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더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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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회사를 마음 놓고 퇴사할 수 있었던 건, 아는 스타트업 대표님의 감사한 제의 덕분이었다. 2020년도에 약 9개월 간 인턴으로 근무했던 회사 대표님의 아는 분이기도 했고, 어쩌다 보니 종종 뵈면서 알게 된 분이었다. 마침 대표님께서도 인력 문제로 골머리를 썩고 계셨고, 나는 다니던 대행사에 진절머리가 나던 상황이었다.
서로의 필요가 맞아떨어진 상황,
그렇게 나는 바로 이직을 할 수 있었다.
이 회사로 온 지 두 달째 됐다. 벌써 꽤 많은 일들을 벌려놓고 진행 중에 있지만, 나는 대행사 AE보단 스타트업마케터에 더 특화된 인가라는 걸 일을 하면 할수록 강하게 느낀다(여기까지 멀리도 돌아왔다). 광고주의 니즈를 만족시키고 인터렉션(좋아요)으로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것보단(좋아요 20개나 50개나 뭐 얼마나 대단한 차이라고), 실제 사업에서 성과를 만들어내고 매출로 평가받는 것이 더 재밌다. 성과를 위한 과정에서도 자율도가 높은 편이다.
예를 들어, 대행사에서는 특정 상품을 광고를 돌려 판매한다고 쳤을 때, 왜 남자에게 더 많이 팔렸는지, 여성 타깃의 구매를 늘리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되는지 등에 대한 인사이트를 적어야 하는데, 사실 상품 자체와 브랜드 톤 앤 매너를 바꾸지 않는 이상 광고 소재 하나로 결과물을 바꿔내기란 정말 어렵다. 기존의 톤 앤 매너를 갖춘 채(점잔 떨면서) 반대 타깃의 구매를 이끌어내기란... 안되는 걸 억지로 짜내고 말이라도 만들어내는 업무가 나와는 맞지 않았다.
내가 지금 몸 담고 있는 스타트업에서는 내가 바라는 자본주의적 접근 방식대로 진행해 볼 수 있다. 만약 남자에게 구매가 많이 일어났다면, 남자 타깃에만 집중해서 매출을 최대한 많이 끌어오면 된다. 단순하다. 돈이다. 이해관계자가 대행사보다 적기 때문에 돈에 있어서 단순한 논리 구조가 나온다.
콘텐츠와 광고소재를 위해 내 몸을 갈아 넣는 거 보단, 실제 사람들이 상호작용하는 행사를 위해 갈아 넣는 것이 훨씬 재미있다. 보람도 있다. 나는 확실히 대행사보단 이곳이 맞다.
하지만, 대행사에서의 경험이 없었다면 지금 1년 차 기준으로 이 정도의 업무 퍼포먼스를 보이진 못했을 것이다. 그래서 주변에 마케터가 하고 싶다는 사람들에게, 커리어 중 한 번쯤은 대행사에 몸 담아 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말한다. 3개월짜리 인턴이더라도, 그 사이 업계 생태계와 일하는 방식에 대해 단기간에 빠르게 배워올 수 있다(물론 대가가 따르지만...)
올 한 해 정말 많은 일이 있었다. 서랍에 쌓여있는 한 번도 안 쓰인 명함들이 이를 대변해 준다. 내년에는 어떨까? 부디 내년에는 올해만큼 요란하진 않았으면 좋겠다. 요란한 게 팔자라면 뭐, 어쩔 수 없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