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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송작가 황초현 Jul 23. 2022

무한의 저편으로 던져지는 한 송이의 꽃

시인의 마음  




물새는

물새라서 바닷가 바위 틈에

알을 낳는다.

보얗게 하얀 

물새알


산새는

산새라서 잎수풀 둥지 안에 

알을 낳는다.

알락달락 얼룩진

산새알.


- 중략-



우리 국민이면 누구나 알 법한 

박목월 시인의 동시 <물새알 산새알> 일부 입니다.


물새알 산새알.. 

자연의 싱그러운 이미지도 떠오르지만

발음하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밝아지는 이 동시는

초등학교 5학년 1학기 국어교과서에 지금도 실려 있지요.


그야말로 대를 물려, 입으로 마음으로 전해지는 동십니다.     


박목월 시인은 동시가 ‘어린이만 읽는 문학’이 아니라

동심의 문학’이 되어야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지요


어른들 마음에도 어린이의 마음이 내재돼 있다고 본 겁니다.    

 

동시를 쓰는 것만큼 즐거운 일은 없다고, 책 후기에 쓰고 있는 그는


빗방울 한 개에서 세계를 돌아다니며 시시덕거리는
장난꾸러기의 마음을 느낄 수 있는, 이것이야말로
이 세상의 모든 것과 친구로 사귀는 일   


이라고 말합니다.


잘 자는 우리 아기

꼭 감은 눈에

엄마가 사알짝 입 맞춰 주고.

...


잘자는 우리 아기

꼭 감은 눈에

포도넝쿨 그늘이

입 맞춰 주고

.... 


<잘자는 우리 아기>외에도

얘기 하고 싶은 얼굴을 하고 기웃거리는 <참새의 얼굴>,

이마꼭지에 뜨는 해, 분꽃과 하늘, 자두보다 작은 자두 같은 구두...

등...

제목만으로도 동심의 향기가 바람결에 훅, 

날아오는 듯한데요     


목월 시인의 산문을 통해 만날 수 있는 일기와도 같은 성찰의 글은

동시를 쓸 때 시인의 마음뿐 아니라

우리네 일상생활에도, 적용될 것 같습니다.     


나의 지극히 단순한 하루 일과는 어떤 의의를 가지는 것일까?

 이 불안과 현대적인 절망 속에서
 서정 시인으로서 나의 하루는 

무한의 저편으로 던져지는 한 송이의 꽃과 같은 것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내게는 그것으로 충분하다.

뉘우침 없는 하루가 평범한 대로 조용히 저물 수 있는 것만으로
나는
 감사로운 눈을 감고,
신 앞에 무릎을 꿇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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