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마음
물새는
물새라서 바닷가 바위 틈에
알을 낳는다.
보얗게 하얀
물새알
산새는
산새라서 잎수풀 둥지 안에
알을 낳는다.
알락달락 얼룩진
산새알.
- 중략-
우리 국민이면 누구나 알 법한
물새알 산새알..
자연의 싱그러운 이미지도 떠오르지만
발음하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밝아지는 이 동시는
초등학교 5학년 1학기 국어교과서에 지금도 실려 있지요.
그야말로 대를 물려, 입으로 마음으로 전해지는 동십니다.
박목월 시인은 동시가 ‘어린이만 읽는 문학’이 아니라
어른들 마음에도 어린이의 마음이 내재돼 있다고 본 겁니다.
동시를 쓰는 것만큼 즐거운 일은 없다고, 책 후기에 쓰고 있는 그는
빗방울 한 개에서 세계를 돌아다니며 시시덕거리는
장난꾸러기의 마음을 느낄 수 있는, 이것이야말로
이 세상의 모든 것과 친구로 사귀는 일
이라고 말합니다.
잘 자는 우리 아기
꼭 감은 눈에
엄마가 사알짝 입 맞춰 주고.
...
잘자는 우리 아기
꼭 감은 눈에
포도넝쿨 그늘이
입 맞춰 주고
....
<잘자는 우리 아기>외에도
얘기 하고 싶은 얼굴을 하고 기웃거리는 <참새의 얼굴>,
이마꼭지에 뜨는 해, 분꽃과 하늘, 자두보다 작은 자두 같은 구두...
등...
제목만으로도 동심의 향기가 바람결에 훅,
날아오는 듯한데요
목월 시인의 산문을 통해 만날 수 있는 일기와도 같은 성찰의 글은
동시를 쓸 때 시인의 마음뿐 아니라
우리네 일상생활에도, 적용될 것 같습니다.
나의 지극히 단순한 하루 일과는 어떤 의의를 가지는 것일까?
이 불안과 현대적인 절망 속에서
서정 시인으로서 나의 하루는
무한의 저편으로 던져지는 한 송이의 꽃과 같은 것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내게는 그것으로 충분하다.
뉘우침 없는 하루가 평범한 대로 조용히 저물 수 있는 것만으로
나는
감사로운 눈을 감고,
신 앞에 무릎을 꿇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