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야고보의 길
까미노 데 산티아고(Camino de Santiago).
산티아고 순례길이라 불리는 이곳은 전 세계 수많은 이들이 다녀갔고,
가고 싶어 하는 길이기도 하다.
예수의 제자 야고보가 복음을 전하려고 걸어
성 야고보의 길이라고도 불리지만
종교와 상관없이,
내면을 성찰하며,
인생의 무언가를 내려놓고 싶은 이들이,
일상에서 벗어나 걷는
사색과 성찰의 길.
파울로 코엘료의 <순례자> 덕분에 더 널리 알려졌고
<제주올레여행>의 저자 서명수 이사장이 걸은 후,
‘제주 올레’ 아이디어를 얻은 것으로도 알려져 있다.
까미노(Camino)는 스페인어로 ‘길’이고
‘성 야고보의 길(Camino de Santiago)’을 줄여서 ‘까미노’라 부르며
매년 17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걷거나 자전거를 타고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까지 걷는다.
배낭을 메고 걷는 800킬로미터의 거리는
하루에 30km씩 강행군해도 27일이나 걸리니,
그야말로 인내를 가지고 내면으로 떠나는 순례 길이다.
여러 갈래 중 가장 잘 알려진 프랑스 길은
피레네 산맥을 넘어 프랑스와 스페인 국경을 지나
대도시인 팜플로냐, 로그로뇨, 부르고스, 레온을 거쳐
산타이고 데 콤포스텔라까지 도착하게 된다.
‘알베르게’라 불리는 저렴한 숙소들이 가는 곳마다 있지만
다음 마을이 나올 때까지는 힘들어도 끝까지 걸어야만 쉴 수 있다.
더위나 추위, 갈증, 피로, 고통당하는 발...
순례 중에 감당해야 할 여러 불편함에도 불구하고
찾는 이가 매년 느는 건
유럽의 전통, 역사, 예술, 문화를 만나는 지름길이기 때문이기도 하고
일상과 단절된 채 인내로 걷는 동안
자연과 교감하는 신비로운 경험을 하기 때문이다.
많은 안내서들이 나와 있고
서로 정보를 교환하는 카페들도 많은데다
실시간으로 걷고 있는 이들이 글을 올리는 걸 보면
얼마나 많은 이가 관심을 갖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순례자들은
인종, 문화, 언어, 종교, 나이를 뛰어넘어
친구가 되고
걷는 방식이나 속도가 다르니,
숙소인 ‘알베르게’ 에서 만날 때까진
처음 시작부터 끝까지, 모든 길 위에 있는 노란 화살표를 따라
혼자 걷는다.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까지 가는 이정표인 노란 화살표는
종류도 다양해서
담벼락이나 전봇대에 그려져 있고,
푯말로 만들어 나뭇가지에 걸어놓거나
직접 나무 둥지에 그려놓기도 하고
혹은 길 위에 돌멩이를 모아 화살표 모양을 만들어 놓기도 했다.
단추 하나, 종이 한 장의 무게도 덜어 낼 만큼
모든 걸 비워야하는 길 위에서
단 하나의 이정표를 따라 걷는 이들....
지금 이 순간,
그들은
무슨 생각을 하고, 어떤 걸 내려놓으며 걷고 있을까.
산티아고 길을 걸으며
내면의 세계, 영적인 세계를 깊이 성찰하게 된 나에게
중요한 버킷리스트 중 하나는
다시 더 오랜 기간 동안 그 길을
천천히 걷는 것이었고
2022년 4월부터 6월까지 60일간
여유롭게 걷고 기도하고 쉬고...
감사한 시간을 가졌다.
더 깊이
‘나’를 만나고
'신'을 만나는
산티아고 순례길.
몇 년 후 다시 또
이 길에 머물고 싶다.
두번째 산티아고 순례길- 철의 십자가 (brunch.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