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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집착서점 Feb 09. 2023

깔끔하게 먹기 극악의 난이도, 전주비빔라이스버거

소개팅에서 절대 먹지 말아야할 햄버거 1위

나는 햄버거 브랜드 중 롯데리아를 가장 좋아한다.

개인적으로 롯데리아가 가장 맛있다고 쓴 논란의(?) 글로 브런치 메인에도 오르며 누적조회수 13만 뷰 이상을 기록하고 있기도 하다. 롯데리아 좋아한다고 했다가 극우 취급을 받기도 했다...

https://brunch.co.kr/@roykang2/27



롯데리아는 도전정신이 투철하다. 저번에는 제대로 된 불고기 버거인 4DX 버거를 선보였다면, 이번엔 누구도 따라 할 수 없는 한국적인 버거를 가져왔다. 바로 비운의 명작, 라이스버거 New 버전인 '전주비빔라이스버거'이다. 전주 비빔 라이스 버거는 빵 대신 밥으로 만든 햄버거로, 불고기 패티와 계란 후라이가 들어간다. 가격은 6900원, 세트로 하면 8800원이다.




전주 비빔 라이스 버거는 만드는 데 공이 많이 들어서 그런지 'Non-fast'푸드였다. 좌석은 2층에만 있었기 때문에 1층에 서서 하염없이 버거를 기다리는 시간이 길게 느껴졌다. 체감 상 10분 정도의 시간을 기다린 후에야 햄버거를 받아 올라갈 수 있었다.


오후 4시의 패스트푸드 점엔 다양한 사람들이 앉아있었다. 노트북으로 작업하시는 멋쟁이 할아버지, 카고 슈트를 입고 열심히 배달을 뛰다 잠시 식사를 하러 온 라이더, 졸업식을 마치고 온 고등학생들(아니 이젠 성인이겠구나), 그리고 미용실 커트를 받고 출출해진 배를 부여잡고 들어선 취준생 백수.


2층에 하나 남은 쿠션 자리는 내가 차지했다. 나도 평소에는 혼밥을 할 때 일반적인 한국 사람처럼 유튜브를 틀어 놓고 밥을 먹는다. 그러나 요즘 스스로 명상인지 마음수련인지, 생각을 비우고 현재를 생생하게 살아가자(계단을 오를 때 발바닥과 지면이 닿는 느낌에 집중하기 등)는 마음으로 온전히 밥(밥 같은 버거)에만 집중하기로 했다.


평소 햄버거를 까는 습관대로 포장지 전면의 직각 방향으로 포장지를 뜯었다. 금박지를 씌워놔서 그런지 잘 뜯기지 않았다. 이때부터 손에 비빔밥의 참기름이 손에 묻어났다(참고로 나는 양념 치킨도 젓가락과 집게로 살을 발라먹을 만큼 밥 먹을 때 맨손을 잘 쓰지 않는다). 어렵사리 포장지를 다 뜯어냈지만, 이렇게 뜯은 시점부터 벌써 깔끔하게 먹기 난이도가 확 올라갔다.


'전빔버거'는 생각보다 밥이 떡같이 뭉치지 않고 참기름이 아주 잘 발려 알알이 살아 있었다. 방심하는 순간 햄버거는 뭉개진다. 이때부터 깔끔하게 먹기 위한 나와 전주 비빔 라이스 버거 간의 대결이 펼쳐졌다. 햄버거의 밑면을 확실하게 받치고 떨어지는 밥알들은 입 안으로 와구 쑤셔 넣는다. 그 와중에 밥이 참 맛있었다. 불고기 패티와 계란 후라이가 씹히면서 정말 비빔밥을 먹는 느낌이 났다. 차라리 봉구스 밥버거처럼 '숟가락을 주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잠시 들기도 했지만, 간이 딱 좋은 음식을 먹는 만족감이 불편한 느낌을 짓눌렀다.


'뭐 이 정도는 참을 수 있어'


깔끔하게 먹기 위해 세트로 나온 감자튀김과 콜라는 거들떠도 안 보고 오로시 햄버거에만 집중했지만 결과는 참패였다. 이미 내 손에는 비빔밥 참기름으로 번들번들해져 있었다. 패배를 직감한 나는 그때부턴 손에 좀 묻더라도 편하고 맛있게 먹기를 택했다. 햄버거를 다 끝내고 나서야 감자튀김과 사이다에 손을 댈 수 있었다. (오늘은 왠지 콜라보다 사이다가 먹고 싶었다).


감자튀김까지 클리어하고 나서야 손을 닦으러 화장실로 향했다. 참기름이 묻은 두 손을 마치 수갑을 찬 듯 공손히 모아 화장실에 도착했지만, 화장실에 도어록이 걸려 있었다.


'화장실 비밀번호는 영수증 하단에 적혀있습니다.'


화장실 앞에서 0.3초간 누군가 안에서 나와주지 않을까 하는 희망 섞인 기대를 했지만, 나는 그냥 자리로 돌아가서 비밀번호를 확인하기로 했다. 화장실 비밀번호는 어이없을 만큼 쉬웠다. 이럴 거면 때려 맞춰 볼걸.


화장실에서 비누거품으로 손을 빡빡 씻은 나는 자리로 돌아와 핸드폰을 켜서 전주 비빔 라이스 버거의 리뷰 제목을 그 자리에서 확정 지었다. '깔끔하게 먹기 극악의 난이도. 전주 비빔 라이스 버거'




총평을 하자면, 맛은 좋았다. 무엇보다 간이 딱 좋았다. 맵지 않은 비빔밥과 불고기 패티, 계란 후라이의 조화가 잘 어울렸다. 밥버거를 먹다 보면 가끔 스팸이 들어가거나 밥이 너무 짠 경우가 더러 있었는데, 역시 롯데리아는 한국식 버거에 일가견이 있어서 그런지 조화를 잘 이루었다. 하지만, 음식을 먹기에 상당한 집중력을 요한다. 가뜩이나 요즘 '롯데리아 고유의 물티슈 기계'도 치워버렸기 때문에 핸드폰을 보면서 먹다 보면 어느새 화면에 참기름이 묻게 되는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 난 유튜브를 보지도 않았는데 어느샌가 기름이 굳어있었다. 숟가락으로 먹으면 좋겠지만, 이거 하나 하자고 롯데리아에서 숟가락을 구비하는 것도 웃길 거 같고 햄버거란 정체성을 잃을 수도 있기 때문에 그냥 손 좀 더럽히고 먹는 게 좋을 거 같다. 그치만 라이스버거 한해서라도 물티슈를 따로 챙겨주는 직원의 센스가 있으면 더 좋을 것 같다.



롯데리아에서 혼밥 할 때는 한 번씩 드셔보셔도 괜찮을 것 같다.

하지만 소개팅(은 안 할 거 같고, 만난 지 얼마 되지 않은 연인 정도) 혹은 깔끔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자리에서는 비추! (맛은 좋지만, 손가락에 붙은 밥알을 빨아먹는 모습을 보일 수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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