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으로 깨어나기
지루하다....
무언가에 싫증나고 따분한 상태를 표현할 때 쓰는 말.
그와 비슷한 상황에 쓰는 말로 ‘심심하다’ ‘무료하다’가 있습니다.
무언가를 한없이 기다릴 때만 지루한 게 아니라
분명 바쁘게 뭔가 하고 있는데도 지루할 때가 있지요.
오랫동안 유목생활을 해왔던 인류가 정착생활을 시작하고
식량을 저장할 필요가 생기면서부터
사유재산의 개념과 계급, 격차가 생겨났습니다.
머물던 자리를 떠나면서 쓰레기를 버리면 되던 유목생활과는 달리
쓰레기장에만 버려야하는 습관을 창조하고 강요받으니
거기서부터도 생활의 속박이 생겨났다고 할 수 있는데요,
그 와중에 한가함을 과시하는 계층들은
우아하게 지루함을 견뎌내는 방법을 개발하기도 했습니다.
이를테면,
궁정의 악사나 화가들이
가진 자들의 지루함을 이기게 해주는 고용인들이 되기도 했었지요.
일본의 철학자 고쿠분 고이치로는
<인간은 언제부터 지루해 했을까?>를 통해,
왜 우리는 행복하지 않은가?
끊임없이 지루함을 느끼는 게 인간의 원죄는 아닐까?
라는 의문을 제기했습니다.
하지만
독일의 철학자 하이데거는
지루함이야말로 우리가 지닌 근본적인 기분이며
지루함으로부터 철학은 시작 된다
고 했습니다.
또,
칼 마르크스는
“아침엔 사냥을, 낮에는 낚시를, 저녁에는 소를 몰고,
저녁 식사 후에는 평론을 하면서,
그러면서도
결코 사냥꾼, 어부, 목동, 비평가가 되지 않는” 삶이
언젠가 올거라며,
그러한 삶을 예찬하기도 했습니다.
어딘가에 예속되지 않고 ‘한가함’을 즐기는 게
바로
자유로운 삶이라고 역설한 건데요,
‘바쁘다 바뻐’를 외치며 뛰어다니는 현대인들...
어쩌면 우리들의 영혼은 정작
지루해하고 있을지도 모르지요.
진정으로 깨어나기를 바라면서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