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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허정세 Jan 15. 2020

내가 멜론에서 유튜브 뮤직으로  갈아 탄 이유(1)

오래된 친구가 나를 더 잘 아는 건 아니다..?

나를 예전부터 알고 지냈던 지인들은 사회생활을 통해 만났던 사람들보다 '나'를 더 잘 알고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믿음을 가지고 있었다. 어린 시절부터 오랜 기간을 함께 했고 그 시절에 맺어진 관계는 기브 앤 테이크를 재지 않는 순수한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서른 중반쯤에 접어든 요즘의 나는, 이러한 생각이 서서히 옅어짐을 느낀다. 영원한 우정을 다짐했던 친구들도 서로 다른 공간에서 오랜 기간 떨어져 있다 보니 종종 생각이 부딪치고 불편해지는 상황이 발생했다. 오히려 오래되진 않았지만 나와 비슷한 환경에서 있는 사람들과 대화가 더 잘 통하고 마음을 나눌 수 있게 되었다.


                                 "오래된 친구가 나를 더 잘 아는 건 아니잖아"


이렇게 서론이 길었던 건 사실 유튜브 뮤직(youtube music)과 멜론(melon)이 이와 비슷한 관계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6년이라는 기간 동안 멜론을 사용했지만, 이 친구는 내 마음을 그다지 알아주지 못했다. 똑같은 이야기, 비슷한 레퍼토리. 교감이 아닌 일방적인 소통으로 일관하는 느낌이었다. 오히려 알게 된 지 얼마 안 된 유튜브 뮤직은 내가 어디 있는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요즘 관심사가 무엇 있지 귀신같이 알고 나와 대화를 하려 한다. 이 나라가 허락한 유일한 마약인 음악을 소개해주는 베프가 바뀌려고 하는 시점인 것 같다.


1. General vs Personal


멜론 화면 캡쳐

멜론의 첫 화면이다. (PC 기준)

한 화면에 많은 정보를 담아내고 있진 않고, 최신 앨범, 인기곡, 실시간 TOP 100 등 몇 개의 코너로 구성되어 있다. (상단 이미지는 로그아웃 상태일 때 캡처하였지만, 로그인 상태여도 달라지는 건 없다!)


<메인화면 구성>

최신 앨범: 최근 어떤 앨범이 나왔는지 보여준다.

인기 있어요: 요즘 핫한 아티스트의 콘텐츠를 보여준다

멜론차트: 시간대별 인기곡을 차트 형태로 보여준다.

이건 어때요: 현재는 겨울에 듣기 좋은 노래를 보여준다. (아마도 추천 코너인 듯)  


'이건 어때요'를 제외한 나머지 코너는 늘 보여주는 레퍼토리이다. 그나마 추천 코너인 '이건 어때요'도 자주 바뀌진 않는다. (아마도 1월이니까 겨울에 듣기 좋은 노래를 추천해 주는 듯하며, 개인화 요소라기보다는 MD가 추천해주는 가내수공업 코너인 듯하다). 다른 코너도 큰 울림은 없다. '내'가 관심 있는 분야를 알려주기보다는 '요즘 다른 사람들'은 이런 걸 좋아한다고 알려준다. 요즘 트렌드가 궁금하긴 하지만, 이것만이 '늘'이고 '전부'인 멜론은 나에 대해 깊히 파고 들어가 관계를 돈독히 하려는 움직임이 잘 안 보이는 게 사실이다. 재미가 없고 그렇기에 감흥도 덜한 구성이다.


유튜브 뮤직 화면 캡쳐(1)


유튜브 뮤직 메인화면에서 제일 먼저 보이는 코너다. 참고로 이 글을 쓰기 약 1시간 전에는 운동할 때 듣기 좋은 노래였는데, 지금은 잠자기 전에 듣기 좋은 음악을 추천해준다. 내가 이 시간대 잠을 청하려는 걸 어떻게 귀신같이 알고 이러한 음악을 추천해줄까?  


유튜브 뮤직 화면 캡쳐(2)


이 글을 집 앞 별다방에서 쓰고 있었다. 그런데 카페에서 듣기 좋은 음악이라니, 설마 내가 어디에 있는지 알고 이런 노래를 추천해 주는 거야? 개인비서가 따로 없어.


유튜브 뮤직 화면 캡쳐(3)


그래. 내가 요즘 즐겨 듣고 있는 아티스트를 기억해두었는지, 비슷한 성향의 리스너들이 듣는 노래를 추천해 준다. 모르는 노래들이지만 믿고 들어 볼게.


유튜브 뮤직 화면 캡쳐(4)

별다방 종료시간이 되어 집에 와서 음악이나 들으려고 했더니, 내가 집에 도착했다는 걸 알고 집에서 듣기 좋은 음악을 추천해 준다. 이 정도면 슬슬 무서워 지려고 한다.


<2부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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