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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페셜제너럴리스트 Dec 31. 2022

교수님께서 보내주신 두 권의 책

타이탄의 도구들, 모든 것은 기본에서 시작한다.

사실 올 한해가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겠다. 잠깐만 넋을 놓으면 시간은 한 순간에 흘러간다.


올해 2월 사랑스러운 둘째가 태어났고, 올해 3월에는 둘째를 제외한 온 가족이 코로나에 감염되었으며, 나는 승진에 두번째 실패를 하였다. 올해 여름은 무엇을 하고 어떻게 지나갔는지 기억이 나지 않고, 숨이 턱턱 막혔던 하루하루의 압박감만이 흉터처럼 남았을 뿐이다. 올해 가을은 회사일로 정신없었으며, 겨울에는 세 번째 승진시험을 준비하느라 모두 보내고 나니 벌써 한해가 끝나버렸다. 사실 올 한해는 너무 몸과 마음이 힘들었다. 머리속에 맴도는 단 하나의 소원이 '아무 걱정 없는 하루를 보내는 것'이었을 정도였다.


나는 그동안 성공한 사람들의 이야기들을 최대한 멀리해왔다. 성공한 사람들의 노하우가 성공 방정식의 유일한 정답처럼 나에게 강요되는 것 같았다. 성공은 단순히 혼자만의 노력으로 가능한 것이 아니며, 소위 '운때'가 맞아야 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 책에 나온 노하우들을 따라한다고 해서 성공적인 삶을 보장받는 것이 아니지 않나. 오히려 성공한 사람들의 모습을 보면서 그러지 못한 나의 처지를 비교하게 되고 더욱 비참함을 느낄까봐 그런 책들을 멀리해왔다.


그런데 올 초에 교수님께서 보내주신 두 권의 책이 있었다. 제일 먼저 읽으리라 했지만 삶이 바빠서, 책 내용 자체가 지금 당장 나에게 필요한 내용이 아닌 것 같다는 편견으로, 성공한 사람을 책으로 만난다는 부담이 싫어서 책장속에 재워놓았다. 그러다가 가장 정신없고 숨막힌 순간 나도 모르게 그 책들을 꺼내 읽기 시작했다. 책들을 왜 교수님께서 나에게 선물해 주셨을지를 고민하며.


타이탄의 도구들은 성공, 지혜, 건강이라는 키워드에서 성과를 거둔 사람들의 여러 루틴, 마음가짐, 삶의 철학 등을 저자가 정리한 책이다. 그 내용들은 새롭거나 아주 대단한 것들이 아니다. 다만 지금 내 삶에서 부족한 부분들을 채우기 위해 어떤 루틴들을 다시 세워나가고, 마인드셋을 정렬할 것인지에 대해서 생각해볼 수 있게 해준다는 점에서 좋은 책이었던 것 같다.


손흥민의 아버지인 손정웅 감독이 쓴 '모든 것은 기본에서 시작한다'는 승진시험 당일 긴장되는 마음을 잊어보려 읽기 시작했다. 이 책은 젊은 나이에 선수 생활을 은퇴해야 했던 손정웅 감독의 어린시절부터, 아버지가 되어 아들을 월드클래스로 성장시키기 까지의 이야기들을 담은 책이다. 남들이 보기에는 삶이 나락으로 떨어져버린 순간에도 손정웅은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지 않고 그가 좋아하는 표현인 담박하게 삶을 살아냈다. 청소를 하고 운동을 하고 책을 읽는 삶을 포기하지 않고 지속해나갔다. 그리고 손흥민을 유명한 선수로 키우기 보다는 기본이 잘 갖춰져 있는, 행복하게 운동을 하는 선수로 키우기 위해 노력했다. 지금의 나의 상황과 대조해보며 생각해볼 거리들이 많았다.


두 권의 책을 읽으며 올 한해를 되돌아 본다. 나름의 루틴을 가지고 성실한 한해를 보내려고 했으나 그것들이 모두 무너지고, 내 처지를 비관하기도 하며, 하루만 아무 근심과 걱정이 없었으면 하는 바램을 가지고 한해를 보냈다. 어떻게 보냈는지 회고하기도 부끄럽고, 성과를 매기기도, 점수를 매기기도 부끄러운 한해를 보낸 것만 같다. 언제쯤 나는 한 해를 잘 살았다고 이야기할 수 있을까.


그런 날은 영원히 오지 않을 수도 있다. 내년은 올해보다도 더 고달프고 서러울 수 있다. 그 와중에서 나를 지키고 잡아줄 수 있는 것은 사소한 루틴과 기본들이 아닐까? 성공한 사람들의 삶을 본받으라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삶 속에서 어떤 기본들을 지켜나갔는지 생각해보고 내가 지켜야 할 기본이 무엇인지 잊지 않고 계속 정진했으면 한다는 것이 교수님의 생각이 아니셨을까?


한 해를 마무리하는 시점에서 교수님께서 보내주신 두 권의 책을 통해 삶이 바닥으로 치닫는 삶 속에서도 잊지 말고 지켜야 할 기본이 무엇인지 생각해본다. 계속해서 고민하고, 공부하고, 실천하려는 삶의 끈을 놓지 않으려 한다. 그리고 브런치든 어디든 부끄러운 글을 계속 쓰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정신없었던 2022년, 내 마음난로에 두 권의 책을 장작으로 태워넣으며 조금씩 온도를 올려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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