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6년생이 전하는 라떼 이야기 -우유 급식 편-
학교에서 스포츠 강사로 일하고 있는 친구 얘기로는 요즘 애들은 학교에서 우유급식을 안 한다고 한다. 요즘 애들한테 이런 얘기 하면 '선생님 국민학교 다녔냐'고 놀린다고 한다. 검색해서 찾아보니 우유급식은 학교별로 상이한데, 코로나 시절을 겪고 난 이후 많이들 안 하는 거 같다.
라떼의 우유급식은 선택이 아닌 필수였다.
나는 어렸을 때 주로 앙팡을 많이 마셨었는데, 학교마다 입찰에 따라 우유 종류는 조금씩 달랐던 거 같다.
2교시가 끝나면 우유 당번은 급식실 옆에 있는 우유 36개를 가져와야만 했다. 초등학생이 들기엔 꽤 버거운 무게(250ml x 35개 = 약 8.7kg) 였기 때문에 반드시 둘이서 함께 들어야 했는데, 가끔 힘자랑 하는 애들은 혼자서 가져오기도 했다.
우유를 먹기 싫은 애들도 강제로 먹이다 보니 다양한 사건사고가 비일비재했는데,
대표적으로 여름에 박아놨던 우유가 터져 구더기가 득실득실한 일이 자주 일어났다.
그땐 그랬다.
우유를 받으면 다양한 행동 양상을 보였는데 크게 세 가지 유형으로 나눌 수 있다.
안 먹고 책상 서랍에 박아두는 유형, 체육시간 끝나고 2~3개 먹는 유형, 제티 타먹는 유형
지금 생각해 보면 우유가 몸에 맞지 않거나 먹기 싫은데 억지로 먹이려고 하는 분위기가 잘못된 것이기 때문에 백번 이해한다. 하지만 이 부류 중에서도 용서 안 되는 부류가 있는데, 바로 책상 서랍이나 사물함에 박아두기만 하고 버리지 않는 놈들이다. 이들은 대체로 사물함 검사나 대청소 시즌에 한꺼번에 갖다 버리곤 하는데, 우유는 이미 치즈를 넘어 구더기 상태가 되었고, 우유가 터지면 냄새는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의 악취가 진동했다. 특히 여름에 분리수거장에 그대로 던져 넣어 우유가 터지기라도 하면 분리수거장 청소하는 애들이 어쩔 수 없이 다 치워야 했다. 그 짓거리를 내가 했었다...
주로 개구진 친구들이 제티를 타먹는 경우가 많았던 거 같다(내 느낌상). 이 친구들은 사물함에 제티를 한 통째로 박아두고 매번 하나씩 꺼내 먹었었다. 나도 몇 번은 학교 앞 문방구에서 사 타먹었던 적이 있는데, 제티에 대한 열성 팬층은 아니었다. 열성 팬층 아이들은 'No 제티, NO 우유'의 신념이 강했다. 가끔 바나나 제티나 딸기맛 제티를 가져오면 친구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을 수 있는데, 한 두 번 먹어보다 결국 오리지널 초코맛으로 돌아온다(돌돌초).
제티를 통째로 넣어 넣고 다니는 애들 중 가끔 무서운 애들이 제티를 빌려 뺏어 가는 경우가 많았는데, 대부분 돌려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우유 급식에서도 힘의 논리가 통하던 시기였다.
나는 다행히 우유를 좋아해 이 부류에 속했는데, 우유를 안 먹는 애들은 나한테 대신 처리를 부탁하는 경우도 많았다. 2교시 or 3교시 체육 있는 날엔 아주 행복했다. 당시 축구부를 하고 있었어서 열량 보충 겸 우유는 착실하게 챙겼는데 덕분에 키가 좀 큰 건가 싶기도 하다. 그런데 요즘은 우유가 몸에 안 좋단 얘기도 있고 그래서 모르겠다. 세상에 믿을 만한 내용이 하나 없다...
우유급식하면 떠오르는 기억들이 있다. 우유 박스로 탑을 쌓기도 했고, 우유 박스가 무거워 짝꿍이랑 계단 한 층 씩 고지를 정해 올라가기도 했고, 겨울에는 우유 박스가 너무 차가워 손이 꽁꽁 얼 거 같기도 했다.
라떼(라떼 하면 또 우유 아닌가)의 관점에서 보면, 한창 크는 나이에 우유를 먹어도 몸에 이상이 없다면 자주 먹어주는 건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과학적인 증거는 없으나... 어차피 논문들도 말이 다 다른 거 같다.
요즘은 시중에 나와있는 좋은 우유들도 많이 있고(나는 할인하는 우유로 고른다), 인터넷에서 보니 학교에서 선택할 수 있는 우유 종류만 수십여 가지가 되는 곳도 있다고 한다. 세상 좋아졌다. 라떼는 앙팡 국룰이었는데...
여러분들은 우유 급식하면 어떤 추억이 떠오르시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