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장에 들어서자 일관성 없는 이미지들의 나열이눈에 들어왔다. 나머지 3명의 작가가 주어진 공간을 치밀하게 계획하여 오로지 자신으로 그득 채운 반면, 그 공간은 여러 자아들이 듬성듬성 놓인 오솔길 같았다. 성긴 공간을 천천히 걸으며 프레임 속의 사람들을 보았다. 모두 작가들의 모습이었다. 자신이 아닌 다른 여러 작가들.
처음엔 생각보다 평범하다... 고 생각했다. 초입의 어떤 사진을 보고는아 저렇게 예쁜 작품도 오늘의 작가상에 나올 수 있구나 하는 우스운 생각도 했다. 친숙한 멜로디의 배경음악도 그랬다. 그러니까... 일단 뭔지 모르겠고 이상해야 뭔가 있어 보이는데, 이 작업은 쉬워 보여서의외였달까.
그런데 작품을 하나, 하나, 하나... 지나쳐오면서 자꾸 속이 이상해졌다. 사진 속의 각기 다른 사람, 작가들의 눈들을 보는데 알 수 없는 감정이 보글보글 끓어올랐다. 급기야 그 따끈한 것이 점점 올라오더니 코 끝이 간질간질하기까지 했다. 그러다 전시장 구석에걸린 작은 사진, 한 사람이 하얀 작업실에서 하얀 캔버스 앞에 우뚝, 그야말로 우뚝 서 있는 그 장면 앞에서 나도 같이 우뚝 서면서 알았다.
'아 이거, 나도 하고 싶어서 그러는거구나. 나도 이렇게 살고 싶어서 그러는거구나.'
전시장을 그냥 천천히 걸어 다녔다. 작가는 작가로 사는 것에 대해 질문을 던지고 있었지만 엉뚱하게도 나는 그곳에서 내 열등감을 발견하고 있었다.
작가로 사는 것이 그저 낭만적으로 보여서 부러운 것이 아니었다. 그들이 힘쓰고 있는 것이, 맞서고 있는 것이, 그 태도와 눈빛이, 그러니까 진짜로 사는 사람들에게서 나는 그 냄새가.... 도대체 뭐라고 해야 하지. 뭐라고... 해야 하지.
전시장을 나오니 작가의 인터뷰 영상이 상영되고 있었다. 모르겠다. 그 화면앞에서 나는 그냥 울어버렸다.
정희승 작가는 30대 중반에 작가 활동을 시작했다고 한다.그때 직업란에 '가정주부'라고 썼다고 한다.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낸 4~5시간 동안 사진을 찍었다고 한다. 지금 그녀는 엄연한 작가이고 미술계 안에 완벽히 존재하고 있다. 그런 그녀가 말했다. 그때, 자신을 가정주부라고 정의하던 그때,지금이 아니라 그때 삶과 예술이 함께였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