 찍는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그녀의 막무가내 외침은 계속되었다. 황당하고 불쾌했다. 그런데 그 일은 그동안 무례하게 마구 카메라를 들이대지는 않았는지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그 후로는 사진작가 데이비드 두쉬만의 말을 기억하려고 애쓴다. “소외되고 잊힌 사람들을 찍지 말아야 할 이유도 있다. 이미 상처 입은 그들의 존엄을 더욱 짓밟는 일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사진 잘 찍는법? 의 사소한 팁 몇 가지를 소개하면서 이 글을 마치고자 한다. 사진은 수평을 맞춰야 한다. 특별히 의도가 있지 않다면 수평을 맞추는 것이 좋다. 기본 중의 기본이다. 프레임의 가장자리는 말끔하게 정리할 필요가 있다. 사진은 흔히 빼기의 예술이라고 한다. 프레임에 너무 많은 것을 집어넣지 말아야 한다. 보여주고 싶은 것만 넣어라. 서로 대비되는 것들을 한 프레임 안에 배치하면 좀 더 강렬한 사진을 얻을 수 있다. 색의 대비가 될 수도 있고, 사람과 동물의 대비가 될 수도 있다. 그런 요소들을 잘 찾아 낼수록 좋은 사진을 만들 확률이 높다. 또 황금분할이라는 것도 있다. 사진의 화면을 9등분을 해서 주요 피사체를 1/3지점에 오게 할 때 가장 안정적인 느낌이 든다는 것이다. 그러나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니 참고하면서 자신의 사진의 구도를 잡으면 된다. 또 세로 사진과 가로 사진을 적당하게 시도해 보는 것도 추천한다.
나의 여행 사진 촬영 노하우를 요약해보면 대략 이 정도가 될 듯하다.
1. 카메라 작동법 숙지는 기본 – 나에게 맞는 작동법 셋팅
2. 현지의 전통, 역사, 문화에 대한 사전 지식을 탑재할 것.
3. 순간 포착을 잘하라. 잠들기 전까지 카메라를 잠그지 말아라.
4. 현지인들과 교감을 나누라.
5. 빛이 아름다운 때를 놓치지 말아라. 모든 시간이 사진 찍기에 최적의 시간임을 명심 할 것.
6. 부지런히 다리품을 팔 것, 한없이 인내할 것.
조지아에 대한 더 많은 얘기가 <소울풀 조지아>에 담겨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