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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 로지 Sep 24. 2020

남편이 알려준 비빔면 레시피

aka. 까탈스러운 입맛의 소유자

남편은 입맛이 좀 까탈스러운 편이다. 

10년이 넘는 자취생활로 돌도 씹어 먹을 수 있는 소화력과, 요리란 자고로 익히고 간을 맞추는 정도로 생각했던 나와는 정 반대이다. 


그래서 좋은 점도 있고, 불편한 점도 있다. 

우선! 좋은 점은 나도 덩달아서 같이 맛있는 것을 먹을 수 있다는 점. 음식점을 찾아도 정성스럽게 검색하고, 본인 입맛이 까탈스럽기 때문에, 이 사람이 맛있다고 데려간 곳은 모두 맛있다. 또, 가끔 요리도 해 주는데 (그 후, 폭탄 맞은 주방을 정리하는 것은 오로지 나의 몫이지만...) 특히 면요리, 볶음류 등을 잘한다. 


불편한 점은 음식을 해 주고 나서 눈치(?)가 보인다는 점, 맛은 있는지, 마음에는 드는지 유심히 살피게 된다. 또, 재탕 삼탕 하는 음식은 죽어도 손도 안대기 때문에, 재탕 삼탕 한 음식은 내가 알아서 자체 처리한다. (자취해 본 사람들은 알 것이다. 재탕, 삼탕 하는 일이 얼마나 비일비재한지!) 밥도 당일날 새로 지어먹고, 남은 밥은 냉동실에 얼렸다가 나 혼자 끼니를 혼자 해결하는 날 먹는다. 갑자기.. 적다 보니 서러워진다. 


오늘 남편은 새벽에 이른 출근을 하고, 나는 여전히 이어지는 재택근무를 하며 아점을 해결해야 했다. 어제부터 왠지 면이 땡겨서, 선반에 있던 비빔면을 하나 꺼내 물을 올렸다. 


'남편~나는 오늘 아점으로 비빔면을 먹으려고!'

    '오케이, 그럼 내가 맛있게 먹는 방법을 알려줄게!'

'아니야 아니야 괜찮아, 이미 물 올려서 끓고 있어. 그냥 먹을 거야~~'

(왜냐하면, 남편 레시피를 따라 하면, 손이 많이 가고, 귀찮고, 시간이 오래 걸린다. 나는 지금 배가 고프다)

   

    ' 나의 성의를 무시하다니...(시무룩)'

'아니~~ 그게 아니고~~~ 그래그래 알았어 말해봐'

    ' 우선 냉동실에서 삼겹살을 꺼내서 구워, 튀긴다는 느낌으로 바짝 굽고, 그다음에는 어쩌고저쩌고...'

'....(역시나...) 웅...ㅠㅠ 알았어'


바짝 삼겹살 비빔면 완성이요!


그렇게 탄생한 '바짝 삼겹살 비빔면' 완성! 

물론 식사시간이 한 20분 늦어지고, 또 하다 보니 플레이팅까지 하게 되는 노력이 들었지만, 입맛 까다로운 사람이 말해주는 대로 먹어서 절대 손해날 일은 없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


나는 참고로 '맛있는 라면'도 맛없게 끓여버리는 대단한 재주를 가지고 있는데, 대학생 시절, 엠티에서 기껏 일찍 일어나 친구들 해장시켜주려고 라면을 끓이려고 폼을 잡는데, 동기들이 적극적으로 쉬라고 강력하게 권하고, 남자 동기 몇 명이 휘리릭 끓였더라는...


결혼은 참... 다른 사람과 하게 되는 것 같다. 그렇게 부족한 점을 서로 채워주라는 정말 신의 엄청난 계산과 배려가 맞아떨어져서 우리가 결혼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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