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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 로지 Oct 01. 2022

작은 도움이 가져다준 기쁨

어려움이 있는 외국인 가족을 도와준 일 

금요일 반차를 쓰고 일찍 퇴근 한 남편과 민경이 휴대용 유모차를 구경하고 간단히 저녁을 먹을 겸 김밥집에 들어갔다. 이상하게 임신 때부터 주기적으로 김밥이 당긴다. 먼가 신선하고 깔끔하면서 간편히 먹을 수 있는 음식이라 그런 듯 - 같은 이유로 임신 때(특히 입덧 시기)는 절인 음식, 재운 음식 등, 오랜 숙성과 시간이 필요한 음식들은 먹기가 힘들었다. 


고맙게도 식당에서 얌전히 있어주는 민경이를 옆에 앉히고 떡뻥을 쥐어 주고, 중간중간 물도 먹여가면서 대체로 평화로운 식사를 하던 중이었다. 내가 시킨 참치김밥, 남편의 최애 돈가스 그리고 같이 떠먹을 어묵탕까지. 나는 배가 고픈 상태였고, 남편도 오랜만에 먹는 돈가스라서 그런지 만족스럽고 맛있게 거의 다 먹어갈 때 즈음, 한 외국인 가족이 들어왔다. 여행 온 것 같지는 않고, 아마 아빠가 한국에서 일하고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고, 아내와 아이 셋이 있었다. 우리 테이블은 주문하는 곳 바로 옆에 있었는데, 주문을 받는 종업원은 영어를 전혀 하지 못해서 조금 애를 먹고 있는 상황이 생겼다. 


나는 오지랖이 발동해 벌써부터 엉덩이가 들썩들썩하고 있는데, 옆에 아이가 앉아 있어서 쉬이 일어나기 어려웠고, 바깥쪽에 앉아있던 남편한테 좀 주문하는 걸 도와주라고 했지만, 남편은 계속 내 얼굴만 쳐다본다. 결국 남편에게 아이를 번쩍 들어 건네주고, 엉거주춤 일어서서 둘 사이에 섰다. 


'네가 주문한 내용이 정확하게 들어갔는지 확인하는 것 도와줄게' 

이미 어찌어찌 주문을 어느 정도 마무리한 상태여서, 나는 이 가족이 시킨 것들이 정확하게 포스에 입력되었는지 다시 한번 확인을 도와주었다. 


'돈가스... 가만 돈가스가 영어로 머더라?' 들으면 생각나는데 말하려니 갑자기 막히는 단어!

Pork까지 말하니, 외국인 남성분이 'Pork cutlet!' 하고 단어를 완성시켜준다. 응, 그거랑 two shrimp kimbob, two tuna and... noddle...? 잔치국수... 허허 잔치국수는 머라고 얘기해줘야 하나 thin noddle 정도로 설명하고 있는데 'Banquet noddle!' 하며 다시 단어 완성을 해 주신다. 아마 한국에서 지내신지는 좀 된 것 같고, 어떤 음식인지 다 알고 있는 상태. 그렇지만 메뉴판에 영어 표기도 없고, 숫자도 없고 종업원은 영어를 전혀 할 줄 모르니 본인의 주문이 정확하게 들어갔는지 답답했을 것 같다.


확인해 보니, 내 도움 없이도 사실 모든 주문은 잘 들어가 있었던 상태, 그때 '혹시 소스를 따로 달라고 해 줄 수 있을까?'라고 얘기하길래 '응 당연하지, 소스는 따로 주세요^^'라고 통역해 준 게 나의 찐 도움의 전부였다. 그래도 그 짧은 통역 덕분에 종업원 분께는 멋있다, 감사하다 칭찬 듣고, 외국인 분에게도 고맙다고, 그리고 우리 민경이 너무 예쁘다고 (제일 기분 좋은 칭찬) 칭찬 듣고, 그리고 남편에게는 다 쉬운 말로 도와줄 수 있는데 왜 머뭇거렸냐고, 앞으로는 좀 도와주라고~ 조금 우쭐대면서 코멘트도 할 수 있었다. 덤으로 내 기분도 아주 좋아지고! 나오면서 남편에게 이야기했다. 사실 아이를 키우면서 더 다른 사람을 좀 더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고. 특히 가족과 같이 온 것을 보니 아까부터 마음이 많이 쓰이더라고. 


사실 요즘처럼 전적으로 아이를 육아하고 있는 기간에는 아이에게는 전지전능하고 전부인 존재가 되지만,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기란 쉽지 않다. 오히려 아기를 제외한 모든 세상 사람들에게 도움을 받아야 하는 시간들인데, 솔직히 이 시간이 조금 버겁게 느껴지는 순간들이 있다. 나의 효용성? 내가 줄 수 있는 가치? 들이 없어진 느낌이랄까...? 


그래서 오늘같이 다른 사람에게 작은 도움과 호의를 베풀고, 감사인사를 받는 이 짧은 이벤트가 더 기억에 남는다.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조금 더 눈 길 주고 오지랖 부릴 수 있는 세상이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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