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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 로지 Jan 02. 2023

세계평화는 가정의 평화로부터

2023년 새해 첫날 일기

 2022년의 마지막날은 남편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고 마무리하려고 했는데, 중간에 깨버린 민경이를 다시 재우려다가 내가 같이 잠들고 말았다(일어나니 벌써 해가 바뀌어 있었다).사실 어제저녁에 내가 그간 쌓여왔던 육아 및 가사노동 분담에 대한 불만 때문에 급발진해 버려서, 2022년을 잘 마무리하기 위해서 절실히 대화가 필요한 순간이었는데, 허무하게 마지막 날을 그냥 보내버리고 말았다. 그러다 보니 아침에 일어나서 일상대화는 이어가고 있지만(또 2023년 첫날이기 때문에 양가에 전화도 드리고 민경이 덕에 얘기도 해야 하고 웃기도 하고 등등), 그래도 먼가 이 풀리지 않은 찝찝함이 있었다. 


 1월 1일이 새해 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일요일이어서 우리는 성당에 갔다. 크리스마스 이후 주일미사는 빠지지 않고 가기로 결심했기 때문에 우리는 이문동에서 같이 성가대 생활을 하던 동생이 동탄으로 이사 와서 다니는 영천동 성당으로 미사를 가기로 했다. 사실 우리 본당은 따로 있지만, 이사 후 코로나, 임신, 육아로 거의 본당생활을 하지 않아서 정이 잘 들지 않는다... 또 오랜만에 동생 얼굴도 볼 겸, 그리고 미사 후 가까운 이케아에 간단히 놀러도 갈 겸 영천동 성당으로 향했다. 


 11시 교중미사라 사람이 많아서 남편은 주차를 하러 저 멀리 돌아가고, 나는 민경이와 먼저 유아실에 들어와 있는데, 유아실이 풀방이다 - 여기 있으니 우리나라가 저출산이다, 아이가 없다는 말이 실감이 나지 않을 정도이다. 남편은 사람이 너무 많아 유아실에 같이 들어오지는 못하고 밖에 따로 앉아서 미사를 드렸다. 끝나고 붕어빵을 두 봉지나 사서 몇 개씩 나누어 먹고, 몇 개는 성가대를 마치고 내려온 동생에게 들러주었다. 


 미사 중, 신부님의 강론말씀이 아주 마음에 닿았다. 마더 테레사 수녀님이 노벨 평화상을 수상한 후, 한 인터뷰에서 기자가 '세계평화를 이루려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라는 질문에 '가정의 평화를 이루십시오'라고 대답하셨다고 한다. 그래서 좋은 엄마가, 자녀가, 그리고 배우자가 되도록 항상 기도하고 노력하라고 말씀하셨다. 남편과 나는 서로 평화롭지 못한 말들을 했던 어제와 오늘 오전의 대화를 생각하며, 오늘 강론말씀을 통해 2023년 우리가 노력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 아주 명확하고 확실하게 새기게 되었다. 좋은 배우자가, 그리고 엄마 아빠가 되어서 우리 가정의 평화를 이룩하기! 


 거기에 나는 꼭 한 마디를 더 붙인다 - 나는 좋은 배우자가 될 수 있도록 기도하고 노력할 거야. 왜냐하면 좋은 엄마가 되고자 하는 것은 기도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노력하게 되는데, 좋은 배우자가 되는 것은 많은 기도가 필요할 것 같거든! 


 2023년 1월 1일이 되니, 뭐든 좋은 것 한 두 가지 정도는 결심하고 시작해야 할 것 만 같다. 

나는 그중 두 가지가 매일 가계부 쓰기 - 돈에 대해 주도권을 가지고 control 할 수 있는 생활을 하는 것과, 기록하는 생활을 하자는 것이었다. 


2023년은 (돈) 잘 쓰고 (글) 잘 쓰는 한 해가 되면 될 것 같다. 아, 그리고 평화로운 한 해가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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