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우는 기술을 배웁니다 12
팔꿈치로 가격하는 엘보우(elbow), 무릎으로 가격하는 니킥(knee kick)을 처음 배운 날. 생소한 통증에 충격을 받았다.
'아야! 아... 프잖아?!'
그동안은 손을 폭신하게 감싸주는 보호대를 하고 두툼한 글러브를 끼고 있어서 전혀 아프지 않았는데, 엘보우와 니킥은 아무런 보호장비 없이 맨살로 공격하다 보니 꽤 아팠다. 팔꿈치 힘만이 아니라 몸통의 회전력과 체중을 이용해서 하는 거라고는 하지만, 한번 할 때마다 팔이며 무릎이 얼얼했다. 엘보우는 제대로 쓰면 상대방 얼굴에 칼로 베인 것처럼 날카로운 상처가 날 정도니까 필살기처럼만 써야 한다고 코치님이 당부하셨다. 특히 남편한테 함부로 써먹으면 안 된다고. 뜨끔. 뭐 하나 배울 때마다 집에서 까불면서 장난치는 거 어떻게 아셨지.
'내일 멍들 것 같은데...' 걱정하면서도 일단은 열심히 연습했다. 빠르게 몸을 휙 돌리는 동시에 팔꿈치를 들어 올려 공격하는 거울 속 내 모습이 제법 강해 보여서 마음에 들었다. 쉭! 호흡을 뱉으면서 강하게 몸을 비틀어 칠수록 코치님 손에 끼워진 미트에서 팡!! 속 시원한 소리가 났다.
다음날 아침, 눈 뜨자마자 기대 반 걱정 반으로 팔꿈치와 무릎을 확인했더니 아주 깨~끗했다. 빨갛게 붓기라도 했나 싶어서 더 꼼꼼하게 살펴봐도 아무렇지도 않다. 엄청 세게 쳤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나 보네. 머쓱.
엘보우와 니킥의 통증을 처음 맛본 날 '아... 이게 나이 들어서까지 오래 즐길 수 있는 운동은 아니겠다.' 싶었다. 이미 찬 바람만 불어도 무릎이 시린데, 니킥이라니. 그래서 그만하고 싶었냐 하면 그건 아니다. 더 나이가 들면 엄두도 못 낼 수 있으니 더더욱 지금 실컷 배워둬야겠다는 의욕만 불타올랐지.
게다가 니킥은 치한이 가까이 붙어서 몸을 압박하는 상황에서 아주 요긴한(?) 공격 동작이니 더더욱 제대로 배워둬야 한다. 남편도 니킥만 제대로 배워도 된다면서 "만약에 앞에서 붙잡았다! 그러면 바로 이렇게 니킥을 날리면 되고, 뒤에서 안으면 이렇게 몸을 팡 빼낸 다음 휙 돌아서 아래쪽으로 니킥 날리면 돼!" 신나서 시범을 보인다.
"이렇게? 확 마!!"
"아, 잠깐잠깐! 나한테 진짜로 하진 말고!"
다급하게 뒤로 물러서는 걸 보니 니킥, 너만은 내가 제대로 마스터해야겠어.
왼발을 내딛는 힘으로 오른쪽 무릎을 몸 가까이 쭉 끌어올리면서 발끝까지 힘줘서 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