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앞 식당에서 가장 비싼 메뉴를 시켜 먹은 날
남편이 몇 달째 도전했던 이직에 드디어 성공했다.
드디어라는 수식어가 조금 무색하게, 그리 길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한 번이라도 이직을 준비해 본 사람을 알리라. 그 시간과 과정이 얼마나 지난한지.
나는 인사팀으로 근무하며 갈고닦았던(?) 모든 기술을 총동원하여 남편의 이직 뒷바라지를 하던 중이었다. 가족에게 먼가 가르쳐 주고 도와주는 일은 역시 어려웠지만, 우스갯소리로 '여보 이직 성공하면 나 이직 컨설턴트 할까 봐!' 라며, 나도 은근히 즐기고 있던 중이었다.
가장 가고 싶었던 회사의 면접을 본 지 일주일 정도 지났을 때, 나는 결과를 궁금해하며 남편에게 매일매일 남편에게 '연락 왔어?'라고 물어보던 중이었고, 뒤늦게 알았지만, 남편은 왠지 모를 불안함과 긴장에 매일매일 소화가 되지 않는 날들이었고 한다.
그러던 중, 바로 오늘 남편이 갑자기 거실에서 춤을 추기 시작하더니, 최종 합격 이메일을 보여준 게 아닌가!
잘 될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어디 생각만 하고 있던 것과 실제 결과를 보는 기쁨이 같을 수 있을까. 아마도 우리가 결혼 후 처음 있는 경사(?) 이자, 함께 무언가를 노력해서 좋은 결과를 본 경험 했기에 더더욱 기쁘고 설렌 마음이 들었나 보다.
원래 집에서 간단히 먹으려고 주방에서 주섬주섬 저녁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그 길로 손 놓고 아주 맛있는 것을 먹으러 가자며 룰루랄라 집을 나섰다. 우리는 평소에 한번 꼭 가고 싶었던 떡갈비 식당에 가서, 돼지고기, 미국산을 다 뿌리치고, 가장 위에 있는 한우 떡갈비 2인분을 시켰다.
'플렉스 해~? 플렉스~??!! 플렉스!!'
(우리에겐, 귀엽게도 한우 떡갈비는 플렉~~~ 스이다!)
결혼을 한 후 느끼는 점은, 혼자 있을 때와 비교하여 행복과 만족의 개념이 많이 달라진다는 것이다. 예전에 나는 일과, 그리고 일을 통한 성취와 성공을 통해 행복하다고 느꼈다. 다른 많은 행복이 있지만, 그것들은 소소한 것이었고, 가장 중요한 행복은 내가 하는 일과 성공을 통한 자기만족을 통해 온다고 생각했다.
결혼하고 가정이 생기고 나니, 일을 통한 성공이 중요해지지 않았다는 것이 아니라, 그것과는 차원이 다른 (더 높은) 행복들이 생겼다. 우리 가족이 행복한 일상을 이어 가는 것, 서로 성장시켜 주며, 성공을 축하하고 격려해 주는 것.
오늘은, 남편이 이직을 성공한 날이기도 하지만, 결혼 후 우리가 함께 '성공경험'을 쌓은 날이자, 식당에 들어가 메뉴판에서 가장 비싼 메뉴를 턱! 하고 시켜먹은 의미 있는(!) 날이기도 하다.
후훗. 하지만 기대하시라. 이직 선배로서 말하지만, 이제부터 진정한 시작이라고.