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쌀한 날씨에, 진한 하이볼 한 잔이 그리울 때
슬램덩크 같은 '열정부자' 영화가 생각날 때
귀가 호강하는 영화를 즐기고 싶을 때
평범하지만 투박한 영화가 보고싶을 때
혼술이 생각날 때
전력을 다해 연주하자. 분명 전해질 거야
'블루 자이언트'는 개봉 전부터 '슬램덩크'의 재즈편이라는 소리가 있을 정도로 호평이 자자했다. 원작 만화도오랫동안 사랑을 받았다고 한다. 대체 이 영화가 뭐길래? 이렇게 찬양할까?
개봉하자마자 N차 관람을 하던, 재즈덕후 친구는 만화책에서 상상만 하던 음악이 영화로 직접 들으니 가슴이 뭉클해졌다며 추천했다. 별 기대없이 '돌비시네마'로 관람했다. 영화가 끝나고 눈물은 흐르고, 진한 하이볼이 생각났다.
'블루 자이언트'는 뛰어난 무대를 펼친 재즈 연주자를 말하며, 원래 뜻은 별의 온도가 너무 뜨거워 붉은빛을 넘어 푸르게 빛나는 별을 지칭한다고 한다. 영화 줄거리는 제목 그대로 주인공이 블루 자이언트가 되기 위한 성장과정을 그린다. 세계 최고의 재즈 색소포니스트를 꿈꾸는 주인공 '다이'가 도쿄에 와서 재즈 피아니스트 '유키노리', 고등학교 동창이던 '타마다'와 함께 밴드를 꾸리고 꿈을 이뤄나가는 이야기다.
꿈을 이뤄나가는 주인공의 이야기는 수많은 영화에서 다뤘지만, 이 영화의 가장 큰 매력은 '투박함'과 '섬세함'이다. 거치고 날 것의 느낌이 살아있는 투박함과 신경쓰지 않으면 알 수 없는 섬세함이 공존하는 영화라 참으로 놀랍다.
투박함은 호불호가 가장 갈리는 포인트는 애니메이션의 표현력에서 드러난다. 주인공 '다이'는 마땅한 연습실이 없어 강변에서 색소폰을 연주한다. 그 씬에서 푸르게 빛나는 달과 하늘을 자주 비춘다. 나름의 상징을 계속해서 담아낸다.
색소폰 연주 장면에서 음악을 표현하기 위해 악기에 스파클을 자주 사용한다. 대부분 연주 장면이다 보니, 인물의 모션이 반복되고 어색하게 보이는 장면이 있었다. 특히 친구 '타마다'가 드럼을 치는 장면 중 일부는 자동차에 달면 흔들리는 인형의 모션처럼 보여 당황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스며들 수 밖에 없는 이유는 주인공들이 재즈에 대한 진심과 애니메이션을 뒷받침하는 '재즈'가 몰입도를 높였다. 영화 음악에서 '섬세한 디렉팅'을 느낄 수 있다. 2시간의 러닝타임은 한 편의 재즈 공연을 본 것처럼 정신없이 흘러간다.
그만큼 주인공들의 연주가 영화음악으로 입힌 것이 아닌, 인물이 살아서 연주하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음악감독은 그래미 시상식에서 'best contemporary jazz albums'을 수상한 일본 피아니스트 우에하라 히로미가 맡았다고 한다.
그가 직접 피아노 연주에 참여했지만, 음악 감독으로서 실력도 뛰어났다. 영화 속에서 '유키노리'가 작곡한 음악인 'First note'나 'N.E.W' 등이 18세 열정부자 세 명이 만든 밴드 'JASS'의 특성을 담았다고 생각한다.
또한, 드러머인 '타마다'는 '다이'의 연주를 듣고 재즈의 매력에 빠져 처음으로 드럼을 쳐본 인물이다. 그는 오로지 열정만 갖고 있었지만 1개월만에 실력이 금방 는다. 영화 후반부로 갈수록 느는 실력을 연주에 반영한것도 대단하다 생각했다. 색소폰 재즈 솔로에서 호흡 소리, '유키노리'가 부상 후 한 손으로 치는 피아노 솔로 부분 등은 감독의 섬세함 없이는 구현할 수 없는 부분이다.
친구가 1회차 관람 후, 눈물을 흘렸다길래 처음엔 이해할 수 없었다. 영화 후반부로 갈수록 나도 모르게 눈물을 주루룩 흘리고 있다. 내가 관람한 회차에는 20대부터 5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여자 남자 관람객이 있었으나, 사방에서 훌쩍이는 소리들이 꽉찼다.
세 명이 만든 밴드 'JASS'는 관객 5명에서 시작해 지방의 재즈 페스티벌을 지나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다. 여러 우여곡절 끝에 입장료가 1만엔(약 10만원)인 도쿄 최고의 재즈바, 쏘 블루(So blue)에서 공연할 기회를 갖는다.
(스포일러를 방지하여 상세한 이야기는 하지 않겠다) 이 장면의 연주는 눈물담긴 사연을 담은 최고의 공연을 선보인다. 관객석에서도 숨을 죽이고 영화 속 관객도 모두 숨을 죽인다. 늦은 나이에 재즈를 시작해 3년 만에 성장을 이룬 주인공 다이, 어릴 적부터 피아노와 친해 천재소리 듣는 유키노리, 앞으로 재즈를 계속할 건 아니지만 대학생 시절 모든 혼을 쏟은 드러머 타마다는 여느 청준영화보다 깊고 진한 이야기를 음악으로서 풀어냈다.
재즈를 좋아하지 않더라도, '열정'이 쓸모없다고 느껴진 떄가 있다면 이 영화를 보고 난 뒤 괜히 가슴 한구석에 잠든 꿈에 불을 지핀다. 음악이 아니더라도 삶을 돌아볼 수 있었다.
난 연주할 때마다 내가 세계 최고라고 생각하고 연주해
특히 다이의 태도를 보여주는 씬에서 한 대 맞은 기분을 느꼈다. 유키노리가 쏘 블루 관계자에게 악평을 듣고 좌절할 때, 그걸 인정한다면 넌 딱 그 수준이라며 비판한다. 다이는 아무리 실력이 부족하더라도 연주할 떄만은 '내가 세계 최고다' 라는 마인드로 연주한다고 한다. 그걸 인정하는 건 오히려 최선을 다하지 않고, 너의 수준을 그 정도로 받아들이는 것이란 말에, 삶을 태도를 배웠다.
애니메이션의 작화나 뻔한 스토리가 처음에는 와닿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귀가 호강한 영화 '블루 자이언트'는 꼭 돌비시네마에서 관람하길 추천한다.
영화를 보기 전, 음악을 즐기고 싶다면 블루자이언트 OST 플레이리스트를 아래 링크에서 들어보길 바란다. 재즈 문외한도 푹 빠져들게 만들 찬탄할 만한 연주실력에 영화가 더 보고싶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