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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phone traveler Apr 16. 2018

지상낙원 '짱안' 한 바퀴

베트남 닌빈 관광명소

'닌빈'의 주변 관광지는 스쿠터를 타고 떠나기로 결심했다. 사실 베트남에 오기 전까지 '오토바이가 많은 나라'로 단순하게 생각하고 넘겼었다. 하지만 도로를 점령하는 스쿠터들의 향연을 실제로 보게 되면서, 내가 저들 사이에서 제대로 운전할 수 있을지 겁이 나기 시작했다. 특히나 운전면허증이 없거나 장롱면허인 사람들에게는 더욱 부담스럽게 느껴질 것이다. 나 역시도 운전경험이 많지 않기 때문에 스쿠터를 빌릴 때마다 결심을 하게 되었다.

한 가지 다행인 것은 시내를 벗어나면 도로가 비교적 한적해진다. 특히 닌빈은 도로가 큼직하고, 외곽으로 나갈수록 깔끔하게 포장되어 있다. 그리고 짱안으로 가는 길목에서 카르스트 지형을 곳곳에서 볼 수가 있다. 정확히 짱안 티저 영상이라고 비유하면 될 것 같다. 실제로 스쿠터를 타고 가면서 10번 정도는 잠시 멈춰서 사진을 찍고 싶었다. 

종합적으로 짱안에 도착하기 전까지 하게 되는 스쿠터 여행은 뻥 뚫린 도로를 시원하게 달리면서 닌빈의 정취를 마음껏 느낄 수 있는 또 하나의 멋진 여행루트라고 본다.

닌빈에는 양대산맥을 이루는 두 개의 자연경관이 존재한다. 많이 들어봤겠지만 '땀꼭'과 '짱안'이다. 만일 둘 중에서 하나만 선택해야 한다면 어디로 가야 할지 고민하게 될 것이다. 그럴 땐 한 가지 전제 조건을 달고 생각하면 쉽게 고를 수 있다. 바로 '하롱베이'를 갔다 왔다면 '짱안'을 선택하면 된다. 

물론 이 얘기는 한 사람의 주관적인 의견이 들어가 있다. 하롱베이, 짱안, 땀꼭을 모두 다녀온 사람 말에 의하면 하롱베이와 땀꼭의 이미지가 상당히 겹친다는 것이다. 이 얘기를 찰떡 같이 믿고, 하롱베이를 갔다 온 입장으로서 짱안을 선택했다. 결과는 나이스였다.

30만 동을 지불하고 들어간 짱안 선착장에는 하롱베이에서 봤던 뱀부 보트들이 나란히 정착해 있었다. 곧바로 출발할 줄 알았는데 몇 분 동안 기다려야 했다. 비수기라 사람이 없어서 좋았지만 사람이 없었기 때문에 출발하지 못했다. 3~4인이 채워져야 출발하는 시스템이었다.

몇 분 뒤에 단체 관광객들이 몰려왔다. 미리 기다리고 있던 나는 병풍이 되었고 이미 짝을 이룬 관광객들을 먼저 태워 보냈다. 다행히도 관광객들 사이에서 2명이 남게 되었다. 그들은 동양인 여자와 서양인 남자로 진정한 짝을 이룬 커플이었다. 그들의 멋진 데이트를 위해 보트의 앞자리를 양보했고 나는 뒤에 혼자 타게 되었다. 그렇게 그들의 뒤통수를 피해 사진을 찍기 위한 혼자만의 사투가 시작되었다. 푸쳐핸섭!

짱안을 하롱베이와 비교해보면 풍경적인 면에서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한 가지 차이가 있다면 주변의 소리이다. 하롱베이의 경우, 크루즈의 엔진 소리와 함께 그 진동을 배 위에서 고스란히 느끼지만, 이 곳은 잔잔하게 노 젓는 소리와 물살을 가르는 느긋한 파동을 느끼게 된다. 따라서 유유자적하게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언제라도 삿갓을 쓴 무림의 고수가 나룻배를 천천히 저으며 등장할 것 같은 분위기에서 말이다.

나름 이색적이었던 구간은 수상동굴을 통과할 때였다. 하롱베이에서도 체험하는 부분이지만 이곳 '항떠이 동굴'에 비하면 비교적 짧은 편이었다. 항떠이 동굴은 길이가 약 300m 정도 된다. 빛이 완벽하게 차단되기 때문에 전등에 의존한 채 앞으로 가야 했다. 들어갈수록 폭이 좁아지면서 고개를 숙여야 하는 구간이 많아지는 곳이었다.

어두운 곳에서 비추는 전등, 좁고 낮은 동굴, 잔잔한 이동, 이러한 느낌이 겹치면서 마치 SF소설의 주인공이 된 기분이었다. 황폐해진 도시를 버리고 독재자의 그늘을 벗어나기 위해 비밀통로로 야반도주하는 느낌이었달까. 동굴의 끝자락에서 이 상상은 현실이 된 것처럼 새로운 풍경이 펼쳐지기 시작했다.

짱안을 둘러보면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장소이다. 정확한 명칭은 없지만 신비한 요새 같았다. 바위산들이 원형으로 주변을 감싸고 있었고, 사원으로 보이는 건물이 어떤 상징성을 자아냈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에메랄드 색의 물은 이 주변을 신비스럽게 만드는 매개체였다.

이탈리아 남부, 카프리섬에 있는 '푸른 동굴'을 봤을 때 느꼈던 감정과 비교해보면 조금 약하지만, 뭔가 명치 한 대 맞은 듯한 느낌이 찾아오는 곳은 분명하다. 나머지 장소는 뻔하더라도 이곳 만큼은 엄지손가락 두 개 들어주고 싶다. 사진으로 주변의 지형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해서 아쉬울 뿐이다.

잠시 내 앞에 앉은 커플들의 얘기를 하면 처음에 인사할 때 말고는 뒤로 눈길 한번 주지 않았다. 그만큼 서로에게 집중해 있는 모습이었다. 시간이 흐르고 커플들은 갑자기 나에게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어디서 왔어?", "혼자 왔니?", "얼마나 여행해?" 사실 이 질문들을 하나로 해석하자면 "우리 사진 좀 찍어주겠니?"로 풀이할 수 있다. 그들의 질문들을 대답하며 마음속으로는 구도를 그렸다. 짧은 거리에서 어떻게 찍어주면 멋지게 나올까. 간단한 얘기가 끝나고 역시! 사진 찍어달라는 요청이 들어왔다.

카메라를 냉큼 받고, 숨은 은둔 고수의 컨셉을 잡아봤다. 무심한 듯 빠르고 확실하게 찰칵. 단 한 장으로 그들을 만족시켰고, 우리들은 다시 처음처럼 관심 없는 사이가 되었다. 속으로 생각했다. 휴지통 바로가기 삭제할 날이 언젠가는 너희들에게도 찾아올까? 

슬슬 다른 보트들의 관광객들은 발 밑에 배치된 노를 꺼내서 뱃사공의 수고를 덜어주고 있었다. 반면 우리 보트의 커플들은 천하태평이었다. 여전히 손에는 카메라가 들려 있었고, 커플들은 노를 집어 들 생각을 전혀 안 했다. 

나 혼자만이라도 저어주고 싶었지만 양쪽을 커버할 수 있는 체력은 없다고 생각했다. 그렇다고 한쪽만 젓기에는 밸런스가 안 맞는 부분이었다. 결국 나도 그 커플들과 다를 바 없었다. 도착하기 전까지 눈길을 뒤로 돌리지 않았다. 

여정을 마치고 다시 선착장에 복귀했다. 하롱베이와 달리 이곳은 뱃사공에게 팁을 주는 관습이 있다고 들었다. 수고하신 뱃사공을 위해 5만 동 정도 생각하고 있었지만 일단은 먼저 내리는 커플들이 얼마를 지불하는지 보고 결정할 생각이었다. 그들은 보트에서 내렸고, 팁을 주지 않고 그대로 떠나버렸다.

사실 나도 팁 문화는 싫어하고 어디까지나 개인의 자유라고 생각하지만, 적어도 노를 한 번이라도 잡지 않았다면 인간적으로 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홀연히 떠나는 커플들의 뒷모습을 보면서 뱃사공 아저씨는 아무렇지 않은 듯 행동했지만, 그래도 뭔가 실망한 기색이 역력했다. 

주섬주섬, 손에는 20만 동이 잡혔다. 잔돈으로 바꿔달라고 하기도 뭐하고.. 그냥 팁으로 건넸다. 입장료가 30만 동인데 팁으로 20만 동을 냈으니 "이 새끼 뭐지?"라고 생각하셨을 것 같다. 우리 보트의 사람들은 나만 빼놓고 행복한 여정을 마친 것 같다.


커플: 가장 좋은 자리, 좋은 사진, 어떤 호구가 대신 내준 팁.

뱃사공 아저씨: 3인 태웠는데 4인용 팁 받음.

호구: 사진 찍기 힘든 자리에 앉아서 15만 동 더 뜯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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