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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먹고합시다 Apr 29. 2019

쌀의 구원

그렇게 밥으로 대변되는 쌀은 우리를 구원해왔다.

밥을 마주 앉는다.


쌀 한톨이 물에 불어 탱글탱글해진 그것들이 하나하나 모여 밥을 이룬다. 밥은 그렇게 서로 엉켜붙어 있다. 그래서 한 숟갈이나, 한 젓갈로 뜨기 쉽다. 모락모락 김이 나는 밥 한 숟가락은 영락없이 사람들의 마음을 홀린다. 밥은 그렇게 위로다. 사람들에게 있어 매일을 서로 기다리는 존재다. ‘쌀이 밥이다’라는 전제로 한정짓지 않으면, 우리는 대개 그것을 하루 세 번 맞이한다. 얼마나 긴밀한 관계인가. 때가 되어 사람을 부르거나, 아니면 사람이 배고파 그것을 찾게된다.


그런데 서로를 찾는 그것이 그렇게 낭만적이지 않다.


배고픈 존재가 밥을 먹는 건 행복한 일이지만, 밥을 먹기까지의 과정이 순탄치 않다. 밥은 가치로 치환해야 한다. 요즘 세상에서 가치는 돈이다. 그래서 우리는 ‘밥벌이’를 한다고 한다. 단어만 들어도 고달프다. 다 먹고 살자고 하는 짓이란게 그저 가벼운 농담이 아니다. 뼈저린 현실인 것이다.


하지만 그러한 고달픔이 있기에 때론 소중함을 대변한다. 화목한 가정의 한 끼 식사는, 보기보다 많은 것을 이야기 한다. 밥상머리에 앉은 누군가는 그 밥상을 채우기 위해 하루를 열심히 뛰었을 것이고, 누군가는 그렇게 구해온 재료를 정성스레 다듬고 요리했을 것이다. 또 누군가는 열심히 그것을 배불리 먹고 새로운 미래를 그리며 무럭무럭 자랄 것이고.



어머니께서 한 술 더 떠주시는 밥은 힘이 된다.


밥그릇의 끝 선을 넘어 고봉을 이루는 그 모양새는, 사랑의 또 다른 형태다. 군 입대를 앞 둔 아들에게, 중요한 시험을 맞이하는 딸에게 주는 무한의 에너지. 나중에 생각하면 그것은 괜시리 눈물이 된다. 사람은 기억과 감정을 엮어서 저장하므로, 김이 모락모락한 고봉의 밥을 어디서라도 보게되면 그렇게 어머니를 그린다. 물론, 그 밥을 공수할 수 있게 해 준 아버지도 잊어선 안된다. 아버지와 어머니의 역할이 바뀔 수도 있겠지만, 어찌되었건 그 모든 감동은 부모님에게서 오고, ‘밥’은 그것을 대변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맘의 여유는 돈에서 나오고, 자상함은 탄수화물에서 나온다는 말을 상기한다.


맞는 말이다. 탄수화물은 당(糖)이다. 사람은 당이 빠지면 맥을 못춘다. 저혈당으로 의식을 잃은 운전자의 차를 세워, 그 입에 사탕을 넣어주어 정신차리게 한 사례가 있다. 큰 스트레스를 받으면 사람은 초콜릿에 손을 대는 것도 마찬가지다. 그렇게 밥으로 대변되는 쌀은 우리를 구원해왔다. 


전 세계적으로도 탄수화물은 형태만 바꾸었지 사람들에게 당을 공급해왔다. 동양의 밥, 서양의 빵. 포만감을 빨리 부르는 감자, 고구마, 옥수수, 난, 밀가루 등. 그것을 찌고, 끓이고, 튀기고 으깨면서 탄수화물은 ‘밥’이란 역할을 해온 것이다. 자신의 형태를 바꾸어 세상을 구하고 유지시켜온 밥은 그래서 예찬 받아 마땅하다.


다시 돌아가, 나는 오늘도 밥을 마주하고 있다.



그 밥을 중심으로 주변엔 어제와 다른 반찬이 있다. 반찬은 쉬이 바뀌어도 밥은 항상 그자리다. 밥공기에 담겨 있는 것이 항상 쌀로 만든 그것이 아니지만, 대부분 쌀로 채워진 것을 마주하고 있는 것이다. 


굳이 종교가 없더라도, 어쩐지 숙연해진다. 내가 한 밥벌이의 산물이지만, 누군가의 노고와 결실이 내 밥상에 와 있다. 음식 그 자체는 자신을 내어주어 어느 한 생명체의 호흡을 유지시켜주고 있다. 


한 숟가락 퍼서 그저 즐겁게, 맛있게, 아무 생각 없이 먹으면 될 것에 대해 이렇게 집중하게 되는 것은, 밥에 대해 그동안 생각하여온 생각의 산물이다. 언젠간 써야지 했던 것이, 나이 들어 탄수화물을 멀리 하기로 했던 내가 오랜만에 마주한 쌀밥과의 조우에서 그제서야 떠오른 것이다. 그러고보니, 탄수화물을 줄이기 위해 쌀밥을 멀리했을 때 난 이전보다 자상하지 않았다. 나 자신에게도, 남에게도.


 맛있게, 감사하게 그리고 숙연하지만 즐겁게 한 톨 한 톨 씹으며 ‘밥’을 음미 해야겠다. 잃어버린 자상함을 되찾으면서.




글쓴이 : 송창현 (먹고합시다 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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