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바람부는날 Sep 29. 2023

작은 방


작은 방이 있다.

온전히 혼자일 때만 들어갈 수 있는. 늘 사람들 안에서 분주한 나의 일상 사이사이, 살짝 열린 문 틈을 힐끗거리며 언제고 들어갈 틈을 노리는.


 방 안에 갇혀서 답답함과 외로움에 괴로울 때도 있었다. 오로지 나로만 가득 차서 숨 막히던, 내 기대에 한참 못 미치는 자화상 앞에서 지긋지긋해하면서도 그걸 극복할 투지나 성실함 같은 것은 부족하던. 거기가 아닌 세상의 패턴 속에 들어가 안전함을 느끼고 싶었다. 이제 비로소 갖게 된 이토록 안온한 일상 속에서  완전히 나로만 가득 찬 시간을 언제나 갈망하는 비겁한 내가 있다.


그러나 거기에 무엇이 있나.

오랫동안 방치된 방에 들어갈 때면 두렵다. 텅 비어 있을까 봐. 다채로운 것들로 가득할 것이라는 기대가 나에 대한 오만한 착각이었다는 것을 확인하게 될까 봐. 또한 조급하다. 내 삶이 여기에서 더 많이 이루어져야 할 것 같은데. 빈 껍데기만 반복하는 내 일상의 얄팍함이 원망스럽다.


지나온 시간의 모든 선택은 그 순간의 최선이었고 나의 진짜 모습이자 한계였다. 회한은 부풀려진 자아의 착각이다. 다 알면서도 이 마음을 부정할 수가 없다. 이런 내가 싫어도 어쩔 수가 없네.


오랜만에 작은 방 안에 들어와 현재의 나를 생각한다. 나는 많이 행복하고 조금 불행하다. 다 돌아간 건조기의 멜로디를 무시하며 전자동머신으로 내린 커피를 옆에 두고 이런 문장을 쓴다. 도대체 이 바보 같은 마음은 무엇을 위한 걸까.



작가의 이전글 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