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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끼리 작가 Apr 14. 2024

'모르는 게 정답입니다.'

'미움도 사랑입니다.'

제가 잘 아는 공무원이 있습니다.


그는 길거리에서 주운 습득물을 처리하는 민원업무를 담당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업무를 하면서 유독 기억에 남는 분이 있다고 하였는데, 그로 인하여 자신의 삶을 성찰하는 계기가 되었고., 많은 변화가 생기게 되었다 합니다.

     

그는 1주일에 한 번씩 길가에서 주운 유실물을 가져오는 60대 초반의  민원인이었다고 합니다.

     

첫인상이 항상 헝클어진 머리에, 냄새나는 티셔츠, 테이프로 이어 붙인 안경다리가 인상적인 분이었다 합니다.


그야말로 볼품없는 외모에 매번 영어를 섞어서 이야기하는 모습에 그를 대할 때마다 형식적이었고 유쾌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가 관공서에 방문하는 날이면.. 매번 “바쁜데 쓸데없는 짓거리를 하네?”라고 속으로 비아냥 거린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고 했습니다.     


그러던 중, 인사이동으로 인근으로 부서를 옮긴 후 공무원은 그를 한동안 잊고 있었다 합니다.    

 

그런데, 지역 동장님으로부터 그의 이야기를 우연히 듣게 되었다는데,.     


그는 S대 영문과를 졸업하고 유학까지 다녀와 대학 교수를 지낸 분이었다고 합니다.


남 부러울 것 없이 살았던 그에게 애지중지 키우고 이뻐했던 30대 딸의 의문사 죽음으로 인해 매일 비통한 마음으로 술을 마시고 대학교수직도 그만두면서 거의 노숙자 신세로 하루하루 살았다고 합니다.     


건강도 안 좋아지고. 마음의 상처가 더 깊어져 급기야 그는 정신까지 이상이 생겼다 합니다.


 그런 그를 돌봐주고 위로해 주던 가족과 지인들도 하나, 둘씩 그를 떠나가고 혼자만 남게 되었고. 근근이 살아가는 촌로(村老)로 전락하였다는 사연을 듣게 되었습니다.     


어떻게 보면.. 그가 정상적인 상황이었다면.. 우리 사회의 영향력 있는 오피니언 리더였을 것이고. 존경받는 남편, 아빠였을 것입니다.

     

그의 과거를 듣게 된 공무원은 지금껏 그 민원인에게 했던 자신의 행동이 부끄럽고 죄송한 마음이 들었다 했습니다.     


어쩌면 그분은 하루일과 중, 여기저기 돌아다니다 우연히 유실물을 습득하는 날이면. 관공서에 찾아 주고 가는 것이 유일한 낙(樂)?이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분이 방문했을 때, 반갑게 맞아주고 믹스 커피라도 한잔 태워주며 친절하게 응대해주지 못한 아쉬움과 미안함이 있다 했습니다.     


살면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많은 이야기를 듣습니다.     


사실은 나 아닌 타인에 대한 좋은 이야기든.. 나쁜 이야기든..


우리는 내일이 아니니 쉽게 판단하고 쉽게 이야기합니다.


그리고, 겉모습으로 사람을 평가하기 십상입니다.     


그 사람이 살아온 과거나 현재의 상황을 우리는 모를뿐더러 그가 이룩해 놓은 진면목을 알 수가 없습니다.     

겉모습만 보고 우리는 우리가 마치 그 사람을 다 알고 있는 것처럼 치부해 버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모르는 게 정답’입니다.     


모르는 게..사람에 대한 선입견을 줄이는 상책이 될 수도 있겠습니다.     


때로는‘많이 알아야 하는 것’보다..‘모르는 게 정답’ 일 가 있다는 것이 살아가는 한 방법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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