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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hn ater Apr 04. 2018

책 정리

 내 책장은 누나가 물려준 6단 서랍이다. 몇 년 전 누나가 한참 독립을 만끽하며, 인테리어에 천문학적 숫자의 돈을 쏟아부었을 때 구입한 것이다. 그 당시에는 생소했던 브랜드, 이케아 에서 만든 것이었다. 스웨덴 감성에 취해 눈을 번뜩이며 칸 높이를 조절하는 누나의 모습이 그려졌다.


누나는 호주로 떠나면서 그 책장을 나에게 줬는데, 그 감성을 소화하기에는 내 방이 너무 좁았다. 내 방안에는 물건들이 별로 없지만, 그중에서 제일 많은 것들이 책이라서 책 정리를 하게 되었다.

결국, 책장을 소화하기 위해 책 정리를 했다.


그 이후로, 책장의 크기에 내 책의 개수를 조정했다.

그래서 책을 구입할 때마다 버려지는 책들이 생긴다. 대부분 한번 읽고 다시 안 읽는 책들을 버린다.

(물론 예외는 있다. 칸트의 『판단력 비판』같은 것들이 대표적 예다. 작품은 정말 좋고 읽어야 한다는 것을 절감하지만, 매번 서문을 넘기지 못하고 덮어버린다. 게다가 어떤 철학과 선생님께서, 철학과를 졸업했다면 책장에 칸트의 비판 시리즈 중 하나는 인테리어의 개념으로 구비해놔야 된다고 하셔서 양장본으로 가지고 있다.)

때문에 버려지는 책 들을 선별하다 보면 아쉬운 한편, 내 취향을 절감할 수도 있다.

아끼는 책들은 책장에 얌전히 있지 못한다. 책상에, 침대에 여기저기 옮겨 다니면서 모진 꼴을 당한다. 그렇게 심사를 벗어나 여기저기 널려져 있다.


 새로운 책들이 들어오고 기존의 책들 중 탈락자가 생기는 과정이 반복되면, 정리는 끝나지 않는다. 시간이 흐르면서 책장의 책들이 언제든지 변할 수 있다는 걸 떠올리면, 책을 모으고 싶지 않고 매번의 정리가 만족스러워진다.

정리된 모습을 바라보며 다음의 정리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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