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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집착서점 Dec 30. 2023

최강야구의 존패가 걸렸던 마지막 직관 경기 후기

우리 계속 야구합니다.

11월의 찬 기운이 도사리기 전,

'최강야구'와 '대학 올스타' 직관 경기를 다녀왔다.


'최강야구'에 대해 모르는 사람들을 위해 간략하게 설명드리자면,

은퇴한 야구선수들이 모여 다시 야구에 대한 열정을 갖고 아마추어(혹은 프로팀 2군)와 야구 경기를 펼치는 예능 프로그램이다.


시즌1 중반까지는 대부분 은퇴도 했겠다,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슬렁슬렁 재밌게 야구를 하는 포맷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초대 감독인 이승엽 감독과 선수들의 나이차가 나지 않았기 때문에, 슬렁슬렁하더라도 별로 눈치가 안보였을 것이다. 이때만의 감성과 재미 요소가 있었지만, 시즌 후반 SK 왕조를 이끈 '야신' 김성근 감독님이 지휘봉을 맡게 된 이후로, '최강야구'는 더 이상 흔한 '예능'의 범주를 벗어나게 되었다. 우선 선수들이 '최강야구'에 임하는 태도부터가 달라지게 되었다. 경기장에서는 감독님이 보신다며 뛰어다니고, 선발 엔트리에 들기 위해 이쁨 받을 짓을 사서 하게 된다. 야구팬들은 한 시대를 풍미했던 레전드 선수들이 레전드 감독님 아래에서 다시 굵은 땀방울을 흘리며 진지하게 프로그램에 임하는 모습에 반하게 되었다. 김성근 감독님이 말씀하신 "돈 받으면 프로다."라는 어록은 야구선수뿐만 아니라 프로그램을 보고 있는 시청자들까지 뜨끔하게 만들었으며, 선수들이 각성하는 계기가 되었다.


겨울을 지나고 돌아온 시즌2의 최강야구 선수들은 왠지 모르게 결연해 보였다. 시즌1 타격 성적 최하위를 기록한 '박용택' 선수는 시즌2에서 불붙은듯한 방망이 실력을 뽐내며 캡틴의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으며, 시즌2의 영건들은 김성근 감독님 아래에서 혹독한 훈련을 견뎌내며 시청자들의 모성애를 자극했다. '최강야구'의 인기는 날이 갈수록 커지며, 야구팬이 아닌 사람들마저 야구에 유입시키는 현상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야구 문외한이었던 여자친구가 지금은 옆에서 심판 욕을 하고 있다..). 최강야구의 인기를 반증하듯 직관 경기는 매 경기 매진 행렬을 이뤘고, 덩달아 암표의 가격도 나날이 상승해 갔다.


나는 지난 11월 5일, 처음이자 이번 시즌 마지막 '최강야구' 직관경기에 다녀왔다. 티켓팅에 실패한 나는 '번개장터'에 드나들며 직관 티켓 가격을 예의주시했다. 처음에는 외야석 가격도 5배까지 뛰더니 경기가 가까워질수록 점점 가격이 떨어졌다. 나는 경기 당일 시작 15분 전까지 기다리면서 정가보다 4천 원 높은 가격에 두 자리를 구할 수 있었다.

암표를 통해 구한 자리는 마침 운이 좋게도 A열이었다. 핫도그를 사 먹고 싶으면 그냥 자리에서 일어나 나갔다 오면 되고, 화장실에 가고 싶으면 그냥 갔다 오면 됐다. 앞뒤옆사람의 눈치를 봐가면서 양해를 구하거나 다리 찢기를 해 담을 넘어가지 않아도 되어 편하게 볼 수 있었다.


고척돔은 초행길이기도 하거니와 티켓을 구하기 위해 발품을 팔며 열심히 뛰어다녀 배가 고팠다. 직관하면 빼놓을 수 없는 음식을 시키기 위해 '푸라닭'에 주문을 넣었지만, 주문이 너무 많아 반려를 당했다. 어쩔 수 없이 고척돔 안에서 파는 음식들을 사 먹을 수밖에 없었다. 음식 퀄리티는 역시 좋다고는 할 수 없었다. 순살 치킨은 너겟 수준이었고, 피자도 가격 대비 재료 퀄리티가 좋지 않았다. 그래도 당장 허기진 뱃속을 채우기 위해 허겁지겁 먹어치웠다.


이 글을 작성하는 시점은 11월 12일이지만, 스포를 할 순 없기에 이 글의 발행은 '최강야구' 시즌2 최종화가 방영된 이후에 발행이 될 것이다.


이 경기는 시즌3의 성패가 달린 아주 중요한 경기였다. 이 경기에서 이기면 내년에도 야구를 할 수 있게 되는 것이고, 이번 경기에서 지면 최강야구는 여기까지였던 것이다. 선수들의 동기부여 상태는 최고였을 것이다.


시구로는 한국인 최초 메이저리그 골든글러브를 수상한 '김하성' 선수가 시구자로 나섰다. 환호를 보내고 있는 내 옆에서 야구에 입문한 지 얼마 안 된 여자친구는 '샌디에이고 뭐? 저 사람 잘해?'라며 의문에 찬 눈빛으로 질문하고 있었다. 나는 '어 잘해.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뛰고 있어. '라며 다소 성의 없는 답변을 뱉으며 시선은 전광판과 마운드를 번갈아 보고 있었다.


선발 명단이 발표되었을 때 눈에 띄었던 점은 '정의윤' 선수의 타순이 5번에 배치되었던 점이었다. 방영되는 시점만 해도 주전 경쟁에서 밀리며 선수들의 놀림거리가 된 '정의윤' 선수였기 때문에 최근 경기에서 잘 쳤나 보다 생각하며 기대를 갖게 되었다. '대학교 올스타' 선수들 중에는 낯익은 선수가 없었지만, 옆에 있던 여자친구가 '저 선수는 한일장신대고 쟤는 어디'라며 나보다 훨씬 최강야구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상황이 웃겼다.


경기가 시작됐다. 선발 투수는 '신재영' 투수였다. 1회부터 날카로운 제구를 보이며 '대학교 올스타' 선수들을 마음대로 요리했다. 안정적인 1회 초를 마무리하고, 1회 말 최강야구의 공격이 시작됐다. 대학교 올스타의 선발 투수는 만원 관중의 관심이 부담스러웠던지 많이 긴장하고 있는 듯 보였다. 공이 마음대로 안 가다 보니 벌서 루상에는 2명의 주자가 쌓였다. 타석에는  KBO리그 최다 안타의 기록을 갖고 있으며 시즌2에서 가장 좋은 활약을 펼치고 있는 '박용택'이 서있었다. 경기장에는 많은 이들의 기대가 담긴 '내 눈앞에 나타나~~ 박 용 택!' 응원가가 펼쳐졌다. 박용택 선수의 2루심 괴롭히기 루틴을 보고 싶었지만, 내가 놓친 것인지 이번엔 안 한 건진 모르겠지만 2루심에게 손짓하는 장면을 볼 수 없었다. 선발투수는 1회부터 루상에 두 명의 주자가 나가 있다는 부담감을 가진채 투구를 이어갔다. 제구는 여전히 잡히지 않고 있었다. 공이 투수의 손을 떠나고, 경기장에는 경쾌한 타격음이 울렸다. 우측 담장을 넘긴 박용택의 선제 쓰리런이 터졌다. 1회부터 3점을 앞서가는 선제포는 경기장의 (거의) 모든 이가 '박 용 택'을 연호하게 만들었다. 오늘 경기를 쉽게 풀어갈 수 있게 되었다는 안도감을 갖고 남은 경기를 지켜볼 수 있었다.


이후에 펼쳐진 경기 양상은 일방적이었다. 최강야구팀은 완벽에 가까운 경기 운영을 펼쳤다. 선발 투수 '신재영'은 너무나 깔끔한 투구 내용을 보여줬고, 타자들은 한 명 빼고(공교롭게도 조선의 4번 타자 이대호를 제외하고) 전원 안타를 달성했다. 5번 타자 정의윤(정의용) 선수는 4타수 4 안타라는 결과를 만들어냈다. 슬럼프를 극복하고 마지막 경기에서 결과로 보여주었다는 점이 많은 팬들의 심금을 울렸다. 우익수에 가까웠던 자리 덕분에 수비를 할 때마다 정의윤을 연호하며 팬들은 그간 맘고생이 심했을 선수에게 힘을 불어넣어 주었다.


너무나 완벽했던 경기 운영으로 경기의 긴장감은 사그라들었다. '대학 올스타' 팀은 매회 투수를 교체하면서도 불펜에서는 여전히 3~4명씩 어깨를 풀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투수만 20명은 데려온 거 같았다. 그러나 동기부여가 확실했던 최강야구 선수들을 상대로 인상 깊은 투구 내용을 보여준 투수는 없었다.

콜드게임을 생각할 정도로 격차가 벌어지고, 내심 선성권 선수가 다시 등판하는 모습을 지켜볼 수 있지 않나 기대했지만 마지막까지 긴장감을 늦추지 않은 김성근 감독님은 가장 믿을 수 있는 원투펀치(신재영, 이대은)로 경기를 끝내버렸다.


경기 자체로 보면 1회 말 박용택의 쓰리런 이후로 다소 일방적인 경기였지만, 이번 직관의 진짜 하이라이트는 경기가 끝나면서 시작됐다. 이대은 선수가 마지막 타자를 삼진으로 돌려세우자 모든 선수들이 물병을 들고 나와 승리를 자축했다. 처음에는 이렇게 일방적인 경기에서 세이브한 걸로 왜 저리 신나서 뛰쳐나오나 생각했지만, 곧 세리머니의 의미를 이해했다. 이번 승리로 인해, '최강야구 시즌3'이 확정되었던 것이었다. '우리 계속 야구합니다'라고 적힌 현수막을 펼쳐 팬들에게 보여주자, 팬들은 뜨거운 함성을 보내며 다 같이 기뻐했다. 시즌2의 마지막 경기이자 시즌3가 확정되는 최강야구의 역사적인 순간을 함께 했다는 사실이 팬들의 가슴을 뛰게 했다. 현수막을 들고 경기장을 돌며 인사를 하는 최강야구팀에 손이 시뻘개지얼정 박수와 함성을 보내지 않을 수 없었다.

내년에도 야구했던 아저씨들의 도전은 계속된다. 제작진은 시즌2에서 너무나도 훌륭한 스토리텔링을 보여줬기 때문에 시즌3에 대한 부담감이 더 클 것 같다. 인기가 절정에 달한 시점부터 최강야구는 시험대에 오르게 되지 않을까? '그냥 시즌2까지만 하고 끝내지'란 불편러들의 이야기에 좋아요 개수가 올라가는 일을 막기 위해서는 고등학교, 대학교 선수들과 경기를 펼치는 포맷을 넘어서 팬들의 가슴을 뛰게 할 또 다른 무언가가 필요하다고 느끼지 않을까 싶다. 제작진의 부담감과 마흔 넘은 아저씨들의 도전을 계속해서 응원하며, 나도 그들의 열정을 닮은 무언가를 만들어내보고 싶다. 우리들 그대들 모두 파이팅이다.


최강최강 몬스터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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