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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워치노트 Dec 24. 2023

'황금 지샥', 필립스 경매 예상가는 1억8천

드림 프로젝트 두번째 시리즈…애호가들에게 의미 남다른 이유

(사진=Phillips 제공)

글로벌 경매사 필립스(Phillips)의 뉴욕 워치 옥션(NINE)이 코앞으로 다가왔습니다.


12월 9일부터 10일까지 열리는 이번 경매엔 롤렉스(Rolex)나 바쉐론 콘스탄틴(Vacheron Constantin)을 비롯해 대중적으로 알려진 시계들도 대거 등장했지만, 비교적 생소한 시계들도 상당히 많이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몇몇 브랜드를 꼽자면 S.U.F.Helsinki나 MB&F, 부틸라이넨(Voutilainen) 등이 있겠네요. 그런데 이 중에 그간 경매시장에서 자주 보지 못했던 시계도 한 점 올라왔습니다. 바로 카시오(Casio)의 지샥(G-Shock)입니다.


올해 만들어져 이번 필립스 뉴욕 경매에 오른 지샥의 레퍼런스 넘버는 GD001. 모델 이름은 'G-SHOCK 40th Anniversary Dream Project #2' 입니다. 화려한 버튼과 브래슬릿 등이 눈길을 끌지만, 배젤의 모양은 사실 지샥의 프리미엄 라인인 MRG에서 자주 볼 수 있는 디자인입니다.

(사진=Phillips 제공)

당연한 이야기지만 충격 방지와 태양열로 구동되는 다양한 기능을 갖고 있습니다. 오차따위도 사실 생각할 필요 없습니다. 지샥답게 라디오 컨트롤 방식으로 작동하기 때문이죠.


옐로우 골드 소재로 스페셜 에디션을 만드는 '드림 프로젝트'의 두 번째 시계로, 첫번째 모델이 디지털이었던 것과 달리 이번 시계는 아날로그 디스플레이를 갖고 있습니다.


두 모델 모두 지샥의 상징적인 시계들을 떠올리게 하는 인상을 주는데, 첫번째가 지샥의 클래식으로 꼽히는 DW 5600을 닮았다면 이번에 공개한 두번째 시계는 앞서 말했듯 MRG의 모습과 상당히 비슷합니다.


개인적으로 중학생 때 '스피드 복각'으로 알려진 DW 5600을 갖고 싶었지만 차마 가격때문에 부모님께 사달라는 이야기는 못했고, 지금은 MRG를 쳐다만 보고 있는 신세이니 이 두 모델의 디자인이 지샥 애호가들에게 갖는 의미는 남다르리라 생각합니다.


시계 얘기를 좀 더 해볼까요. 다이얼 직경은 45.1mm. 케이스백엔 'Dream Project'라는 글귀가 새겨졌습니다.

(사진=유튜브 'CASIO G-SHOCK' 캡처)

조금 독특한 점은 생성 AI(인공지능)의 도움을 받아 나뭇가지를 닮은 외장 케이스를 설계했다는 점입니다. 40년간 지샥이 쌓아온 데이터를 학습시켜 구조적 강도, 재료 특성, 가공 방법 등을 최적화한건데요.


이에 더해 지샥의 디자이너들이 손을 보고 다양한 아이디어를 내면서 이번 드림프로젝트의 두번째 타임피스가 완성됐습니다. 18K 옐로우 골드로 만든 점을 고려해 무게를 가능한 줄이면서도 충격 흡수 구조는 그대로 살린 것이 특징입니다.


독특한 배젤과 밴드 디자인은 보석 업계에서 자주 사용하는 로스트 왁스 캐스팅 방식을 사용했습니다. 아주 쉽게 말하자면 청동기 시대에 검을 만들듯 거푸집에 금을 채워넣는 방식으로 디자인한 겁니다. 완성된 배젤과 밴드는 틈새를 직접 수작업으로 마감해 폴리싱했습니다.


재밌는 점은 투명한 다이얼을 사용해 무브먼트 구조를 처음으로 공개했다는 것입니다. 지샥 애호가들에게 무브먼트를 감상하는 스켈레톤의 '보는 즐거움'을 준 건데요, 브러시 처리한 메탈플레이트 위에 실리콘 기어와 루비 베어링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다이얼 주위엔 고효율 태양 전지를 배치했고 추가 광원을 위해 버튼으로 작동하는 발광 레드링을 넣었다고 하는데, 여기는 제 추측입니다만 지스틸에서도 볼 수 있는 이너배젤의 인덱스 글로우 모드 링을 말하는 것 같습니다.

(사진=Phillips 제공)

실제로 이너 배젤과 일체형으로 만들어진 블록 모양의 인덱스를 적용한 지샥 시계들을 보면 라이트 버튼을 눌렀을 때 이 부분이 빛납니다. 6시방향의 버튼은 머드마스터에서 볼 수 있는 라이트 버튼으로 추정됩니다.


지샥은 이 시계가 쿼츠임을 당당히 인정합니다. 사실 지샥의 비전에 맞는 시계를 만들려면 쿼츠를 사용하는 건 정당하고 당연한 거니까요. 대신 지샥은 자신들의 '멀티 밴드 6 타임키핑' 기능을 적용해 전 세계의 라디오 타워에서 전송하는 세상에서 두번째로 가장 정확한 시계를 제공할 수 있다고 장담합니다.


지샥을 맨 처음 만든 지샥의 아버지, 이베 키쿠오(Kikuo Ibe)는 "진정한 '꿈의 프로젝트'인 GD001은 지샥의 완전히 새로운 장의 시작 상징한다"고 말했습니다.


드림프로젝트는 2015년 바젤월드에서 컨셉 시계를 처음 공개하면서 시작한 지샥의 프로젝트라고 알려져있지만, 지샥의 공식 유튜브는 2018년 35주년을 드림프로젝트의 시작으로 꼽습니다.


당시 지샥은 클래스프부터 스크류까지 18k 옐로우 골드로 만든 시계(G-D5000-9JR)를 공개했고, 2018년말(지샥 공식 유튜브 기록 기준) 약 7만달러에 한정 공개했습니다.


드림프로젝트라는 아이디어가 시작된 건 2007년부터였습니다.


일본의 판매채널 아이아이 이스즈(Eye Eye Isuzu)의 설립자 이마 야스유키(Yasuyuki Iima)가 "일본에서 만들어진 상징적인 디지털 손목시계의 상징적인 제품"을 원했고, 이 아이디어를 지샥의 개발자 이베 키쿠오에게 제안했다고 합니다. 이스즈씨는 2019년 견본품으로 첫번째 퓨어골드 시계를 받을 수 있었고요.


일부 시계 전문 미디어에선 폭스바겐 비틀에 부가티 엔진을 끼워넣는 격이라는 조롱 아닌 조롱도 있었지만, 이 시계는 출시되자마자 순식간에 판매됐다고 전해집니다.


개인적으로 주 소비층은 단연 부유층이었을 걸로 추측하는데, 이들에게도 어릴 적 지샥을 동경했던 마음은 마찬가지였나봅니다. 저를 비롯한 많은 월급쟁이들이 청소년 시절 지샥을 갖고싶어했던 마음을 버리지 못하고 아직도 지샥을 차거나, 큰마음 먹고 MTG나 MRG를 사려는 것과 비슷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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