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가 이렇게 힘든건지 몰랐다(1)
그저 당연한 것이라 생각했다.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결혼을 하고, 그 결실을 맺는 것. 아이를 낳는 것은 인생의 당연한 과업 중 하나라고 생각했다. 게임의 튜토리얼을 하나씩 해내가듯 아이를 낳고 나는 내 인생의 과제 하나를 성공적으로 마쳤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것은 과제의 종료가 아닌 시작이었다.
부모님들은 아이를 낳고 고생하는 것쯤은 그 기쁨에 비견할 수 없다고 하셨다. 하지만 아이를 키우면서 나는 자괴감과 미안함, 무기력함의 굴레를 때때로 맴돌며 괴로워한다. 아이가 조금이라도 아프거나 정상적인 궤도에서 벗어나보일 때 드는 미안함과 죄책감, 점점 지워져가는 나라는 존재를 바라볼 수 밖에 없는 무력함, 버거운 일상의 무거움들은 아이를 낳고 키우면서야 알게된 슬픔들이었다.
기쁨이 없는 것은 아니다. 나를 닮은 이쁜 아이들을 매일 보는 기쁨.(사실 나를 많이 닮지 않았고, 다행히 아내를 많이 닮아서 너무나 이쁘다.) 그들이 좋은 사람으로 성장해가는 것을 지켜보는 기쁨. 아이들 자체만으로도 느껴지는 즐거움과 행복함이 있다. 하지만 인생은 모두 밸런스가 있기에 기쁘고 즐겁고 행복한 만큼 고통과 슬픔도 있기 마련인 것이다.
출산과 육아에 있어서 아이를 낳고 키우는 행복이라는 해피엔딩만이 우리가 살아가는 부족안에서 구전되어 내려온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만큼의 괴로움과 슬픔, 아픔이 있다는 것을 우리는 잘 이야기하지 않는다. 행복한 만큼 괴로움이 있는 것이 인생의 당연한 부분이다.
그렇기에 나는 결혼을 앞두고 있거나, 결혼 적령기에 들어선 후배들을 만날 때 마다 결혼에 신중하라고 말한다. 그리고 출산은 더더욱 신중하라고 이야기한다.
'결혼은 두 사람이 연애하다가 더 이상 할게 없어서 토가 나올 정도가 되면 하세요.'
'출산은 결혼하고 둘이 신혼을 신나게 즐기다가 출산밖에 할게 없을 정도가 되면 하세요.'
모두가 육아를 통한 행복을 이야기할 테니 나는 거기에 따른 슬픔과 고통을 우선적으로 이야기 한다. 행복은 그만큼의 아픔과 고통도 수반한다는 것을 꼭 이야기해주고 싶기 때문이다.
뭐는 찍어먹어봐야 안다고 하는가. 아이를 낳고 키우면서야 알게 되었다. 이렇게나 힘든줄 알았다면 다시 한번 생각해보지 않았을까 싶다. 요즘 같은 시대에 출산율 떨어지는 소리를 하고 있다고 누군가 비난할지도 모르겠지만, 그래도 틈틈히 육아의 현실에 대해서 이야기하려 한다. 진정으로 몸과 마음이 준비되지 않으면 모두가 행복한, 제대로 된 육아가 어려울 것이기에.
나는 육아가 이렇게 힘든건지 몰랐다.
아직도 하루하루 이게 만만한 일이 아니라는 걸 배워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