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수를 써도 몸으로 오는 건 이길 수가 없더라.
멀쩡한 사람처럼 잘 살았는데, 진짜 잊은 것처럼 잘 웃고 지냈는데
어제까지 절절 끓던 여름이 사그라들고 그 바람이 불어오면, 시월이 오면
온몸의 감각이 털 끝까지 촘촘히 살아나 나를 그날로 기어코 데려다 놓고 만다.
2016년 시월.
어른들이 돌아보지 말라고 했다. 그래야 마음 편히 떠난다고.
서늘한 납골당에서 앞만 보고 걸어 나왔다. 알맹이는 모조리 안에 남겨둔 채 껍데기만 걸어 나왔다.
나오니 바깥은 잔치라도 난 것 같았지.
눈앞에 펼쳐진 부드러운 능선의 산들과 단풍진 색, 새파란 하늘, 눈이 부시게 청명한 햇살.
기가 막힌 가을날이었지.
시월 / 김다혜
기어이 이맘때면 그 바람이 불어와
무너지던 그날 내 위를 지나가던
투명한 끝이 없는 푸른 공간
그 아득함이 난 무서웠어
불가능한 거리만큼 푸르르게 시린 하늘
내 마음의 지옥 같은 건 상관없이
선명하게 발가벗겨진 세상의 온갖 빛깔
내 상실 같은 건 사소한 농담처럼
난 달라질 수 있을까 벗어날 수 있을까
이 가을로부터 이 미친 선명함으로부터
작사, 작곡 / 김다혜
편곡 / 배영경
*스트리밍 플랫폼, 유튜브 등에서 들으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